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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륜 Jul 12. 2021

숨은 고향 찾기

마음의 발걸음 / 리베카 솔닛


#리베카솔닛 

전작읽기 중이다. 1997년 출간된 A『Book of Migrations:Some Passages in Ireland』, 2020년에 『마음의 발걸음』으로 번역출판. 두 개의 제목이 이 책의 주제다.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한 청년 솔닛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일랜드 여행기. 그의 다른 저작들, 특히 3년 후 출간된 『걷기의 인문학(Wanderlust : A History of Walking)』의 시작점이 된 책이라고 보면 좋을 듯. 일상의 사유에서 출발해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는다면 솔닛을 추천.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작은 나라 역사 여행.


#타임머신

가고 싶은 곳은 과거인가 미래인가? 책은 두 곳을 모두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타임머신이다. 아일랜드로 떠난 솔닛의 시간여행읽기가 나에게 처음에는 버거웠다. 일상의 짐이 무거울 때, 독서로 도망가고 싶어도 쉽지 않았기 때문. 그래도 업힐의 진리를 믿고 꾸역꾸역 읽었다. 가끔은 꾹 참는 것 만이 답일 때가 많다. 독서도 다르지 않다. 집중력은 능력 보다 의지에 가깝다.


#역사

서술가로 솔닛은 매력적인 작가다. 

역사 속 한 사람을 조명하면서 아일랜드와 미국 서부를 오버랩 시키고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동기부여를 이렇게 한 마디로 정의한다.

“가지를 움켜잡는 것이 뿌리를 흔드는 최선”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자아를 잃어보는 과정에서 깨닫는 한 마디.

"단단한 정체성의 조상의 나라가 무수한 변신의 강이 되어 흘러가는 것"


#여행

모두에게 조금씩 다르다. 아일랜드에서는 보도관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걸인이거나 유목민이거나, 떠돌이나 하는 거라니. 동심원 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벗어나 파문을 그리며 나아가는 것이 여행이라는 솔닛에게 아일랜드는 통념을 깨뜨리는 homeland 로 변화된다. 그가 찾아낸 것은 예상 못한 것이었고, 만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일으키는 이들이었고, 경험한 문화는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방랑벽에 시달리는 혼혈인의 불안한 현재를 승인 받기 위함이었다"


#재미

독서 아니면 몰랐을 아일랜드 이야기 덕분에 알게 된 소소한 재미들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고 싶어지고, 독립운동가 로저 케이스먼트가 벽장 안의 게이여서 당한 불행이 안타깝다. 아일랜드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 대한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 기타 등등. 장소에 의미를 불어넣어주는 시간여행은 솔닛 만의 것이 아니였다. 근원을 찾아가는 길을 구경하며 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화각을 키운다. 저자의 깊이는 독자의 넓이를 만든다.


#덧붙임

솔닛이 여행할 당시, 아일랜드는 인구가 줄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이 이 책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데. 구글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에 대해 조사해 보니... 그의 책이 출간 된 1997년,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방 정책 이후, 11%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고. 요즘은 인구 증가율이 상당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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