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래커편 2 : Trello 등의 칸반보드 툴을 처음 도입하신다고요?
이 글은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팀이 트렐로 등 칸반보드를 이슈트래커로 활용할 때 고민해야 할 것들을 담았습니다. 길을 잘 닦아야 자동차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듯, 트렐로 등의 칸반보드도 처음에 잘 도입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글은 "업무프로세스"를 중심으로 다뤘으며 이 글은 "사용 규칙"을 중심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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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트렐로를 사용할 때 어색한 점은 "어떤 업무를 어떤 단위로 카드에 적을까"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규칙은 정말 중요합니다. 만약 이 규칙이 명확하지 않으면 트렐로가 금방 난잡해집니다.
첫 번째 규칙은 "다음 사람에게 전달할 묶음을 기준으로 카드를 작성한다"는 것입니다. 팀원이 팀장에게 "저 이것 다 했습니다.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할 때, 그 "이 것"이 하나의 카드에 적혀야 합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묶음이어야 합니다. 일의 묶음 상대적인데, 가령 하나의 보고서를 쓸 때도 어떤 보고서는 모두 작성 후 확인을 요청하지만, 다른 보고서는 컨셉을 먼저 확인받은 다음 작성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카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판단할 부분입니다. 만약 작업하는 시간이 긴 경우에는 카드에 진행도를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규칙은 "바로 시작해서 금방 끝낼 일은 적지 않는다."입니다. 간단한 수정,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만 비교적 간단한 업무가 해당됩니다. 적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오히려 시간이 아깝고 주의력만 분산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일들은 담당자는 모두 알고 있으면서 또한 잊을 가능성이 낮으므로 칸반보드로 체크할 필요성이 낮아집니다. 이 규칙의 예외사항이 있다면, "나중에 이 업무가 완료되었음을 누군가 확인해야 할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바로 시작해서 30분이면 끝날 일' 정도가 해당됩니다. 30분 이내로 걸리는 업무라도 내일 등 나중에 한다면 누락방지 차원에서 카드에 적어둘 수는 있겠습니다.
세 번째 규칙은 "다른 사람들이 굳이 알 필요 없는 일은 적지 않는다."입니다. 이는 팀과 조직의 규모, 업무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글에 상세하고 짧게 작성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카드를 작성하는 실무자에게 제공할 가이드라 함은 "일기는 일기장에", "팀장에게 보고할 필요 없는 것은 빼기", "다른 팀원에게 도움이 안 되는 정보는 빼기", "1:1로 금방 해결할 것은 직접 전달하거나 카드의 댓글로 기록 남기기" 등이 있겠습니다.
트렐로를 비롯한 칸반보드의 기능을 제공하는 툴들은 대체로 각 카드에 담당자를 지정하고 알람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알람이 반드시 유효하진 않습니다. 특히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알람이 왔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습니다. 혹시나 업무가 누락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카드를 옮겨서 다른 사람이 담당해야 할 때는 업무메신저 등으로 한번 더 알리는 것을 규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미스커뮤니케이션을 방지하며, 특이사항 등을 한번 더 강조할 수 있습니다.
업무 개수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나 이만큼 일하고 있다."라고 과시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트렐로가 산만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민감한 팀원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리자는 현재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번 더 물어서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둘째로 하염없이 "진행 중"에 머무는 작업이 생길 가능성입니다. 옥천Hub에 빠져버린 택배를 상상하시면 좋습니다. 해야 할 작업이 많다 보니 계속 우선순위에서 밀려 '진행 중'에 업무가 머물러버리는 경우입니다. 만약 칸반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조용히 잊히는 업무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작업 개수를 초과할 것 같다면, '보류/중단' 행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실무자도 일의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정할 수 있고, 관리자와 리더도 현재 팀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업무 개수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는 묶음을 어느 단위로 묶느냐에 따라 다르며 때로는 리더나 관리자가 직접 팀원의 허용 업무량(Capacity)을 고려하여 직접 배정하기도 합니다.
작업 개수를 한정하는 것은 칸반보드에 원 사용방법인데, 이를 지원하지 않는 툴이 많습니다. 보통은 행에 이름 옆에 (2) 등으로 작업 개수를 표시합니다.
새로운 툴을 도입하면 분명 기존의 도구와 역할이 겹칠 수 있습니다. 가령 "지금까지는 메신저에 결과물 파일을 업로드했는데, 칸반보드를 도입 후엔 어떻게 할까? 칸반보드에 직접 올릴까?"와 같은 규칙을 정해야 합니다. 이 또한 팀의 업무와 규모, 기존의 협력방법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또한, 세부 정책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큼직한 주제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대화는 텍스트보다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온라인협업에서는 대화가 제한됩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에 대해서는 다른 글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팀이 트렐로 등 칸반보드를 이슈트래커로 활용할 때 고민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많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인 만큼, 트렐로라는 간단한 툴을 도입할 때도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번 더 강조하지만, 칸반보드가 적합하지 않은 조직도 있습니다. 특히 업무에 각 단계가 분명하지 않고, 외부요인 등에 의해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이전 글에서는 구글keep과 구글문서를 이야기했는데, 트렐로를 칸반보드가 아니라 게시판처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도구는 사용하기 나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