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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Dec 01. 2023

<조 블랙의 사랑> (1998)

“That’s life. What can I tell you?”

#20231201 #조블랙의사랑 #죽음 #삶 #사랑


 죽음과 함께하는 삶은 어떨까? 죽음이 사람으로 나타나서 대화도 하고, 눈앞에서 밥도 같이 먹고, 회의도 같이 참석하는 죽음이라면? 영화 <조 블랙의 사랑> (영어 제목: Meet Joe Black)의 내용이 그러하다. 인간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죽음’이 죽음을 앞둔 빌 패리시와 거래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죽음의 입장에서는 빌을 통해 사랑과 삶과 죽음을 알아가는 성장 영화겠다. 상영시간이 3시간이나 된다.


주인공 빌의 성(姓)인 패리시(Parrish)는 비슷한 발음인 perish(멸망하다, 죽다)를 떠올리게도 한다.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느낀 빌은 죽음(수용)의 5단계를 거친다. 죽음의 5단계는 Elisabeth Kubler-Ross가 1969년에 쓴 『On Death and Dying』에서 보인 모델로, 부정(Denial), 분노(Anger), 협상(Bargaining), 우울(Depressed), 수용(Acceptance)이다. 모든 사람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죽음을 받아들인 다음은 용서와 사랑과 감사만이 남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부터 그렇게 살지 못하는가? 다 자기는 안 죽을 줄 알아서 그렇다

부정(Denial) / 분노(Anger)
협상(Bargaining) / 수용(Acceptance)
죽음을 받아들인 다음은 용서와 사랑과 감사만이 남을 뿐.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는 이는 어떤 말을 남기고 싶을까?


 죽음을 앞둔 이에게 ‘당신이 곧 죽는다’라는 사실을 전해야 할까? 언제 죽는지 알아야 삶을/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있지 않을까? 빌은 죽음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알아서 더 삶을 잘 정리할 수 있었을까? 


 의사 실기 시험에도 ‘나쁜 소식 전하기’가 있다. 환자를 보는 의사라면 환자나 보호자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할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실기 시험에도 이런 주제를 출제하는 건 미리미리 연습하라는 의미가 아닐지. 


 내가 내과 인턴이었을 때의 일이다. 환자는 고령의 할아버지였고, 보호자(며느리)에게 전화로 내시경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할아버지는 이미 암이 몸 여기저기에 전이되었지만, 당신께서는 모르시는 상황이었다. 보호자는 나에게, 할아버지에게 암인 것을 알려야 하느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어렵고 모르는 질문에 으레 대답하듯, 주치의와 교수님과 상의해 보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재차 물어보셔서, 나는 치료가 어렵다면 굳이 얘기하진 않을 것 같다고, 내 할아버지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고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영혼이라면 (그 여부를 내가 감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얘기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고. 누구나 다 죽는데, 어르신들은 나보다 더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셨을 거고, 많이 경험하셨을 거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받아들이시지 않을지? 뭐, 선택은 가족들이 하는 것이고, 가족마다 적절한 해답을 찾겠지만. 나는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한 개라도 더 착한 일 하고, 한 명에게라도 더 불법을 전하고 가지? 


 이제 TV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서 광고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존엄사(尊嚴死)/안락사(安樂死)에 관한 얘기도 나올 것이다. 나는 병원에서 수액 줄 주렁주렁 달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은데,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죽음도 '죽음'을 이해한 걸까? 

 

 “65년, 눈 깜짝할 사이 아니냐”라고 읊조리는 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떠올랐다. 제행무상(諸行無常). 그리고 불꽃놀이. 파티에는 불꽃놀이가 빠질 수 없지만, 나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꽃놀이를 보면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늘로 치솟아서 팡! 하고 터지고는 멀리 퍼져 사그라지는 것이, 열심히 앞만 보면서 달리다가 어느 순간,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만의 꽃을 피우고 세월이 흘러 사그라지는 것이.


 이 영화에서 내가 제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다. 빌과 죽음이 불꽃놀이를 뒤로하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장면이다. 내가 없이도 파티는/불꽃놀이는/다른 삶들은 계속되고, 우리네 삶은 그렇게 흘러가겠지. 그래서 빌은 죽음에게 말한다. 

“That’s life. What can I tell you?” 

이것이 인생이라고.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INLV3v4jN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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