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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Apr 12. 2024

디지털 혁신 전략: 개념과 절차

디지털 혁신-07

전략의 일반적 의미와 절차

   전략(strategy)은 기업이 현재 상태(AS-IS)로부터 미래의 목표 상태(TO-BE)로 이전해 가는데 필요한 혁신 활동들을 탐색하고 전환계획(transition plan)을 수립하는 작업 또는 그 결과물을 가리킨다. 마케팅 관점에서 전략은 시장(또는 산업) 내에서 (제품/서비스나 브랜드를 통해) 기업의 역량에 가장 잘 맞는 위치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오늘날 기업은 공급자 관점의 ‘산업’보다는 수요자 관점의 ‘시장’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0년대 이후 시장 권력은 기업보다는 소비자가 주도하게 되었고, 2000년대 이후 융합 기술/상품이 확대되면서 인간의 욕구/기대에 초점을 둔 다양한 융합(신)산업(예: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모빌리티)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은 기업 전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최고경영층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이다. 중간관리층은 전략을 뒷받침하는 전술(tactic)을 선정하고 일선 실무층은 구체적인 운영(operation, 작업)을 통해 전술을 수행한다. ‘전략-전술’과 ‘전술-운영’은 각각 목적(ends)-수단(means) 관계인 것이다. 잘못된 ‘방향’(: 전략‘)으로 ‘전력 질주’(: 전술) 하는 것은 자원 낭비일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잃는 결과가 된다. 


   전략은 기본적으로 ① 예측: 시장, 제품/서비스 수요, 경쟁, 기술, 인력 등, ② 환경 분석: 법/제도, 사회/경제, 시장 등, ③ 기업 또는 생태계 분석: 제품/서비스, 프로세스, 정보/지식/인재, 기술, 경쟁/협업 등, ④ 핵심역량 분석: 기술, 자산, 활동, 파트너, ⑤ 자원 할당: 인력/조직, 예산, 자금 등, ⑥ 사업별 개략 계획: 목표, 범위, 접근방법, 실행계획 등을 포함한다. 전략은 통상 아래 예시한 것과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된다. 다만, 오늘날 전략 수립은 과거와 같은 간헐적 & 일과성(一過性) 프로세스가 아니라 기업 내/외부의 크고 작은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역동적으로 업데이트하는 프로세스이어야 한다. 

 1. 전략 착수(initiation) ‘AS-IS 분석’, 주로 SWOT 분석 활용

   ; 비전, 임무, 목표 설정, 산업 전반, 경쟁업체, 기업 내부 분석 

 2. 전략 수립(formulation) ‘TO-BE 설계’

   ; 기회 식별, 포트폴리오 결정, 비용대효과와 위험 분석, 기본구조 정의

 3. 전략 구현(implementation) ‘이행방안 설계’

   ; 가용 자원 분석, 목표별 세부 실행계획 작성

 4. 전략 평가(assessment) ‘개선방안 모색’

   ;  정성적/계량적 지표별 성과 분석, 성공/실패에 따른 후속조치. 


디지털 혁신 전략의 특성

   디지털 혁신 전략-전술은 기업혁신 전략의 하위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혁신은 기업혁신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지속 성장하거나 최소한 유지되도록 할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성장 또는 유지를 위해 기업은 때로는 공격 전략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때로는 수비 전략으로 내부 자원과 역량, 기존 고객/시장을 지키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수행한다. 디지털 혁신은 기업혁신을 위한 공격/수비 양쪽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전술이다. 최고경영층은 디지털화를 통해 이룩할 목표와 접근방향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중간관리층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들을 선택하는 전술적 판단을 담당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 전략을 뒷받침할 전술적 이슈는, 예를 들면, 디지털 기술 선택-조합, 자원/역량 확보방안 결정, 시스템 개발방법론 선택 등이다.


   기존 OOO를 디지털화하기 위한 신기술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통신/기기, IoT, AR/VR/메타버스, 3D 프린팅, 로봇/드론, 블록체인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필요한 자원/역량은 자체 개발하거나 구매, 조달, 임차/리스, 라이센싱, 클라우드(cloud) 서비스 이용, 크라우드(crowd) 소싱/펀딩 등 방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시스템 개발방법론은 전통적 폭포수(Waterfall) 모형이나 애자일(agile) 모형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디지털화 대상 제품/서비스와 프로세스 선정, 직원/파트너 역량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이 전술적 의사결정 문제가 될 것이다. 아래 표는 전사 전략과 디지털 혁신 전략-전술 간의 관계를 예시한 것이다. 


디지털 혁신 전략기존 분류 방식

   종래의 기업혁신 전략은 크게 신제품 개발(NPD: New Product Development)에 초점을 둔 생산 중심 전략과 기존 시장 확대 또는 신시장 개척에 초점을 둔 마케팅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신기술에 대한 R&D,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도출, 개념 정립, 시제품 개발 및 시험 등을, 후자는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목표시장 선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의 과정을 거친다. 여러 가지 기업혁신 전략 중에서 오래전 Ansoff(1957) 교수가 제시한 ‘제품-시장 매트릭스’는 공급자 관점과 수요자 관점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이 모델은 4가지 전략 즉, 기존 제품을 기존 시장에 판매하려는 시장 침투(market penetration), 기존 제품을 신시장에 판매하려는 시장 개발(market development), 기존 시장에 신제품을 판매하려는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 신시장에 신제품을 판매하려는 다각화(diverification) 등을 포함한다. 1980년대 중반, 마이클 포터는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본원적 전략’으로 원가 우위, 차별화, 집중화 등을 제시하였다. 기업은 경쟁 속에서 성장하거나 소멸하지 않고 존속하기 위해 경쟁자 공략, 후발주자 방어, 현상 유지, 기존(또는 새로운) 산업 선도 등 기본 방침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전사 차원의 혁신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디지털 혁신은 위와 같은 전사 차원 기업혁신 전략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하위 전략 중 하나이다. 다만, 디지털 혁신은 특성상 모든 수직적 기능을 커버하는 수평적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하위 전략(예: 마케팅 전략, 신제품 개발 전략)과는 차별화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Deiser(2018)는 디지털 혁신 전략을 비용 절감(save money), 수익 증대(make more money), 수익 창출(make new money)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이는 원래 지멘스(Siemens)가 사용했던 분류 방식으로 디지털 혁신보다는 그 상위 개념인 기업혁신의 목적에 해당한다. ‘비용 절감’은 주로 생산-유통, 경영관리 및 지원, 내/외부 거래와 협업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성과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다. ‘수익 증대’는 주로 제품/서비스를 개선해서 매출/이익을 늘리는 것으로 성과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편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은 획기적 제품/서비스 개발 또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성과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크다. 비슷한 맥락에서 Furr et al.(2022)은 디지털 혁신이 추구해야 할 4가지 영역으로 IT 현대화, 운영의 디지털화, 마케팅의 디지털화, 신사업 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IT 현대화’는 HW, SW, 통신 등 인프라/플랫폼을 업그레이드 함으로써 비용 절감, 직원 만족 등을 기하려는 것이다. ‘운영의 디지털화’는 생산활동이나 조직운영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시간 단축, 비용 절감, 고객 만족을 기하려는 것이다, ‘마케팅의 디지털화’는 판매/영업/고객지원 등에 디지털 도구를 적용함으로써 비용 절감, 신규 고객 획득, 기존 고객 만족 등을 기하려는 것이다. ‘신사업 추진’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서비스나 BM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디지털 혁신은 전사 차원 기업혁신의 일환이지만, 종래의 혁신 전략을 넘어서는 목표(또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위에 소개한 3가지 또는 4가지 전략은 커버하는 범위나 수준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혁신은 종래의 혁신이 추구해 온 비용/원가, 수익, 시장 등 재무 측면의 성과를 넘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고객가치 창출 전략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혁신 전략새로운 유형 분류

   필자는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관점에서 모든 기업이 고려해야 할 혁신 영역을 (고객/기업)가치, 상품, (생산/조직)운영, (공급)역량, (시장)유통 등 5가지로 나누고, 고도화 수준에 따라 영역별로 5가지 혁신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김덕현, 2022). (각 전략의 의미는 필자의 브런치 글, 종이책/전자책, 유데미 강의 등을 참조 바람.)

  1) 가치혁신(Value -): V1. 소비자 필요 충족, V2. 소비자 욕구 충족, V3. 경제적 역할 수행, V4. 사회적 역할 수행, V5. 인류 미래과제 도전

  2) 상품혁신(Product -): P1. 기능/성능 개선, P2. 디자인/구조 개선, P3. 신상품 및 사업 개발, P4. 플랫폼 비즈니스 수행, P5. 문제해결 솔루션 개발 

  3) 운영혁신(Operation -): O1. 중앙집중 생산운영, O2. 분권-일원(分權/一元) 생산운영, O3. 분권-다원(分權/多元) 생산운영, O4. 분산-연합(分散/聯合) 생산운영, O5. 분산-가상(分散/假想) 생산운영

  4) 역량혁신(Capability -): C1. 내부 역량 개발, C2. 외부 역량 도입, C3. 내/외부 역량 연결, C4. 핵심역량 공동활용, C5. 핵심역량 재정립

  5) 유통혁신(Marketing -): M1. 초도(初度)제품 유통, M2. 양산제품 유통, M3. 대량맞춤 유통, M4. 개인화 유통, M5. 생산-소비 수렴 


   위 프레임워크에 의하면, 디지털 혁신 전략은 총 25개 기업혁신 전략에 디지털 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V2. 소비자 욕구 충족’이라는 전사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 전략은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 요구/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며 이를 유통-소비하는 과정에서 감동적 경험을 제공해서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O3. 분권-다원 생산운영’은 여러 가지 제품/서비스를 다양한 내/외부 조직을 통해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참여자들이 공동의 목표와 계획에 따라 주어진 과업을 수행해서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디지털 혁신의 목표가 된다. 같은 방식으로 25개 혁신 전략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혁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 전략 수립추가 이슈

   Matt et al.(2015)은 DX 전략 수립 시 다음 4가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 디지털 기술에 대해서는 표준을 리드하는 마켓 리더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선도기업이 제정한 표준을 준수하면서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DX는 가치사슬 전반 즉, 가치 창출 주체 및 방법의 변화이므로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며 위험도 수반되기에 기업의 비전, 재정, 디지털 역량 등을 감안한 포트폴리오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DX를 위해서는 기술, 인적/물적 자원, 조직, 제도 등을 포함한 기업 전반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DX는 위와 같은 장/단기 변화를 뒷받침할 타당한 재정 확보/운영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DX 전략 수립을 위한 고려사항으로 다음 몇 가지를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O 디지털 기술은 수단(means)일 뿐, 그것 자체가 목적(ends)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기업활동 전반의 효율성, 효과성, 효용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이지만 기술 활용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DX 전략은 인간을 돕고 조직을 개선한다는 근본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인간 작업자를 대체할 목적으로 기술을 도입할 것을 모색한다면 이는 사전에 충분한 타당성이 확보되고 공감대가 조성되어야 한다. 


  O 디지털 기술은 큰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위협도 크다. 

   디지털 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회도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위협도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 또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식별되고 대비책이 마련된 기술, 위험부담을 안더라도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술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도입, 활용해야 한다. 


  O 빠른 기술 변화와 더딘 인간/조직 변화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 

   수단인 디지털 기술과 달리 목적인 인간의 수용이나 조직/제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매우 더디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따라서 DX 전략은 도구인 기술을 적합한 목적(right goal)을 위해 적시(right time,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기)에 적합한 방법(right way, 도입 및 적용 방법)으로 활용한다는 원칙을 기조로 삼아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자체 개발, 구매, 임대, 구독 등을 통해 획득/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 기술을 일시에 전면 교체하기보다는 부분 교체나 점진적 보완/재개발 등을 통해 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O 디지털 전략은 목적, 역할, 영향력 측면에서 종래의 IT 전략과 구분되어야 한다. 

   종래의 IT 전략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IT 자산(예: 컴퓨터 HW, SW, DB, 통신망, 애플리케이션, 인력)을 효율적/효과적으로 확보, 운영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전사 차원 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디지털 전략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기업의 성장 동력인 제품/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프로세스 및 조직 등의 혁신에 초점을 둔 것이기에 전사 혁신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과거 IT 부문은 지원자(enabler)로서 비용지출부서(cost center)였다면 디지털 부문은 변환자(transformer)로서 이윤창출부서(profit center)가 되어야 한다. // 


<참고문헌>

∙Ansoff, H. Igor(1957), “Strategies for Diversific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35(5), Sep-Oct., pp. 113-124.

∙Deiser, Roland(2018), ‘Digital Transformation Challenges in Large and Complex Organizations’, White Paper, CFFO,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Furr, Nathan, A. Shipilov, D. Rouillard, and A. Hemon-Laurens(2022), "The 4 Pillars of Successful Digital Transformations", Havard Business Review, Jan.

∙Matt, Christian, Thomas Hess, Alexander Benlian(2015), “Digital Transformation Strategies”, Business Information System Engineering,  57(5), pp.339~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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