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는 놀이다
퇴근하면 아들과 노느라 정신없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주말에는 어디에 가지.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항상 하는 고민이지 않을까. 몸으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들이 "심심해"라고 표현할 줄 알아서 요즘 어떻게 놀지 더 고민된다.
놀잇감을 찾았다. 오늘 학교에서 정규 수업 대신 마술 체험을 했다. 어느 학생이 마술 체험 때 받은 마술 도구를 복지실에 가져왔다. 내가 너무 재밌게 가지고 놀았던지 자기는 필요 없다며 줬다. 받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들에게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마다하지 않고 날름 챙겼다.
마술을 보여줘야겠단 생각으로 퇴근하자마자 바로 집으로 향했다.
"유호야 아빠가 마술 보여줄까?" 아들에게 야침 차게 말했다.
"좋아!"라고 대답하는 아들의 눈에 호기심 가득하다.
"유호야 봐봐!" 밧줄을 폈다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
"밧줄이 아래로 떨어지지?" 아들은 신기한 듯 아무 말 없이 유심히 지켜봤다.
"유호가 하나, 둘, 셋을 세면 밧줄이 반듯하게 설 거야!"
"아빠랑 같이 숫자를 세어볼래?"
"수리수리 마수리... 하나. 둘. 셋." 하고 밧줄을 살짝 비틀며 떨어뜨렸다.
밧줄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우와! 우와! 아빠! 아빠! 나도 해볼래!"라고 좋아하는 아들.
앗싸! 오늘도 성공이군...
계속해서 "와! 와! 와! 아들이 신나 한다." 아들을 보며 오늘 참 뿌듯했다.
아들과 놀면서 문득 마술사들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들을 속이기 위해 나의 모든 행동이 자연스러워야 했고 연기가 필요했다. 나의 어색한 말투와 팔 동작은 누가 봐도 마술의 비밀을 눈치챘을 수 있었다. 아무튼 아들은 4살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내 자기도 해보겠다며 내가 들고 있는 밧줄을 재빠르게 가져가서 바닥에 펼쳐놓았다. 내가 보여준 연기를 그대로 따라 하며 "수리수리 마수리 얏" "수리수리 마수리 얏" 아들은 한동안 소리 지르며 마술 놀이에 빠졌다.
요즘 아들은 역할극 놀이를 한다. 오늘은 소방관이 되었다. 조금 전에 가지고 놀았던 밧줄을 소방차 장난감 사다리에 갖다 대며 소방호수라고 한다. "기다려봐" 아들에게 말하고 스카치 데이프로 밧줄과 자동차를 연결해줬다. 내가 봐도 소방호수처럼 보였고 감쪽같았다.
아들의 첫 번째 화재 진압은 역시 불이 있는 주방이었다. 가스레인지 쪽으로 향하더니 "아빠 아빠 불이 났어! 불 꺼야 해"라며 호수를 가스레인지 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당당함과 패기 찬 목소리는 정말 소방 대원 같아서 귀여웠다.
"유호야 불나면 어떻게 할 거야?" 아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내가 소화기로 끌 거야"라며 당차게 말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속으로 많이 컸음에 놀랐다.(그만 커 아들아.)
"쉬 쉬 쉬... 야압 야압 얍." 입으로 물이 나오는 소리를 낸다.
한참을 안방, 작은방, 침실, 책장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화재 진압을 했다. 소방 놀이로 2시간이 금방 갔다. 역시 아이들은 놀이가 최고의 육아법 같다. 함께 뒹굴고 웃고 떠드는 사이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또 무얼 하며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