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나랑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그 사람과 얼마나 자주 연락하고 만나나? 반면 가장 빈번하게 만나고 늘 주위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둘은 일치하는가?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바로 '접촉'이다. 만나지 않고도 가장 친한 관계는 거의 없다. 소통이 소원하면서도 그 사람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면 한 때 맺었었던 관계의 깊이 때문에 그럴 것이다. 반면 별로 깊이 있는 관계는 아니지만 내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관계가 두꺼워져서 온갖 이야기를 다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 사람과도 중요한 관계가 된다.
그토록 소중한 그 친구와 빈번하게 만나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의 깊이는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원인은 바로 '에너지' 때문이다. 나 또는 그 친구가 인간관계에 에너지를 덜 쓰는 사람이어서 그렇다. 둘 다 그렇다고? 두 사람은 아마 10년에 한번 정도 만나면서 '역시 예전친구만한 사이가 없다'며 서로 위안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이 바뀌어서, 전학을 가서, 학교가 달라져서, 이사를 가서, 이민을 가서, 결혼을 해서, 직장이 달라져서 등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친하던 사람과 잠정적 이별을 하게 된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냐고? 환경이 바뀌었는데 어떻게 기존과 똑같이 만나고 붙어 있을 수 있냐고? 못하는 것일까? 안하는 것일까? 사실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늘 친하게 지내고 붙어다니던 단짝 3인방이 있었다. 한 사람이 조금 먼 동네로 이사를 갔다. 이사를 간 사람에게는 먼 거리를 오가는 에너지가 없다. 그럴 경우 3인방은 오래 못가 쉽게 깨진다. 남아 있는 둘은 여전히 공고할 것이므로. 한편, 남아 있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에너지가 넘친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설득해서 이사간 친구의 동네에도 놀러가보자고 하고, 집들이도 하라며 집에 수시로 방문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3인방은 계속 3인방이 된다.
여기서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관계의 깊이나 서로간의 친밀도가 아니다. 누가 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관계의 강도를 좌우한다. 원래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잘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찾아가주는 데 인색하지 않는 사람은 누구와도 금새 친해지고 한번 맺은 인간관계를 꽤 오래 유지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먼저 연락하기를 주저하거나 귀찮아 하고, 물리적 거리가 조금 멀어지면 '서로 시간되면 언젠가 보겠지'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주위에 고여있는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만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했던 소중한 사람과는 긴밀하게 지내기 어렵다.
남녀관계 뿐만 아니라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더 많이 연락하고 더 많이 찾아가는 사람과 덜 연락하고 덜 찾아가는 사람으로 구분되어 있다. 10년지기 친구 사이에도 사실 말못하는 꿍한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왜 항상 나만 먼저 연락해야 해?'란 인간관계의 고질적 문제다.
누군가는 늘 '니가 나에게 오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늘 '왜 꼭 내가 찾아가야 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늘 '어차피 지가 먼저 연락하겠지'라 여기고, 누군가는 늘 '거기까지 멀어서 못가'라고 한다.
참으로 억울하지 않은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면 서로 너한번 나한번 오며가며 누가 먼저 연락을 했는지 계산하고 따지지 않아도 충만한 관계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텐데. 하지만 현실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늘 에너지가 없는 사람에게 끌리며 일방적으로 관계의 강도를 유지하고 만들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가 없는 사람은 관계의 깊이를 더해주는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준다. 다만 에너지가 없을 뿐이다.
나보다 그 사람이 나를 덜 중요하게 여겨서, 나와 그렇게 친하지 않아서 나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고 나를 보러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단순히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 경우도 많다. 반대로 그 사람과 그렇게 친한 것도 아니고 깊이 있는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래 잘 다니고 연락을 잘 하는 사람도 있다. 단순히 에너지가 많아서다.
늘 외롭다고 느끼는가? 나를 보러 와주는 친구가 없는 것이 속상한가? 나와 친한 사람들이 나보다 에너지가 적은 사람들일 수도 있다. 내가 에너지가 조금 더 많다면 먼저 연락하고 보러 가주는 수밖에 없다. 그 사람도 나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왜 늘 나만 먼저 연락하고 찾아가야 할까?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억울한가? 하지만 함께 있는 동안만큼은 정말 최고의 친구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가? 그 친구는 당신보다 에너지가 없다. 매우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 친구도 나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