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에 톡이 왔다. -메리 구리수마스- 딸이다. 성탄절에 가지는 간단한 가족파티를 준비하느라 진작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분을 느끼지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때서야 '아 오늘이 이브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다 커서 대학을 다니던 그즈음 이제 더는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지 않은 나이가 된 두 아이는 산타의 정체를 알게 되었던 때를 얘기하고 있었다. 어느 집이나 둘째들은 보고 듣는 것이 많다 보니 영악하다. 우리 집 둘째도 마찬 가지라 중학생인데도 긴가민가 하는 누나를 제치고 잠복(?)을 한 후 기어코 아빠 산타를 붙잡았다.
그 뒤 산타 할아버지로부터의 선물은 오지 않았고 기껏해야 준비하는 우리도 받을 아이들도 더는 설레지 않는 맹숭맹숭한 선물 교환으로 대체되었다.
자신들도 "산타 할아버지는 믿는 사람에겐 계시고 안 믿는 사람에겐 안 계시는 거야"라는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고 못내 아쉬워했었다.
그런 저런 말 끝에, 엄마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한 번도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하는 연극도 열심히 참여했었는데 산타는 온 적이 없었다고, 선물을 받은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감성 돋는 우리 딸이 그 말이 마음에 걸렸었나 보았다. 그다음부터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방문 앞에 딸 산타가 보낸 편지와 선물이 놓여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올봄에 딸은 결혼을 해서 집을 떠났다.
이제 트리의 전등도 끄고 자야 할 시간이 되었는데 딸의 톡을 보면서 자꾸만 가슴이 싸리 하게 물결친다.
내일 아침 내 방문 앞엔 이제 더 이상 산타의 선물은 없겠구나.
산타의 선물이 그리운지, 딸이 그리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