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제니 Sep 14. 2018

홈스쿨을 하면 생기는 아이의 변화

사실 나도 처음부터 홈스쿨 예찬론자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 나도 경험부족 8090세대 부모들의 일반적인 모습에서 시쳇말로 ‘1도 다르지 않은’ 초기 3년을 보냈다. 아이가 잠들어야 비로소 안심을 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튕겨나갔던 초보엄마의 모습뿐이었다. 


사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양육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던 아동심리자격증 공부였는데, 그 공부가 홈스쿨의 세계까지 나를 유인한 것은 아니었다. 내 아이가 36개월이 되었을 무렵, 아동심리상담사 자격증 과정을 공부함으로써 나의 부족했던 지난 3년간의 육아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육아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틀을 잡았다면, 네이버 스타에디터 선정의 기회가 나를 홈스쿨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볼 수 있다.


블로그 기획자 출신이었던 나는 30살 무렵에 테스트로 개설했던 블로그로 대박을 쳤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블로그 개설 5개월여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을 돌파하고 1년 안에 200만을 돌파하는 등 ‘인기있는 블로거’였다. 블로그 서비스 기획을 잘해보기 위해 테스트로 개설한 블로그였기에, 특별한 주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흥미 위주의 가십거리들을 포스팅했던 것들이 전부였다.


그 회사를 퇴사한 뒤 마음 속에 ‘언젠간 블로그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다’는 불씨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네이버에서 스타에디터 2기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마음 속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기존의 인기 있는 블로거에게 훈장을 달아주는 파워블로거 제도와 달리 스타에디터는 ‘완전 신인’ 포스트 에디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카테고리는 당연히 ‘육아’ 외엔 없었고, 포스트 개설 후 나는 ‘홈스쿨’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홈스쿨 포스팅을 올린 지 2회만에 네이버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갔다. 나는 직감적으로 ‘스타에디터가 되겠구나’를 느꼈다. 실제로 나는 스타에디터 2기 육아 부문 홈스쿨 부문에 선정되었고 1년간 홈스쿨을 주제로 열심히 포스팅을 해왔다. 그 이후 1년간은 전업맘의 생활과 육아라는 주제로 조금 방향을 변경하여 운영했지만 홈스쿨 포스팅은 꾸준히 이어갔다.


사실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홈스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덤으로 아이에게 그 혜택이 오롯이 전해졌다. 아이는 일주일에 두세번식 나와 하는 놀이겸, 미술수업겸, 과학실험 수업을 재미있어 했고, 손과 발로 체험했던 지식들은 차곡차곡 아이의 머릿 속에 장기기억화되어갔다. 


아이 머리 속에 들어간 지식들은 홈스쿨 체험과 관련 독서를 통해 시냅스를 서로 연결시켜나갔고, 아이의 인지발달을 눈부시게 촉진시키기에 이르렀다. 쉬운 말로, 똑똑해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위해 계속 뭔가를 준비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온 아이는 당연하게도, 엄마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낀다. 다른 말로, 엄마와의 애착이 더 깊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자꾸 아이 스스로에게 뭔가를 해보라고 기회를 주고, 만져보게 하고 관찰하게 하니, 자연스럽게 아이는 주도성을 기르게 된다. 뭐든지 해보고 싶어하고,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하고잡이’가 되어갔다. 모든 부모들이 원하는 ‘공부잘하는 아이’의 인성적 선결조건은 ‘하고잡이’형 성격이다.


내 아이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기만 하면 ‘엄마랑 같이 만들어 볼래요’란 말을 서슴없이 던진다. 어떤 부모에게는 충격과 공포의 발언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반갑고 기쁜 일일 뿐이다. 내가 집에서 했던 홈스쿨 활동은 재미로 했던 것이었다. 재미 속에 공부가 숨어있게 하면 된다. 재미 속에 아이와의 관계가 있고, 재미 속에 아이의 인성이 자라난다. 


마지막으로 홈스쿨 활동은 아이의 유년기 추억의 한줄 요약문이다. 성인이 된 내 아이는 ‘어린 시절 엄마는 나에게 홈스쿨을 해준 고마운 엄마였다’고 기억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다.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밥을 잘해준 엄마나 잘 놀아준 엄마, 착했던 엄마, 여행을 데리고 가 준 엄마,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엄마 등 가장 크게 느껴지는 하나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내 아이의 경우엔 자기 아빠를 ‘장난감을 잘 사주는 아빠’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가 나를 ‘홈스쿨을 해줬던 엄마’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모습을 떠올리며, 자기 아이에게도 홈스쿨을 잘해주는 아빠가 되어주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