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나는 것일까 내는 것일까

by 스윗제니

시간 나면 한번 보자는 공수표를 던져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사람을 위한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것을. 지인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은 대부분 약속한 기일보다 상환이 늦어진다. 나 쓸 거 다 쓰고, 여유자금까지 챙긴 후에야 돈을 갚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애 좀 키워놓고 여유 생기면 취미생활도 하고 일도 슬슬 시작하겠다는 사람들, 또는 집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애 좀 키워놓고 여유 생기면 일을 시작해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 둘 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시간은 좀처럼 남지 않는다.


하루 중 주어진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일까? 아니.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여가시간까지 충분히 확보한 후에 남는 시간을 헤아려본다. 그럴 경우 좀처럼 시간은 남지 않는다.


나는 한 때 시간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씩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이었던 내가 전업주부가 되어 집에서 아이만 보던 시절이었다. 나는 겨우 돌잡이인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내 자존감을 되찾겠다며 개인사업을 벌여보기도 하고 파트타임도 해 보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보냈다.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항상 목마름을 느끼며 ‘무언가’를 계속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무언가’는 도대체 ‘뭔지’ 모르겠고, 뭘 찾는 것인지를 모르니까 찾아지지도 않았다. 처음엔 그것이 ‘내 자아인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내 자아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인 것 같기도 하고 ‘돈’인 것 같기도 하고 ‘성취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나 자신’인 것 같기도 한데 정확히 뭘 잃어버린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았다.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찾기 위해 동네 엄마들 모임에 소속되어 보기도 하고,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어보기도 하고, 사업을 일구면서 성취감을 맛보기도 했었는데 여전히 나는 ‘집에서 논다’라는 말 속에 갇혀 있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다름 아닌 ‘내 인생’이었다.


집에서 아무리 돈을 벌고 일을 해봤자, 집에서 일하는 사람은 집에서 노는 사람과 아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준다. 집에서 하는 일도 상당히 바쁘고 많은데, ‘집’이라는 공간이 부리는 마법 때문인지, 집에만 있으면 논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스케줄표’를 만들고 시간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내 시간은 곧 내 삶과 인생을 뜻하는 것이었고, 시간 속에 내 자아도, 정신도, 돈도, 보람도, 성과도 있었다.


스케줄표를 만들어 규칙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집에서 노는 것이 가장 괴롭고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시간을 쓸모 있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서히 시간을 다스리며 자아를 찾아가고 틈틈이 발전적인 생각도 할 수 있게 되고 머릿속에만 있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에 따라 세운 계획을 갖고 살다 보니 인생에 자신감도 붙고, 나 자신이 바빠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이렇게 시간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시간은 원래 남아 돌지 않는다. 시간은 어렵게 내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귀하게 낸 시간을 아껴서 쓸 때 결과도 더 값지다.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시간의 본질적 속성이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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