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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Dec 05. 2020

Finale. Letter to you

여행의 끝에서 너에게.

오랜만에 우리 여행사진을 뒤적이다 다시금 너에게 고마워졌어. 

겁 많은 내가 그렇게도 많은 곳으로 떠날 수 있던 건 

모두 네 덕이었던 것 같아. 


당연스레 장거리 여행을 떠날 거라 말하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한 너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도 내 마음도 움직였어.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당차고 겁 없는 네가 

내 곁에 꼭 붙어 있을 거란 생각에 주저 없이 뛰어들 수 있었지. 


물론 걱정도 컸어. 

어딘가에서 읽은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진 않을까, 

소매치기당해서 국제 미아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낯설고 피곤한 여행길에서 

혹시라도 우리 사이가 틀어질까 그게 가장 걱정이었지. 


그래도 걱정은 넣어두고  모든 것이 처음인 이 길 위에서 

잘 해내 보자고 서로 손 꼭 잡고 다짐했었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었지만, 

길을 헤맸고, 많이 더웠고, 가끔 아팠고, 이상한 사람들이 다가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실망도 했지. 



제일 기억에 나는 우리의 마지막 여행지.


온전히 행복하기만 했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거짓 없이 할 수 있는 말은 

'네가 있어 든든했고, 잊지 못할 기억이었어. 

지나 보니 웃을 수 있는 일로 가득했던 길이었어.' 


시간 지나 돌아보았을 때 찡그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다시 한번 고마워. 

요즘 들어 함께 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미치는 힘이 크다는 것을 느끼는데, 

당시에 무기력했던 내 옆에  너는 보조배터리처럼 충전해주는 존재였어. 

웃긴 비유이긴 하지만 딱 맞는 말인듯해. 

든든했던 그때의 너, 지금까지 여전한 네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여행 마지막 날 쓴 편지. 한국에서 만나면 또 여행하자는 말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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