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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소리 Apr 10. 2021

국제기구 IMF 인턴십 면접 후기

경제학 박사과정 중에 코스웍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논문을 쓰게 되는 3-4년 차에 접어들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 때 주어지는 인턴쉽 기회들에 눈이 돌아간다. 보통은 학교에서 그때그때 메일을 보내주는데, 내가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연방준비은행(Fed), 미 재무부, 미 의회예산처, 국제기구에서 주는 인턴십 기회를 알려준다. 간간히 IT기업 같은 인더스트리에서도 학과로 문의가 오는데, 관심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인턴 기회를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국제기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세계은행, IMF,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곳들의 인턴 프로그램 스케줄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국제기구 인턴은 단순히 인턴 연구경험을 쌓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해당 국제기구의 이코노미스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박사 취득 이후 오퍼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원요건은 간단하다. 관련 분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면서 이런저런 연구 스킬을 알아야 한다는 점. 다른 인턴십과 다른 특이한 점은 나이 제한이 있다는 거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IMF, 세계은행의 경우 지원대상자를 만 32세 이하로 제한된다. 이건 향후 잡마켓에 나가서 이코노미스트로 지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인의 경우, 보통 군 복무 때문에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점이 감안된다는 얘기는 얼핏 들었다.


사실 3년 차가 끝나는 여름방학에는 논문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를 들어왔던 터라 적극적으로 인턴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내년에 지원해볼 거라면 미리 연습이나 해두자는 생각에 IMF 한 군데만 지원을 해보았다 (세계은행도 지원을 해보려 했는데 데드라인이 이미 지난 상황이었다...). IMF Fund Internship Program을 검색하면 손쉽게 지원절차를 밟을 수 있다 (https://www.imf.org/en/About/Recruitment/working-at-the-imf/fund-internship-program). 의외로 서류 작성이 간소했고 CV만 조금 공들여 업데이트를 해서 업로드를 하고 나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개월이 지났을까. 별생각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와중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최종 선발에 고려되고 있으니(on being shortlisted for further consideration) 아직 관심 있으면 면접을 보자는 것이었다. 어림도 없지! 이미 몇 년 전 박사과정 지원 때 비슷한 메일을 수도 없이 받았기 때문에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IMF는 국제금융에 특화된 국제기구이다 보니 세계은행 등 다른 국제기구들과는 달리 내 전공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메일을 자세히 보니 면접을 볼 이코노미스트의 이름이 눈에 익었다. 구글스콜라를 검색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3년 차 페이퍼에서 인용을 했던 2편의 논문들의 저자였던 것이다. 그 논문을 썼을 당시에 그분은 대학에서 재직 중이셨기 때문에 IMF로 자리를 옮기신 것을 몰랐다.


여기서 대강 이분이 아마 인턴 지원자들 중에 CV를 보고 후보자로 뽑지 않았을까 짐작했는데 이후 면접에서 물어보니 맞는 추측이었다. 뇌피셜로 인턴 선발 프로세스를 그려보면, IMF에서 인턴십 지원자들 풀을 모으면 RA가 필요한 이코노미스트들이 개별적으로 CV나 인적사항들을 보고, 면접 역시도 개별적으로 봐서 결정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래도 연구를 하는 인턴이다 보니 함께 일하는 이코노미스트가 직접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읽었던 논문들의 저자와 면접을 본다고 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면접은 한 주가 지난 후 월요일 아침에 화상으로 봤다. 면접은 아주 심플했다. 각자 소개를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관심사가 같다 보니 재미도 있었고 내 연구주제에 대해 적잖은 피드백을 주셨다. 분위기는 교수님들과 연구실에서 가볍게 대화를 나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히 면접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본인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의 목적과 진척도에 대해 얘기하고 연구에 필요한 스킬들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 2년 간 세 프로젝트에서 RA를 해왔던 터라 어려울 건 없었다. 다시 말해, 어차피 면접을 볼 이코노미스트가 CV를 보고 직접 면접대상자를 뽑았고 연구분야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면접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 연구나 관심분야에 대해 열정을 담아 얘기할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좋은 인상을 받으셨는지 올 여름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며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어 여기에 공유를 한다. 일단 IMF의 경우, 당분간 인턴은 재택근무로 진행한다고 한다. 원래 IMF에서 인턴을 하게 되면 워싱턴 DC의 본사로 가서 일을 해야 하는데 나 같은 집돌이, 집순이들한테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올해는 재택근무가 확정이고 추후에도 계속 이렇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근무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코로나 19는 지속적으로 변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마 이런 근무환경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경제학 박사로서 IMF에서의 취업기회에 대해서도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나처럼 IMF는 국제금융 분야 박사들을 주로 채용하는 게 아닌가 오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다른 분야의 박사들도 많다는 얘기를 하셨다. 거시경제학, 노동경제학 및 개발경제학을 포함한 응용미시경제학 등 말이다. 그 배경에는 IMF가 단순히 금융안정에 관한 업무나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안정 지원 국가들의 구조조정도 맡을 뿐더러 경기예측 등 다른 연구들도 진행한다는 점이 있다. 향후 인턴을 시작하고 알게 되는 정보가 또 있으면 지속적으로 공유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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