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꺼도 내 꺼, 내 꺼도 내 꺼"
#20241016 #니일내일이어딨어 #내일
나는 진료실을 모 선생님과 같이 쓰고 있다. 모 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 와서 진료를 보는데, 타지에서 오니까 그냥 쓰시라는 마음으로 진료실을 비워주고 있다. 그러면 나는 내 자리가 아닌 곳에서 진료해야 하는데 그게 조금은 불편하다. 모 선생님이 오는 날에는 내 진료를 빼서 진료가 겹치지 않게 해야 하나 싶다.
나는 진료할 때 진료실에 있는 의자를 그냥 쓰는데, 모 선생님은 환자용 의자를 가져다 쓰는 듯했다. 선생님이 다녀간 뒤에 진료실에 가면 환자용 의자가 놓여 있는 것을 몇 번 보았다. (쓰고 나서 제자리에 왜 안 갖다 놓는지는 조금 의문이었다. 짜증도 좀 났고)
이번에 진료실을 비워주면서 '어차피 비켜주는 김에 마음을 좀 더 내서 의자를 갖다 놓을까?' 싶었다. 그러면 선생님이 의자를 갖다 놓는 수고를 안 해도 되니까. 근데 쓰고 나서 안 갖다 놓을 걸 아니까 돕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들어서 그냥 자리만 깔끔하게 해 놓고 진료실을 나왔다. 근데 나중에 진료실에 가 보니 오늘은 의자를 치워놓았네. 안 갖다 쓴 건지, 갖다 쓰고 나서 다시 갖다 놓은 건지.
생각해 보니, 상대를 원망하지 않으려면 ‘네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애초에 내 일이었으면 상대를 원망할 일이 없지 않은가? 내가 상대를 배려해서 갖다 놓고, 상대가 다 쓰면 또 갖다 두고. 상대가 날 배려해서 원래 자리로 돌려놔 주면 (내 일을 대신해 준 거니까) 고마운 거고.
부처님께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시니까(自他不二) 중생이 아프면 내가 아프고, 중생의 일이 결국 내 일이다. 그러니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이 얼른 깨달아서 모든 괴로움을 여의기를 바라신다. 중생들이 괴로움을 여의려면 불교를 배우고 실천해야 하니까 여러 방편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게 하고, 덜 괴롭도록 도와주시는 것이다. 그러니 나도 남들이 하려는 일을 잘되게 도와주는 게 결국 부처님이 하시려는 일을 돕는 거고 부처님처럼 마음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사기나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걸 돕진 않을 거다. 부처님이나 보살님들도 그러시겠지.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은 중생들이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나길(해탈解脫하길) 바라시는데, 악행(惡行)을 저지르면 악인(惡因)을 남기고 해탈과는 멀어지니까. 중생들이 깨달음의 방향으로, 깨달음까지 안 된다면 어쨌거나 남을 위하는 마음, 착한 마음을 낼 수 있도록 유도하시지 않을까?
아이가 사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사탕을 계속 줄 수 없듯이, 상대가 원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겠다. 나는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처럼은 못해도, 상대가 뭘 하려는 건지 잘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도와줘야겠다. 또, 도우려는 일에 대해 판단도 해야겠다. 이 짧은 중생의 인식으로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판단은 하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이끌어주어야겠지.
* 출처: Youtube, TV조선, 엄마가 뭐길래 43회, 강주은의 폭탄발언! “민수 돈도 내꺼! 내 돈도 내꺼!” [엄마가 뭐길래] 43회 201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