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유학생
작년 10월, 다니던 회사에 퇴사를 말하고
그 이유로 프랑스로의 유학을 댔을 때
모두의 반응은 "부럽다"였다.
기약 없는 직장인의 일상에서 도망칠 수 있다는 것과 -게다가 목적지가 있는 도망-
"파리지앵"이라는 단어가 주는 실체 없는 이미지 때문이었으리라.
퇴사 한 달째,
프렌치들이 일상의 자유와 행복을 좇는 사이 프랑스의 일 확진자는 3만 명이 되었고
프랑스는 confinement (꽁피느멍: 봉쇄)에 들어갔다.
내가 가는 학교의 입학생들 중에는 캠퍼스를 프랑스에서 싱가폴로 옮기는 이들도,
아예 입학을 미루는 이들도 있었다.
유학 전 마지막으로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점심을 함께한 날,
이런 상황에 대한 걱정이 어김없이 화두에 올랐다.
(그렇다, 나는 심지어 남편을 한국에 두고 혼자 떠났다.)
안그래도 마음이 불편할 며느리에게 부담이 될까 말씀을 삼가시는 시부모님과
지금이라도 싱가폴로 캠퍼스를 옮기는 게 어떻냐는 부모님 사이에서,
뭐라 확신을 드리지도, 철없이 그 걱정에 동승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나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20년 12월, 프랑스에 갔고 5월엔 싱가포르에 왔다.
모든 곳은 결국 사람 사는 곳이었고,
인생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시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p.s.
작년부터 블로그에 썼던 것을 옮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