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 겉모습이 중요하랴, 제대로 사는 게 중요하지
#20240410 #밑빠진독 #물붓기 #머무름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는 적에게 쫓겨서 갈 곳을 잃은 조폭들이 무작정 절에 들어와 살게 해 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당연히 원래 있던 스님들은 크게 반발한다. 큰스님은 문제를 낼 테니 해결하는 쪽의 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문제는 10분 안에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스님들과 조폭들은 당황한다. 밑이 빠진 독에 어떻게 물을 채운담?
그런데 두 팀의 대처가 다르다. 조폭들은 그래도 일단 물을 채워본다. 물에 옷이 젖든, 신발이 벗겨지든, 먼지투성이가 되든 어떻게든 물을 퍼와서 독에 물을 채워본다. 물이 채워지냐고? 아니! 독은 여전히 밑이 빠져있고, 당연히 물도 안 찬다. 그럼에도 조폭들은 계속 도전한다. 신발로 물을 퍼오기도 하고, 부하의 배 위에다가 독을 올려놓고 깨진 부분으로 물을 넣어보기도 한다.
그 처절한(?) 모습을 스님들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왜 저래?’ 아니면 ‘왜 저렇게까지?’ 조폭들은 당장 쫓겨나면 오갈 데 없는 처지이고, 스님들은 (싫어도) 그저 공간을 공유하면 되니까 간절함의 차이가 있기는 했겠다. 스님들은 조폭들이 난리 치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생각만 하다가 머리를 쓴다. “마음이 물이요, 몸 또한 마음과 다르지 않으니, 깨진 독 안에 채운 소승의 몸과 마음은 깨끗한 물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님. (독 안에 앉으며 합장례)” 하지만 큰스님은 고개를 젓는다. “나는 물을 채우라고 했지, 사람을 채우라고 하지 않았느니라. 그건 답이 아니야.”
이렇게 저렇게 난리를 치던 조폭들은 드디어 생각해 낸다. “들어!! 항아리 들어!!!” 조폭들은 밑 빠진 독을 들고 연못으로 달려가 독을 던져버린다. “아이고, 이거 독에 맑은 물이 아주 철철 넘치는구나!” 큰스님은 껄껄 웃으시면서 조폭들이 낸 답에 만족해하신다.
여기서 스님들의 모습이 지금의 나와 같다. 간절하지도 않고, 생각만 잔뜩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모습이. 적극적으로 부딪히지도 않고 그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저거 해서 뭐해?’ 하는 모습이. 결국 답을 찾아내는 것은 이리저리 부딪히고 시도해 보는 쪽인데.
또한 조폭과 스님의 대비처럼 요란함과 조용함,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 더러움과 깨끗함, 번뇌와 지혜의 대비가 있지만, 그 양변(兩邊)에 머무르면 거기에 매여서 깨닫지 못한다. 큰스님의 모습은 작게는 편견 없음을, 크게는 어느 상(相)에도 매이지 않는 부처님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도 저도 구분하지 말고 막살라는 게 아니라, 착하고 깨끗하고 지혜로움을 추구하다가 종내에는 그것들에도 매이지 말아야지. 수행에는 단계가 있다) 어쩌면 큰스님은 ‘저들은 조폭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갇힌 스님들을 깨우쳐주려던 게 아니었을지? 겉모습이 무엇이 중요하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열심히, 그리고 마음에 남기지 않고 하느냐가 중요하지. 다른 글을 쓰기 위해서 본 짧은 장면이었지만 마음이 많이 찔렸다.
출처)
- 유튜브, [달마야놀자] 밑빠진 독에 물 채우기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