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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제로 Oct 18. 2021

save days 3. 다독여도 어려운 날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 날


묵히고 묵혀 숨겨둔 것을 잊은 마음


아무생각 하고 있지 않아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는 때가 있다.

멍하니 있을 뿐인데 후두둑 슬픔이 떨어진다.

나 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그런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분출된다.


어쩔줄 몰라 헷갈리는 마음이 들 때면,

그런날은 꼭 다른 이의 음성을 통해 내 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오늘은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가벼운 안부와 질문으로 이루어진 대화 끝에 한 문장이 맴돌았다.

"요즘 잘 지내?"


평소였으면 당연히 잘 지낸다, 언니는 잘 지내냐는 식의 가벼운 말이 오고갔을텐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뱉었다. 

그때 입 밖으로 나온 소리에 깨달았다. '나 지금 괜찮지 않구나'

차근차근 대화를 나누며 그렇게 내 마음을 나도 알아갔다.

난 지금 몸시 속상하다고

난 더이상 이렇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난 행복하지 않고 불안하다고

애써 무시하던 마음의 소리가 조용히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를 감추며 계속 말을 하려 노력했다. 지금 드는 생각을, 느껴지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또박또박 토해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번에도 감추고 있다간 더 깊숙한 동굴로 내몰 것만 같아서 그랬다.

적당한 위로와 공감의 말이 오고 가고, 곧 보자는 인사로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은 뒤 한동안 멍한 채로 있었다.

이게 내 마음이었던 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왜 솔직해 지지 못했을까, 왜 혼자만 이렇게 숨죽이며 아파했을까.

조금은 후련해진 마음으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엉엉 울었다.


그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했다. 위태로운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었는데, 결단을 낼 용기가 났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앞으로는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다짐했다.

오래 묵힌 마음을 꺼내 이제 이걸 꺼내 보이겠다 결심했다.


묵히고 묵혀 숨겨둔지도 모르고 있던 그런 마음을 꺼내어 후련해졌다.

가끔은 이렇게 타인의 음성을 계기로 내 마음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래야만 하는 날이 있다.


눈 앞의 근심을 피하고 싶어서 숨기면 자꾸만 불어난다. 그런데 보이지 않기에 그 근심은 원인도 모른채 한 사람을 우울감으로 잠식시킨다. 꺼내야 한다. 어두운 그 마음을 드러내어 마주하고, 인사를 해야 한다. 

잘 가라고 그동안 너 때문에 마음 고생 심했으니 이젠 좀 떠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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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DO4hpJ-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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