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빈 Jan 21. 2021

밤의 감각

밤의 감각

                                              김한빈



동지를 달포 앞둔 11월 밤은

포구에 밀물이 차듯 순식간에 블랙커피 빛깔로 찾아온다.


밤은 마술사,

화선지에 먹물을 풀어 검은 보자기로 달을 낳고,

불꽃놀이 도시의 화폭이 된다.


밤은 다크 초콜릿 맛,

기차는 멀리 떠나고, 홀로 남은 여인의 등을 가만히 안아준다.

그대 너무 슬퍼하지 마.


아낙들이 버선을 새로 장만하던 동지가 다가오지만,


아직 겨울은 아니야.

늦가을 강물처럼 쓸쓸한 우리의 술잔을 채워주게.


밤은 첼로의 저음,

별빛 어린 슬픈 눈을 그리워하는 여인에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긴 편지를 읽어준다.


잠 못 이루는 그대를 위하여 


밤은 와인 향기,

포도의 눈물보다 더 붉은 가슴속을 달래준다.



<문예창작> 겨울호, 2020년 11월 발표


매거진의 이전글 물기 어린 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