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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Apr 01. 2024

디지털 혁신 성숙도 평가

디지털 혁신-06

디지털 혁신(DX) 성숙도란?

   DX라는 ‘처음 출전하는 경주’에서 승리하려면 먼저 게임의 성격과 규칙을 숙지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부족한 부분을 채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성숙도 평가는 강/약점을 진단하기 위한 작업이고 그 뒤에 이어질 전략 수립은 알맞은 수단 또는 경로를 선택하는 작업이다. DX를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기업은 자사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알맞은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DX 수준은 착수 시점에서 보면 ‘준비도(readiness)’, 어느 정도 진행한 상태에서는 ‘성숙도(maturity)’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텐데 여기에서는 2가지 용어를 구분 없이 사용할 것이다. 참고로, R&D 관리에서는 다음 단계, 예를 들면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로, 시험개발로, 나아가 사업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 평가할 때 NASA가 개발한 기술준비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모형을 사용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의 역량을 측정할 때는 통상 카네기멜론大가 개발한 능력성숙도통합(평가)모델(CMMI: 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을 사용한다. 


   DX 성숙도 평가는 DX 구성요소 중 어느 항목이 넘치거나 부족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작업이다. ‘전략 수립’은 평가 결과에 입각해서 현재 수준(‘AS-IS’)과 목표 수준(‘TO-BE’) 간의 차이(gap)를 언제까지, 어떻게 좁힐 것인지를 탐색, 결정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이는 우리가 건강진단을 통해 신체 부위별 ‘적정 건강 지수’에 비해 부족하거나 넘치는 부분을 체크해서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을 통해 관리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DX 성숙도 평가에 적용하는 목표 수준은 산업 내 또는 타 산업의 선도기업 수준(예: 3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벤치마크한 것일 수도 있고 경영진이 전략적으로 설정한 수준(예: 직원의 50% 이상이 생성형 AI 활용 가능)일 수도 있다. DX 성숙도와 DX 성과지표는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다. 성숙도여러 기업의 수준을 상대 비교하기 위한 포괄적이면서 일반화 가능한 지표지만, 성과지표특정 기업 전략이나 프로젝트의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기에 국부적이고 특정 영역에 편향될 수 있다. 특히,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ex)는 측정, 관리하기 쉬운 3~4개(예: 매출액/영업이익률, 시장점유율)를 선정,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 DX 성숙도 평가 모형

   DX 성숙도 평가모형(이하, DMM)은 지난 글에서 소개한 DX 프레임워크의 부분 집합이기에 이것 또한 컨설팅 기업과 전문가들이 조금씩 다른 관점/초점으로 정의한 여러 가지 모형이 나와 있다. Teichert(2019)는 22개 DMM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었다. 2010년대 초에 컨설팅 기업이 개발한 DMM이 처음 등장했으며, 2010년대 중반 이후 학계의 연구 결과가 등장하였다. 기업이 개발한 모형은 대부분 전체 산업/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형 모형인 반면, 학계의 결과물은 특정 산업(예: 제조, 통신)을 대상으로 한 이론 중심 모형이다. 대부분의 DMM은 4~9개 영역(dimension)을 평가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중 디지털 문화, 기술, 운영 및 프로세스, 디지털 전략 등의 빈도가 높으며 가장 빈도가 낮은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DX 성숙도 평가는 기업은 물론 정부/공공기관,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OECD의 ‘디지털경제·사회지표’(Digital Economy and Society Index)는 한 국가의 연결성, 인적 자본, 인터넷 활용, 디지털 기술 통합, 디지털 공공 서비스 등을 평가한다. IMD의 ‘세계 디지털 경쟁력 순위’(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는 지식(: 인재, 교육훈련, 과학집중도), 기술(: 규제, 자본투자, 기술 프레임워크), 미래준비도(: 적응적 태도, 비즈니스 기민성, IT 통합) 등 3개 영역, 9개 세부 지표를 측정한다. 반면, 남호주정부(GSA: Gov. of South Australia)는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을 일반기업처럼 평가하는 모형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 이 글은 기업혁신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OECD나 IMD의 모형은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정부 조직인 GSA, 컨설팅 기업인 Neuland, IDC, BCG, 딜로이트, 그리고 컨소시엄인 Open ROADS 등이 제시한 DMM의 평가 영역을 소개할 것이다. 다만, GSA를 제외한 기업 개발 DMM의 세부 지표 구성과 측정 절차/방법 등은 대부분 비공개 자료이어서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자료만을 활용한 것임을 밝혀둔다. GSA는 2010년대 초부터 정부/공공기관의 DX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성숙도 모형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성숙도 평가 도구, DX 우선순위 도구, 디지털 전략 템플릿, 디지털 전략 실행계획 템플릿 등을 포함한 툴킷(toolkit)을 개발, 보급하였다(GSA, 2015). ‘성숙도 평가 도구’는 5가지 영역 즉, 거버넌스와 리더십, 사람과 문화, 역량과 능력, 혁신, 기술 등을 평가한다. 이는 영역별 수준이 최소/준비 단계(minimal), 비공식 & 반응적, 전환 시작(transitional), 고객 중심, 전환 완료(transformed) 등 5개 단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20여 개의 체크리스트, 5개 영역 전체로는 100여 개의 체크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제약업이 주력 사업인 독일 노이란드(Neuland)社는 로이틀링겐(Reutlingen)大와 함께 DMM을 개발하였다(Neuland, 2014). <그림-1>은 평가 모형의 8개 영역과 세부 지표, 5개 수준을 도식화한 것이다. 8개 영역은 전략, 리더십, 제품, (생산)운영, 문화, 사람(직원), 거버넌스, 기술 등이다.     

<그림-1> 독일 노이란드의 DX 성숙도 평가 모형(출처: Neuland, 2014)    

 

   IDC의 평가 모형은 리더십, 옴니 채널/경험, 데이터(information), 운영모델, 작업인력(worksource) 등 5개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딜로이트고객(: 고객경험, 멀티/옴니채널), 전략, 기술, (생산)운영, 조직/문화 등 5개 영역(: 28개 세부 영역, 179개 지표)을 설정하고 있다(Deloitte, 2018). Open ROADS 컨소시엄의 ODMM(Open Digital Maturity Model)전략, 고객, 디지털 문화/인재/역량, 혁신/애자일, 빅데이터/AI, 기술 리더십 등 6개 영역을 평가 대상으로 한다. BCGDigital Acceleration Index(DAI)디지털 전략, 디지털 중추(Core), 신사업, 촉진환경 등 4개 영역(: 42개의 세부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그림-2> 참조).   

  

<그림-2> BCG’s Digital Holistic Framework (출처: Andre, 2021) 


   DAI의 ‘디지털 중추’는 시장유통(: 고객여정, 제품개발, 디지털 마케팅, 개인화, 차세대 판매, 디지털 가격 책정), 생산운영(: 제조, 디지털 공급망, 조달, 서비스 생산), 관리지원(: 본부, 공통서비스, 고객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촉진환경(enabler)’ 영역은 작업방식(: 리더십과 문화, 조직/거버넌스, 역량/직원, 기민성, 촉진자), 데이터/기술 활용(: 데이터 전략, 데이터 거버넌스, AI, 디지털/데이터 플랫폼, 최고 수준 기술, DevOps, IoT, 사이버 보안), 생태계 통합(: 디지털 유통, 디지털 생산운영) 등을 포함한다. 이론 연구 중 하나로 Bumann & Peter(2019)는 22개의 DMM에서 전략(: 트렌드 분석, 공식화된 디지털 전략, 의사소통 전략, 자원 확보 전략 등), 조직(: 파트너/생태계, 기민성, 부서/기능간 협력, R&D/창업), 문화(: 실험과 실패용인, 권한위임, 디지털 리더), 기술(: 신기술 도입, 인프라/플랫폼 업그레이드, 보안), 고객(: 상호작용 채널, 고객 이해/분석, 고객 참여), 사람(: 교육훈련, 역량개발, 유연한 고용계약) 등의 영역 및 세부 영역을 식별하였다. 

 

디지털 혁신 평가 모형 제안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DX 성숙도 평가는 다양한 기준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디지털 리더는 기존 모형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자사 여건에 알맞은 모형을 개발 또는 맞춤화(customization) 사용하여야 한다. 필자는 위에서 소개한 여러 성숙도 평가 모형을 참고해서 평가 영역을 전략/거버넌스, 프로세스, 상품/사업, 고객관계, 사람/조직, 기술 등 6개 그룹으로 나누고자 한다. 전략/거버넌스는 최고경영층의 전략적 의사결정, {프로세스, 상품/사업, 고객관계}는 중간관리층의 전술적 의사결정, 그리고 사람/조직과 기술은 일선 실무층의 일상적 업무/운영 능력을 디지털화 대상으로 정의한 것이다. 영역별 수준(예: 1~5 단계)은 아래 예시한 것과 같은 질문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G. 전략/거버넌스>

G1. 전략 수립: 전사 경영 전략에 부합하는 DX 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있는가?

G2. 리더십: DX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 열정을 가진 CDO와 챔피언을 확보하고 있는가?

G3. 제도/절차: DX 전략 수립 및 실행에 필요한 제도/절차가 공식화되어 있는가?

G4. 예산/투자: DX 추진에 필요한 장/단기 예산을 확보해서 균형 있게 투자하고 있는가? 

G5. 성과관리: 객관적 성과지표를 통해 전사 및 사업별 DX 성과관리를 실행하고 있는가? 

<P. 프로세스>

P1. R&D/기획: 기술개발과 상품(또는 사업) 기획에 디지털 기술(DT)을 활용하고 있는가?

P2. 구매/조달: 물적/인적/지적 자원과 역량의 구매/조달에 DT를 활용하고 있는가?

P3. 생산/운영: 상품(또는 사업) 개발에 DT를 활용하고 있는가? 

P4. 판매/전달: 상품 판매나 서비스 전달(유통)에 DT를 활용하고 있는가?

P5. 사후지원: 상품 판매/전달 후 고객지원(또는 유지보수)에 DT를 활용하고 있는가?

P6. 경영관리/지원: 경영 의사결정이나 현업의 관리/사무에 DT를 활용하고 있는가?

<V. 상품/사업> 

V1. 디지털 상품: 매출(또는 긍정적 고객 평판)을 얻고 있는 디지털 상품이 있는가? 

V2. 디지털 자산: 디지털 상품에 투입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예: SW, 플랫폼)이 있는가?

V3. 부가 서비스: 고객에게 제공되는 디지털화 된 부가 서비스(예: 뉴스레터) 있는가?

V4. 새로운 수익모델: DT를 활용한 새로운 수익모델(예: 임대, 구독료, 수수료)이 있는가?

V5. 새로운 사업: DT를 적용한 신사업이 있으며 수익을 내고 있는가? 

<C. 고객관계>

C1. 고객 이해: DX 관련 이해관계자를 식별하고 각각의 기대나 요구를 파악하고 있는가?  

C2. 고객 경험: 고객 접점과 고객 여정 전반에서 알맞은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C3. 고객 반응: DX 추진 과정/결과에 대해 내/외부 고객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가?

C4. 고객 참여: 디지털 상품/사업 개발 및 판매 과정에 고객이 참여하고 있는가? 

<O. 인력/조직>

O1. 직원 역량: 직원들이 DX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기술/업무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가? 

O2. 파트너 역량: 생산-유통에 참여하는 협력업체가 충분한 기술/업무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가? 

O3. 조직구조: 단위조직들이 ‘책임과 자율’ 기조 하에서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는가?

O4. 조직문화: 개방적, 협력적 조직문화 속에서 ‘디지털 퍼스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가? 

<T. 기술 역량>

T1. 아키텍처: 전사 차원 DX의 업무/애플리케이션/데이터/기술 구조를 정의, 운영하고 있는가? 

T2. 연결/통합: 프로세스 관리와 통신 기술을 활용해서 상품 및 업무를 통합하고 있는가?

T3. 지능화/자동화: 지능적 SW, RPA, 로봇, 드론 등을 도입, 활용하고 있는가?

T4. 데이터/분석: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서 AI,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 활용하고 있는가?

T5. 인프라/보안: 컴퓨터 HW/SW, 통신망, 클라우드 등에 대한 보호체계를 운영하고 있는가?

T6. 신기술: DX 성과를 높일 신기술(예: VR/AR/메타버스, 블록체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가?  

   

   각 영역 및 세부 영역에 대한 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그림-3>과 같은 현재 수준(AS-IS)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에 이어질 디지털 전략 수립은 수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 전략의 기본방향(예: 경쟁자 공략, 후발주자 방어, 현재 수준 유지, 산업 선도 등) 결정, 목표 수준(TO-BE) 설정, AS-IS와 TO-BE 간 차이를 좁힐 방안 탐색, 결정 등을 수행하는 작업이다.  


       <그림-3> 디지털 전환 성숙도 측정 결과 맵 


참고문헌

∙ Andre, Daniel Dormal(2021), Digital Acceleration Index: The Relationship between Firms’ Digital Maturity and Human Capital & Digital Maturity Trends in Portugal, NOVA School of Business & Economics, May. 

∙ Bumann, Jimmy & Marc K. Peter(2019), “Action Fields of DX, A Review and Comparative Analysis of DX Maturity Models and Frameworks” in ‘Digitalization and Other Forms of Innovation in Management’ edited by Arie Hans Verkuil, Knut Hinkelmann, and Marc Aeschbacher.

∙ Deloitte(2018), Digital Maturity Model, Feb.

∙ GSA(2015), Digital Transformation Toolkit Guide, v.4.2. The Office for Digital Government. 

∙ Neuland(2014), Digital Transformation report 2014, Neuland GmbH & Co. KG, Koeln. 

∙ Teichert, Roman(2019), "Digital Transformation Maturity: A Systematic Review of Literature", Acta Universitatis Agriculturae et Silviculturae Mendelianae Brunensis, 67(6), pp. 1673–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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