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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Feb 20. 2024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플랫폼 경제-15

'플랫폼 경제'에 대한 스터디를 일단락 지으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한 소견을 아래와 같이 지디넷(ZDNet)에 3개의 글로 나누어 발표했습니다.  

제목: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성공하려면

(상) 디지털플랫폼정부와 디지털 국가 (2.12) https://zdnet.co.kr/view/?no=20240212120211

(중) 디플정 사업의 기술/관리 측면 위험요소 (2.13)  https://zdnet.co.kr/view/?no=20240213233630

(하) 디플정 사업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언 (2.18) https://zdnet.co.kr/view/?no=20240218101514     


이하에 참고문헌을 포함해서 조금 더 많은 내용, 그리고 직설적인 지적을 담았던 원본을 기록 차원에서 남겨 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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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플랫폼정부’ 문제점 검토 배경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이하 ‘디플정’)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노력을 통해 이룩한 성과 위에서 여전히 미진한 문제를 해결하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신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서 기존 디지털정부를 고도화하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22년 1월 정책 발표 후, 디플정 총괄기구로 대통령 직속 디플정위원회를 설치하고 2023년 4월 구체적인 실현계획을 작성해서 2025년에 성숙 단계에 진입할 것을 목표로 122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디플정위-a, 2023). 디플정위원회는 17개 과제별 TFT(처음엔 6개 분과위원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추진단, 산학연 전문가 자문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디플정위-b, 2023). 디플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목표를 달성한다면 모든 국민이 선도적인 정부 서비스를 누리고 GovTech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도 등장해서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디지털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디플정 사업의 성공 여부는 계획 자체의 타당성, 강력하고 일관된 실행력, 그리고 디플정의 수혜자이면서 투자자인 전체 국민의 호응(buy in) 등이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글에서 필자는 개인 소견임을 전제로 디플정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몇 가지 보완 방향 또는 대비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개인 소견’이란 필자가 연구와 실무를 통해 얻은 지식/경험에 입각한 것이고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의미이다. 필자는 최근 개인 연구자로서 플랫폼 생태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카카오의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그 내용을 소개해 왔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재직 시 무기체계 통합 DB(IWSDB: Integrated Weapon System Database) 구축을 위한 기술개발 PM으로서 이질성(heterogeneity), 분산성(distribution), 자주성(autonomy)을 가진 정보시스템 통합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디플정’ 사업 성공을 위한 체크포인트

   디플정위원회는 ‘디플정 실현계획’에서 당면 문제점으로 정부 부처 간, 정부-민간 간에 존재하는 데이터 칸막이, 기술은 디지털인데 제도・절차는 아날로그, 정부 주도 문제해결 방식의 한계, 대규모 정보화 투자가 민간의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 등을 꼽았다. ‘데이터 칸막이’와 ‘아날로그 방식’은 기술적 해결책과 제도/문화 측면의 해결책이 함께 동원되어야 할 텐데 후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작업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과 조직의 변화는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 문제해결 방식’은 정부가 민간에게 데이터/서비스를 개방하고 참여/협업을 호소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정부는 공익 추구(예: 디지털 국가 구현)와 이질성을 좁히는 문제(예: 상호운용성 확보)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서 기업과 개인을 포함한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술 인프라(예: 협업 플랫폼)와 제도적 뒷받침(예: 각종 인센티브)을 마련해야 한다. 디플정 사업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근본적, 현실적 제약도 안고 있다. 예를 들면, 디플정 사업에 참여하게 될 국내 기업 대다수는 적어도 자금 면에서는 자발적 투자가 어려운 상태일 것이다. 민간 참여를 촉발 & 확대할 예산은 전적으로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조직/기구의 통/폐합, 범정부 차원 CTO 설치에 따른 부처/기관별 권한 및 업무분장 조정, 사업/예산 조정, 기존 법/제도와의 상충이나 중복 조정 등을 포함하는 ‘특별법’ 같은 것이 필요한데 국회, 행정부, 지자체 간 공감대 조성과 관련 법률 제/개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 마디로 계획부터 실행까지 매우 어렵고 힘든 장애물이 널려 있는 사업인 것이다. 


   디플정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아래에 예시한 것과 같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서 전략, 추진체제, 세부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o 실현계획에 포함된 122개 과제가 최종 결과물은 물론 진행 과정에서도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 즉, 과제별 결과물 간 선후 관계나 상호의존성이 고려되었으며 중복이나 상충 가능성이 있는 과제들을 식별, 조정하였는가? 

  o 디플정 사업이 관련 정부/공공기관, 지자체, 민간기업 등의 정보화 사업계획, 구축/운영 중 정보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 등에 미치게 될 직/간접 영향을 분석해서 알맞은 대책을 마련하였는가? 

  o 실행과정에서 나타날 불협화음을 조정하고 소기의 성과를 내도록 핵심 활동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조정/통제하는 역할을 누가 담당할 것인가? 디플정 사업 성패의 책임(responsibility)을 넘어선 궁극적 책무(accountability)는 누구에게 있는가? 

  o 연도별, 과제별 성과 측정 지표는 무엇인가? 전체 사업에 대한 성과관리 기준과 절차가 제정되어 있으며 정기적으로 측정, 관리되고 있는가? 

  o 성숙 단계 진입 시기로 설정한 2025년까지 이해관계자(예: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대/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 ICT 공급기업과 전통산업 기업, 일반국민)가 공감하고 수용하게 될 핵심 성과는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 확인할 것인가? 

  o 2026년 이후에 장기적,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예: R&D, 정보시스템 조달, 인력양성, 자금지원, 조직개선, 국제협력, 표준화 등)는 무엇이며 관련 정부/공공기관과 지자체의 소요 예산이 2023~2027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 반영되었는가? 


디플정 사업의 기술/관리 측면 위험요소

   디플정 추진 과정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요소는 크게 2그룹 즉, 이미 드러난 문제점이 증폭되면서 나타나는 위험과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인한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 속하는 위험요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히 ① 데이터 공유 및 서비스 연결의 한계 ② 개별 사업의 결과물과 전체 사업 통합의 한계 ③ 목표 달성에 필요한 예산 조달의 한계 등을 꼽고자 한다. 후자에 속하는 위험요인으로 국내/외 정치적 변동성이나 경제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후자는 필자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이기에 여기에서는 전자의 위험요인(그중 일부)에 대해서만 살펴볼 것이다. 


   첫째, ‘DPG 허브’라는 플랫폼이 선(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질적인 서비스를 API만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기술/관리 측면의 커다란 부담('기술 부채')이 될 수 있다. DPG 허브는, 아직은 실체가 명확하진 않지만, 정부-민간이 공유할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결함으로써 사용자가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API 카탈로그, 데이터 레이크, 공통 빌딩블록 등을 포함한다. 염려되는 것은 연결할 서비스 자체와 서비스를 통해 공유할 데이터에 대한 정비가 선행되지 않으면 API만으로는 기대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으리라는 점이다. 분산된 데이터 저장소(Repository)에 있는 다양한 데이터의 표준화와 정제, 공유할 데이터의 명칭, 타입, 위치와 접근 권한, 활용 범위 등을 정의한 메타데이터(Registry)의 설계와 등록-관리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데이터 레이크는 대량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분산 DB로 구축, 운영하게 해주는 효과적 기술일 뿐 그 자체가 데이터 공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API 카탈로그는 API를 모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연결해야 할 서비스의 선정, 연결을 통해 제공할 데이터에 대한 권한 관리, 내부망 또는 공개망을 통과하기 위한 보안 조치 등을 누가(즉, 시스템 또는 사람), 언제(즉, 실시간 또는 batch) 처리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인 지침으로 규정하고 그중 일부는 자동 실행되도록 게이트웨이(Gateway)로 구현하여야 한다. DPG 허브에 대한 2023년도 예산은 외주개발/용역비로 책정된 106억 원뿐이었다. 디플정의 핵심인 플랫폼의 중요성에 비해 준비 작업에 필요한 투자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둘째, 디플정 사업의 목표-전략-과제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실제 운영을 담당할 핵심 조직의 권한/책임과 그에 상응하는 기술 및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세부 과제별 아웃소싱 위주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디플정 실현계획’에서는 범정부 차원 CTO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언급하였다. 그러나, 조직 신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관리 측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와 전문인력 선발, 그리고 관련 사업/예산을 조정, 통합하는 권한/책임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디플정위원회는 한시적 조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법적 뒷받침이 없는 한, 이미 계획/집행 중인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관련 정보화 사업을 조정/통제하고 필요한 협조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디플정이 단지 정부 내부와 대국민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라면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실의 권한과 NIA의 역량만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추구한다면 과기정통부, 개인정보보호위 등을 넘어서는 기술/관리 거버넌스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예: 민간 IaaS와 SI로 구축된 리거시 시스템 인프라), 플랫폼(예: 국내/외 기업의 상용 PaaS, 정부/공공이 개발한 K-PaaS), 애플리케이션(예: 공통서비스인 빌딩블록, 인증/보안), 서비스(예: G2C, G2B, G2G 서비스와 ‘스핀-온’할 민간 서비스) 등 4개 계층은 명확한 아키텍처와 시스템 설계/구현 원칙에 따라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도록 개발, 관리되어야 한다. 디플정 아키텍처는 한번 만든 것으로 끝나는 결과물이 아니라 상설 조직(예: 에스토니아 RIA, 싱가포르 GovTech)이 상호운용성 규정/지침을 업데이트해 가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이와 같은 개발/관리 작업은 정부 부처나 기업, 연구소/대학 등에서 겸직 형태로 참여하는 위원과 파견 직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 비교할 문제는 아니지만, 싱가포르는 스마트 국가 정책/전략을 주관하는 SNDGG 외에 약 3천명(개발자 700명 포함)의 직원을 가진 실행조직인 기술청(GovTech)을 운영하고 있다(김명희, 2020). 


  셋째, 디플정 사업의 장/단기 예산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당초 목표한 수준의 시스템은 구현할 수 없을 것이며 과제별 진도의 불균형으로 인해 오히려 자원이 낭비될 수도 있다. 2024년도 디플정 사업 예산 약 9,386억원은 전체 정부 예산 약 656.9조원의 약 1.4%에 해당한다. 2023년도 우리나라 57개 중앙행정기관과 245개 지자체를 포함한 국가정보화 투자 규모는 약 10.5조원이며, 그중 국정과제 예산은 약 3.9조원이다(아주경제, 2022. 12. 6일자). 디플정 사업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야 할 상당히 많은 정보화 사업이 추진 중인 것이다. 참고로, 싱가포르 정부는 스마트 국가 사업에 지난 5년간 총 160억불(약 21조원)을 투자했으며, 2024년 ICT 예산은 33억불(약 4.5조원)로 2023년도 정부 예산 101.6조원의 약 3.2%에 해당한다(Govtech, 2023). 

   싱가포르 스마트 국가 사업에는 집계되지 않은 민간 부문의 자발적 투자가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디플정 사업은 이상(dream)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다. 적정 수준에 미달하는 자금으로는 고난도의 과제를 해결할 ‘드림팀’을 구성할 수 없으며 결국 저품질-고위험 시스템이 만들어질 소지가 있다. 디플정은 특성상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 하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규모 사업이며 정부 혁신을 넘어서 경제/사회 혁신과 맞물려야 할 사업이기에 범정부 차원의 사업/예산을 결집하고 민간의 영리/비영리 목적 사업과 연계되어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여야 한다. 민간 부문이 디플정의 설계/구현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2025년까지 정부 예산만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며 결과물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사업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제안

   디플정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단기 대책으로 디플정 플랫폼 아키텍처를 집중 개발, 관리하고 민간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장기 대책으로 디지털 국가에 대한 비전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디플정 사업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DPG 허브 플랫폼을 개방적, 중립적 구조로 정의한 후에 정부/민간의 리거시 시스템을 연결하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대규모, 복합 시스템인 디플정이나 디지털 국가가 개인, 기업, 정부 이용자에게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애플리케이션의 참신성, 편의성, 안전성, 안정성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서비스/애플리케이션의 기능/성능은 인프라의 규모(예: 서버 용량과 숫자)와 수준(예: 4G 또는 5G 통신망), 그리고 그 위에서 작동할 플랫폼의 수준 등에 좌우된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상호연결성(interconnectivity)을 제공하지만, 상호운용성은 고수준의 기술/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보장할 수 있다. 상호연결성은 송신자와 수신자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준이지만, 상호운용성은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참여자들이 일정 기간,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에스토니아 디지털 정부의 확장성과 안정성, 보안성 등은 20여년 동안 발전시킨 X-Road의 우수성에서 비롯된다. 그 위에 최소 데이터 원칙(Once-only principle), 상호운용성 규정(MEAC, 2011) 같은 법/제도가 있었기에 재사용/공유 가능한 빌딩 블록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최소 데이터 원칙’은 2007년 제정된 공중정보법(Public Information Act)에서 동일 데이터를 2개 이상 DB에 유지할 수 없도록 하고, 2014년에는 경제활동코드법(Economic Activities Code Act)에서 정부가 하나의 데이터를 국민에게 두 번 입력하도록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원칙을 가리킨다. ‘상호운용성 규정’은 경제소통부(MEAC)가 2011년에 처음 제정하고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2019년에 시작된 독일/EU의 GAIA-X도 지금은 비전을 뒷받침할 플랫폼 아키텍처와 핵심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AISBL, 2021). 에스토니아와 싱가포르는 정부 기관이 아키텍처 개발/관리를 주도하였으나 GAIA-X는 이질적 상품/기술을 보유한 민간 기업/연구소 등이 그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진도가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2022/23년에 GAIA-X Federation Services(GXFS-DE)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컴포넌트의 집합이 개발되었으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 스페이스(즉, 빅데이터 공유 사업)에 적용하기 곤란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Strnadl, 2023). 우리나라는 NIA가 2014년부터 정부 R&D 과제로 개발하기 시작해서 2020년부터 정보화 사업으로 보급, 확산, 생태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는 K-PaaS(구 PaaS-TA)와 오픈소스로 개발, 활용되고 있는 X-Road의 기술/경험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수준의 아키텍처를 다룰 수 있는 지식과 실무 경험을 가진 국내 전문가는 실제 그리 많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 쪽에서는 10여년에 걸쳐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와 K-PaaS를 발전시켜 온 NIA 전문가, 민간에서는 대규모 사업의 PM 또는 아키텍트 경험이 있는 기술자 등이 참여해야 할 것이다. 디플정 사업은, 에스토니아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 플랫폼이 창의적 아이디어와 재능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기가 만든 서비스를 연결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활용할 때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둘째, 디플정을 정부와 민간, 특히 국내 플랫폼 기업이 함께 개발-운영하고 수익을 나누는 공동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정의하고 역할분담을 통해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디플정을 통해 행정 효율화를 넘어선 경제적/사회적 가치(예: GovTech 선도기업의 해외 진출, 지역 혁신)를 달성하려면, 기업과 개인이 가진 기술, 자금, 인재, 컴퓨팅 자원 등을 결집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2000년대 이전에는 정부가 R&D를 포함한 국가 혁신생태계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민간의 참여-기여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이다. 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LLM), 슈퍼컴퓨팅, 양자컴퓨터 등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상업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첨단 기술과 제품/서비스를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역량을 갖춘 민간 부문이 앞에 서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식의 협업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다만,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정자/지원자 역할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이 명실상부한 ‘원팀’이 되고 종래의 수직적/수평적 거버넌스가 아닌 ‘협업적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는 장기 목표 설정, 예산 확보, 추진체제 구축, 법/제도 개선, 기반기술에 대한 R&D 지원, 교육훈련 지원, 기술/업무 표준화, 국내/외 협업 네트워크 구축 지원 등을, 플랫폼 기업은 기술/인력/자금 투자, 공공/민간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 사업 수행, 국내/외 시장 개척 등을 담당하는 식으로 책임과 역할(R&R)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WEF(2019)는 정부가 플랫폼 기업을 파트너로 삼아 자신의 책무인 촉진/규제자 역할과 공공 플랫폼 구축-운영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전략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에스토니아와 싱가포르에서도 입증된 성공전략이다. 


  셋째, 디플정보다 더 큰 비전을 가진 디지털 국가 사업으로 확대해서 그에 알맞은 목표와 단기/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합리적 자원 운영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을 제안한다. 단기 계획은 디지털 국가 비전을 뒷받침할 핵심 과제를 포함하되 조직, 인력, 예산 등 확보 가능한 자원/역량의 제약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민간이 함께 활용할 개방적 아키텍처 설계와 플랫폼 구축은 기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그에 따라 행정 합리화(예: 데이터 기반 행정)와 국내 산업 보호(예: AI와 클라우드 관련 공급/수요 산업), 신산업 육성(예: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융합산업), 국민생활 편익 향상(예: 기업/국민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등을 위한 서비스를 효율적, 효과적으로 개발, 제공하게 될 것이다. 장기 계획은 기술적 난이도나 정책적 긴요도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과제와 법/제도 및 조직 문화/역량 개선, 조직별 임무/기능과 사업/예산 조정 같은 과제들이 포함될 것이다. 디지털 국가 건설은 독일/EU처럼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산업 공략에 대응하는 수비 전략이면서 에스토니아처럼 민관이 함께 플랫폼과 서비스를 개발, 수출하는 공격 전략이 될 수 있다. 


마무리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요소로 다양한 역량을 가진 다수의 혁신가들을 모아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생산-유통-소비하고 이를 다시 선순환하는 혁신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플랫폼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나 재화를 생산-판매하는 기업, 그리고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일반 국민 모두에게 효율과 편익을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의 국가 혁신생태계(NIS)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국가는 정부/공공 부문의 플랫폼 생태계와 기업 중심의 플랫폼 생태계, 그리고 대학/연구기관의 R&D 네트워크를 국가 차원에서 연결, 통합함으로써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에스토니아나 싱가포르는 디지털 정부나 플랫폼 정부를 넘어서는 미래 국가의 모습인 디지털 국가에 근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디지털 정부를 실현한 가운데 2022년 초부터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3년차를 맞은 디플정 사업은 핵심 요소인 DPG 허브라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기술 아키텍처가 불명확하고 핵심 조직의 권한/책임과 인력이 부족하며 적정 규모의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난관이 예상된다. 필자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완화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기술 측면에서는 핵심 요소인 DPG 허브를 집중 개발한 후 각종 서비스 연결/개발을 추진하고, 관리 측면에서는 디플정을 정부-민간 공동사업으로 정의해서 충분한 자원과 역량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장기 대책으로는 디플정을 ‘디지털 국가’ 사업으로 재정립해서 더 크고 원대한 비전하에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멀리 가려면 신발끈부터 확실하게 묶고 시작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국가 사업은 정부가 플랫폼에 대한 규제자와 촉진자 역할을 모두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국내 시장을 지키고 있는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정부가 일방적인 규제자가 되기보다는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을 결집해서 함께 규제와 촉진을 도모한다면 더 바람직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선택이 10~20년 후의 국가 위상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김명희(2020), “싱가포르 스마트 네이션의 분석과 함의: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의 실행적 수단을 중심으로”, 융합정보논문지, 11(1).

∙디플정위-a(2023),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4. 14.

∙디플정위-b(2023), 세상을 바꾸는 디지털플랫폼정부(표준 교재),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11. 23. 

∙아주경제(2022), "2023년 국가정보화 예산 10조4741억…전년비 9.2% 감소", 12. 6일자.

∙AISBL(2021), Gaia-X Architecture Document(21.12 Release), Gaia-X European Association for Data and Cloud(AISBL). 

∙Govtech(2023), https://www.tech.gov.sg/media/media-releases, Singapore 기술청 홈페이지, 5. 24.

∙MEAC(2011), Interoperability of the State Information Systems(v.3.0), Estonia Ministry of Economic Affairs and Communication(경제소통부). 

∙Strnadl, C.(2023), GAIA-X Technical Implementation Architecture, iECO Project, Software AG, August 9.

∙WEF(2019), ‘Platforms and Ecosystems, Enabling Digital Economy’, Briefing Paper, World Economic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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