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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순 Oct 13. 2021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곳에 온지 4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간다. 남편은 조금있으면 유학생 신분을 벗어던지고 또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우리는 첫 신혼집이었던 익숙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나는 처음에 결심했던 것처럼 유학생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차마 되지 못했고, 바랬던 것처럼 대단한 디지털노마드가 되지도 못했다. 혹여나 다음에 이력서라도 쓰게된다면 4년간의 이력은 아마도 그냥 주부, 아니 그냥 아무것도 쓰지 못하겠지. 남편의 단계에 따라서 이주를 하고 가정을 꾸려가는게 못내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래서 4년전의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뭔가 달라지는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 그 자체로는 정말 후회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남편이 함께 미국에 가자고 했을 때 그냥 내 자리에 남았더라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다. 어디선가 사주팔자에 대운이 바뀌는 시기에는 가치관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이 짧은 4년동안 나는 비로소 내가 행복해지는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배울 수 있었다. 오히려 혼자 자취했을때보다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와 대화해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곁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큰 위안을 받았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내가 누군가 곁에 있어야 큰 안정을 얻는 타입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또 하나 다행인건 너무 늦지않게 비로소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꼬맹이 시절의 나는 엄마는 왜 티비에 나오는 다른 아줌마들처럼 뭔가 시도하지 않고 꿈도 희망도 없이 집에서 파만 다듬고 있는거냐고 철없이 지껄였던 적이 있다. 나는 나중에 크면  엄마처럼 꺾이지 않고 여자로서 당당히 살겠다고 맹랑하게 굴었었다. 대체 난 왜 주부의 삶을 꺾였다고 치부했던걸까. 바보도 이런 바보가 따로없다. 아마 먼 훗날 아이가 생긴다면 지금보다도 더 엄마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뭐든 경험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나보다.

 아무튼 회사생활을 했던 4년보다 결혼하고 난 다음의 4년동안 깨달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내가 결혼하지 않고 살겠다고 했던건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고 배려해주는 남편을 만나서 지금은 참 행복하다. 무엇이든 잘될거라는 마음의 평화가 있다. 30년을 함께하신 우리 양가 부모님들에 비하면 이제 햇병아리 부부지만, 가보지 못한 곳들을 함께 흔들흔들하면서 걸어보는게 또 삶이니까. 게다가 나도 이 자리에 멈춰있는 것만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회사 다닐 시절에 하고 싶어도 못했던 것들을 모두 시도해보았고, 시도하고 있다. 내 옆에 있는 이 소울메이트와 함께라면 내일도 심심하지 않게, 더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거다. 우리 삶, 참 괜찮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그램 : @hannah_hyang

유튜브 : 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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