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긍정적 성과와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만들고 있는 이 시기에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촉진과 규제’라는 2가지 수단의 효과적 활용 여부가 국가는 물론 인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대한 국가별 정책은 편의상 ‘촉진 우선’ 정책과 ‘규제 우선’ 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 해당하는 에스토니아와 싱가포르는 정부가 앞장서서 공공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어서 민간 기업이나 국민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민간 부문의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식이다. 반면, 후자에 해당하는 미국, 중국, EU, 우리나라 등은 플랫폼에 대한 촉진보다는 규제에 비중을 두고 있고 촉진은 기업의 역할이라는 점이 ‘촉진 우선’ 국가들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늘 국가 차원의 도전과제(예: ICT & 반도체 기술/산업 육성)를 정부가 앞장서서 개척하고 민간이 넘겨받으면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식의 역할분담을 해왔다. 최근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적극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를 묵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EU는 해외 기업의 지역 시장 침투를 적극 규제하면서 지역 내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중국은 정부의 촉진/규제 정책 및 민관 협력이 연계되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플랫폼 촉진/규제 정책 간 연결과 정부-민간 협업이 모두 미흡한 가운데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는 부족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넘치는 상황이다.
플랫폼에 대한 정책은 위와 같이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국가 차원의 기술/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온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든다는 궁극적 목표는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에스토니아와 싱가포르는 미국, 중국, EU, 우리나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그러나 강한 국가이다. 전자에 속하는 국가들은 정부가 스타트업처럼 기민하게 정책을 결정하고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정치/사회 여건을 가진 것이 강점이었을 것이다. 후자에 속하는 국가들은 전자에 속하는 국가들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리거시(legacy) 시스템을 연계, 통합해야 하는 부담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점에서 중간 위치에 있는 국가로서 정부와 민간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고 디지털 국가 비전을 실현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도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하, 본 장에서는 플랫폼 규제 논의의 등장 배경과 필요성, 플랫폼 규제에 대한 기존 접근방법과 한계, 새로운 접근을 위한 기본방향, 그리고 플랫폼 규제/촉진 간 균형 유지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안 제안 등을 다룰 것이다.
플랫폼 경제의 구성요소인 플랫폼 기술/상품/BM/기업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만든 폐해를 줄이거나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상품/기업은 지금까지 기술/경제 측면에서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했지만, 경제/사회 측면의 불공정이나 불평등을 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적보다는 과실이 더 커져서 플랫폼 BM/기업의 존재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신기술은 ‘양날의 검’처럼,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속한 성장을 통해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일부 기업들이 불공정 또는 불합리한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FAMGA나 중국의 BAT, 우리나라 네카라쿠배 등은 공통적으로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서 매출/이익이 늘어났고 이를 서비스 품질 향상에 재투자한 결과 높은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 사용자는 약 30억 명(2023년 기준), 카카오톡, 유튜브, 네이버 등의 국내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각각 4천만 명에 이른다. 2023년 기준, 주요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구글 검색 약 93%(글로벌), 네이버 검색 약 62%(국내), MS 윈도우즈 약 75%(글로벌), 아마존 IaaS 약 44%(글로벌), 넷플릭스 약 21%(글로벌) & 53%(국내 1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48%(국내 1위), 야놀자 60%(국내 사용자 수 1위) 등이다.
위와 같은 결과가 무조건 부정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플랫폼 기업과 규제 당국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새로운 플랫폼 상품/BM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업은 기대 이상으로 급속한 성장을 경험한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양측 모두가 그와 같은 성장세를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만들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급속히 발전한 디지털 기술과 그것에 기반한 디지털 경제는 종래의 법/제도나 관습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에 소비자와 정부뿐만 아니라 중심에 있는 기술자와 기술 기업들조차 당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정부로서는 규제 필요성은 점점 더 크게 느끼지만, 효과적인 규제 방안을 찾고 실행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일찍부터 여러 학자, 전문가 등이 제기해 왔다. 그러나, 참여자 그룹 간 이해가 상충하는 데다가 다양한 영역의 지식/경험이 필요한 주제이어서 그 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Parker et al.(2016)은 플랫폼 접근성, 호환성, 가격 공정성,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국가 차원의 정보자산 통제, 세금, 노동 등에 대한 정부 규제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다만, 그는 독점적 시장지배력 자체를 규제하는 것보다 플랫폼 기업의 외부성(externality) 효과 관리 실패, 지배력 남용, 이용자 수 조작, 혁신 지연 등을 규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외부성 효과 관리 실패’는 예를 들면,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는 것을 가리킨다. Jacobides(2019)는 플랫폼 기업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약한 보완자를 악용하거나 올바른 접근방법을 몰라서 생태계 발전에 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강력한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참여하는 기업을 위한 (촉진) 프레임워크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정부는 플랫폼 기업이 혁신을 지속하도록 촉진자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Gawer(2021)는 플랫폼 기업이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조작해서 불공정 거래를 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도구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Dolata & Schrape(2022)는 IMF의 분석과 타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플랫폼 기업이 GDP, 고용 등 거시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다고 하였다. 이는 플랫폼 BM 대부분이 물적 자산보다는 지적 자산을 활용하고 내부보다는 외부의 물적/인적 자산을 더 많이 연결, 활용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Cusumano et el.(2021)은 디지털 플랫폼이 확산하기 전에 등장했던 영화, 비디오 게임, TV 광고 등 과거 사례에 대한 검토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자율규제와 정부 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Ozalp et al.(2022)은 플랫폼 기업이 4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기존 법/제도에 의한 규제가 매우 심한 의료, 교육 등 산업까지도 ‘디지털 식민지화(Digital Colonization)’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그와 같은 전략이 향후 규제가 약한 금융, 에너지 등에도 확산할 것이라고 하였다. 플랫폼 기업은 ① (기존 산업에) 데이터 인프라 서비스 제공, ② 산업에 대한 데이터 직/간접 획득 ③ 데이터 기반 통찰 제공 ④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 등 4단계를 거쳐 전통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의 그와 같은 전략은 기존 규제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기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 교환/공유와 이동성/이식성 등을 규제하고, 전통산업은 디지털화를 포함한 내부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이고 있다. 박강민/김준연(2021), 김덕현(2022, 2023) 등은 글로벌 테크기업들이 M&A, 수직통합, 수평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새로이 등장하는 여러 가지 융합산업의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하였다. 정부/공공은 기술, 전략, 실행 측면에서 매우 빠르게 앞서가는 글로벌 테크기업을 따라잡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정부/공공과의 협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관련 기존 연구들은 주로 규제 필요성과 규제 대상 및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나 최근 AI를 포함한 플랫폼 기술/산업의 변화와 그로 인해 나타날 경제-사회 변화를 감안하면 규제 대상이나 규제 방법에 대한 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플랫폼 생태계의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아서 생태계 자체와 플랫폼 BM의 가치가 스스로 쇠퇴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일이다. 나아가 생성형 AI처럼 플랫폼 생태계, 나아가 산업생태계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로 인해 대다수 디지털 시스템에서 플랫폼 계층은 늘어나고 애플리케이션(예: SaaS, 모바일 앱) 계층은 축소되는 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나 의회가 발 빠르게 법률이나 지침을 제정한다고 해도 전통산업을 보호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며 국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엄청난 경제-사회 변혁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에 대한 방침 결정을 미룰 수도 없다. 자율규제와 정부 규제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Cusumano et el.(2021)의 제안은 이론과 실제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다. 과거 영화, 방송, 게임 등에 대한 규제는 이해관계자들이 문제를 이해, 공감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황이었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같은 신기술, 신산업에 대해서도 유효한 방법이 될는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deadlock)를 벗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누가(: 주체), 무엇을(: 대상), 어떻게(: 방법론) 규제할 것인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접근방안이 매우 절실하다.
법학자인 Cohen(2017)은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조직으로 기존 시장에 진입(또는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대체/재구현(replace & rematerialize)한다’고 하였다. 플랫폼 (BM/기업)이 시장에 대한 개념과 운영방식 즉, 자본주의의 근간을 바꿀 정도의 큰 변혁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를 앞에 놓고 정부나 의회가 관행을 근거로 성급한 대책을 만들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지혜를 모아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효과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단,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술, BM 등이 누구도 원하지 않는 폐해를 일으킬 경우, 이를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법률에 의한 규제는 타이밍을 놓칠 수밖에 없기에 적어도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새로운 접근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크기로 다가오고 있는 기술-경제-사회 대변혁을 정부/공공기관이 낡은 기준과 절차에 따라 법/제도를 정비하고 플랫폼 기업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다. 실험적 대안으로 이해관계자 그룹별 대표가 참여하는 전담조직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전담조직은 규제(또는 촉진)가 필요한 문제의 제기/접수로부터 문제 이해/정의, 조사분석, 협의/조정을 통한 해결책 모색, 관련 조직(예: 정부, 기업, 단체, 개인)에 해결책 실행 요청, 결과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등을 담당해야 한다. 이 조직은 행정/법률/기술 전문가, 생산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대표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조직이어야 하며 임무 수행에 필요한 공권력을 갖춰야 한다.
플랫폼 경제가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수단이라면, 이해관계자 모두가 협력해서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촉진과 규제에 대한 균형을 통해 그것이 지속가능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촉진과 규제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됨으로 인해 (특히, 국내) 플랫폼 기업이 고사하거나 국가 경제/사회 발전에 커다란 위협이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 대상은 그동안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개인정보 및 비밀자료 보호 등이 위주였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 차원에서 인간의 저작권 침해나 창의성 제한, 노동과 고용에 대한 영향, 전통산업 및 신산업 생태계 혼란 등도 포함해야 한다. 규제 방법은 정부/공공에 의한 사전/사후 규제 위주였던 것을 플랫폼 수명주기 전 단계에서 이해관계자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소비자/정부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기술자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므로 양자/다자간 긴밀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 어떤 방안이든, 새로운 규제는 법률가나 행정가뿐만 아니라 기술자, 기업가, 일반 사용자 등이 함께 만들고 모니터링 & 조정하면서 계속 발전시켜 간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본연의 경제적/사회적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며, 플랫폼 사업이 없는 일반기업은 기존 사업을 플랫폼 BM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정부와 일반 국민은 한편으로는 플랫폼 이용자/소비자로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고 지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플랫폼이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직/간접 규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우선 생태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외부 보완자에 의한 혁신 비중과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개방적 거버넌스와 개방형 아키텍처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방적 거버넌스는 생태계 구성-운영 관련 의사결정에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의 요구/기대를 반영하는 식의 제도/절차를 포함한다. 개방형 아키텍처는 다양한 제품/서비스/솔루션 등이 쉽게 접목될 수 있는 기술구조를 가리킨다.
이하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촉진을 별개가 아닌 하나로 연결해서 국가 차원의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드는 방안으로 ① 정부와 플랫폼 기업 간 파트너십, ② 플랫폼 생태계 발전단계별 차별화된 규제 적용, ③ 국가 이익을 고려한 플랫폼 규제, ④ 사슬형 플랫폼 BM과 원탁형 플랫폼 BM에 대한 규제 차별화 등 4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디지털 경제 보고서(2019)에서 제시한 것으로 국가와 인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정부와 플랫폼 기업이 공동 투자와 협업을 통해 효율적, 효과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기술적 역량과 시장/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정부는 기업에 도움이 될 새로운 도전과제와 초기시장 창출 능력, 그리고 규제/촉진 권한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 정부와 민간 기업이 파트너가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제약이 있겠지만, 피차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정부/공공기관이 국내 기업보다는 기술이나 경험이 많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협력하는 일이 많은데 그에 앞서서 국내 기업과 협업하고 성공하는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획일적 기준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상품, BM, 그리고 플랫폼 생태계 발전단계별로 차별화된 규제/촉진 정책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2023년 9월, EU가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에 따라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MS 6개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지정한 취지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상품(예: SNS, 중개, 검색, OS, 광고)의 시장지배력이 불공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규제하려는 데 있다. 플랫폼 기업의 일반 사업이나 활동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하에서 실효성 있는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계별로 차별화된 규제’를 제안하는 것은 플랫폼 생태계의 수명주기 단계를 태동, 성장, 성숙, 재정립 등 4단계로 나눈다면, 태동 단계에는 ‘규제 프리’로 하고 성장 단계 이후에 규제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태동’ 단계에는 플랫폼 자체의 기술성이나 BM의 혁신성을 감안해서 역량 확대와 시장 창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거래 자체와 이용자 보호를, ‘성숙’ 단계에서는 참여자에 대한 성과 배분의 공정성을 중점적으로 규제하는 식이다. ‘재정립’ 단계에는 생태계 자체는 물론 관련 산업/기업, 이용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점검하면서 투입된 자원과 기량이 새로운 생태계를 건설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셋째, 우리 정부는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 국가 이익을 먼저 고려한 규제 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EU, 미국, 중국, 일본 등의 플랫폼 규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자국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예를 들면, 플랫폼 기술과 선도기업이 부족한 EU는 플랫폼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해 방어적 입장이며,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을 가진 미국은 이용자인 국민 보호에 주안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맞설 수준에 이르지 못한 소수의 플랫폼 기업을 가진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EU의 법/제도와는 철학이나 실행방식이 그들과 달라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이 ‘클라우드 퍼스트’ 정책을 편 것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었지만, 우리 정부가 똑같은 정책을 실행한다면 그것은 다른 의미가 된다. 국내에는 경쟁력을 갖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이 거의 없는 시기이고 수요자인 정부/공공기관이나 전통산업의 기업이 클라우드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없는 상태라면 우수한 기술/제품 경쟁력을 가진 해외 기업의 국내 시장 공략을 돕는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넷째, 사슬형 플랫폼 BM(예: 구글 안드로이드 OS, 카카오 ‘톡’)은 EU처럼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상품의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원탁형 플랫폼 BM(예: 쿠팡 쇼핑, 우아한형제들 배달 중개)은 수익의 공정 분배 여부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사슬형 BM은 사실상 종래의 생산-유통 방식과 마찬가지이어서 기존 법/제도를 근거로 공정 거래 여부를 규제할 수 있지만, 양면/다면 시장을 대상으로 한 원탁형 BM은 플랫폼 기업 내부보다 외부 보완자에 의한 가치 창출과 분배를 확대할 수 있는 개방적 거버넌스 운영 여부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이제 플랫폼 규제/촉진 정책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다음과 같이 Q&A 형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Q1~Q5는 현재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인 주제지만, Q6~Q11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주제들이다.
Q1. 플랫폼 규제를 자율규제로 할 것인가 아니면 공적 규제로 할 것인가?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과 새로이 등장하는 창의적 BM을 규제 당국이 충분히 파악, 이해해서 효과적인 규제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여전히 ‘이윤 추구’가 최상위 목표인 기업이 스스로 규제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
⇨ 사안에 따라 공적 규제와 자율규제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2.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사전에 할 것인가, 아니면 사후에 할 것인가?
성숙 단계에 들어선 플랫폼 사업은 사전 규제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새로이 등장하는 기술/BM을 규제 당국이 사전규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술/BM이 불공정 거래를 야기하고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때 비로소 사후규제를 시작할 수도 없다. 법률 제/개정을 통한 대응은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 여러 분야 전문가 그룹이 포괄적인 가이드라인(단,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할 것을 전제로 함)을 만들어서 사전 지도하고, 기술 적용 결과 또는 제품/서비스 출시 후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때 법/제도를 통해 사후 규제하는 식으로 사안에 따라 2가지 방식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3. 카카오, 네이버 같은 국내 플랫폼 기업을 진흥할 것인가 아니면 규제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진흥 또는 규제할 것인가?
국내에 우수한 플랫폼 기업이 없다면,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플랫폼 인프라(예: 메시징, 자료 검색, 코로나19 방역관리)마저도 외산 솔루션에 의지해야 할 것이다. 고수준의 플랫폼 기술을 국내에 확보하는 노력(예: R&D 투자)이 없다면, 해외 기업과의 협상력조차 확보할 수 없다.
⇨ 국내 플랫폼 기업은 육성/보호하고,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플랫폼 상품/BM은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단, 플랫폼 BM과 상관없는 기업활동(예: 개인정보보호, 세금 납부)은 일반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해야 한다.
Q4. 온라인 플랫폼을 기존 일반법(예: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으로 규제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산업(예: 금융, 방송) 대상 전문법을 제정해서 규제할 것인가?
플랫폼 기술/BM을 포함해서 역동성과 변동성이 높은 새로운 기술/산업을 법률로 규제하는 것은 효율성(: 시간, 비용), 효과성(: 경제 발전, 사회 통합), 효용성(: 이해관계자 만족) 측면에서 매우 제한적이다.
⇨ 굳이 전문법을 제정하지 않고 일반법을 적용해서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률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사회적 규제 장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Q5.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자 지위(독/과점 포함)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부터 규제할 것인가?
플랫폼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와 플랫폼 기업의 혁신 역량에 의해 성장하는 사업이기에 구조적으로 독/과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 단기적으로는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이를 관리하고 규제 당국도 모니터링 &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성과를 생태계 참여자가 공감하는 합리적 평가지표(예: 경제적 책임 plus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로 평가하는 방식을 개발, 적용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Q6. 구글, 애플,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 기업의 국내 사업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를 위해 미국, EU 정부, 그리고 플랫폼 기업들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EU의 ‘소버린(sovereign) 클라우드’ 정책처럼 우리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데이터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정제된 한국어 데이터로 학습한 AI 모델을 만들어서 국내/외에 전파하는 식의 소위 ‘소버린 AI’도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결할 과제 중 하나이다.
⇨ 글로벌 테크기업의 불공정 거래나 소비자/이용자 권익 침해, 국내 사업자로서의 의무 불이행 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외국 정부 및 규제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글로벌 테크기업의 국내 사업에 대한 통제력/협상력을 높여가야 한다.
Q7. 전통산업에 속한 일반기업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플랫폼 BM은 유통/물류, IT/통신, 금융 등 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어야 할 혁신적 BM이다. 실제로 제조업에서는 GE나 지멘스, 농업에서는 존디어나 (바이엘에 합병된) 몬산토 등이 플랫폼 사업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 개별기업에 대한 ‘나눠주기 식’ 지원에 앞서서 산업(별) 플랫폼(예: 독일 자동차 산업의 Catena-X)을 구축해야 한다. 그다음에 전통산업에 속한 일반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이나 AI 전환(AX)이 산업별 플랫폼 위에 구축되도록 유도함으로써 노력의 중복, 시간/비용 낭비, 시행착오 등을 줄여야 한다.
Q8. 새롭게 등장하는 융합산업을 위한 플랫폼을 어떻게 육성하고 규제할 것인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자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스마트 모빌리티/헬스케어/시티 등 신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오픈AI와 MS, 구글 등이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국내 플랫폼 기업과 솔루션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더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에 불과한 국내 SW기업과 통신사 등이 경쟁적으로 LLM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국내 산학연/민관의 역량을 결집해서 이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
Q9.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이 만들게 될 경제/사회 변화에 대해 어떤 플랫폼 촉진/규제 정책을 수립, 시행할 것인가?
플랫폼에 대한 논의는 정부, 국회, 학계 등이 주목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수직형 플랫폼(예: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시티)과 수평형 플랫폼(예: 산업인터넷 IIoT, 대규모언어모델 LLM)으로 확장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 가지 신기술 기반 플랫폼(예: 자율주행,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SDV의 부상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HW 중심의 전통 제조업을 SW 중심의 서비스업 또는 융합산업으로 전환하는 대변혁을 예고하는 것이다.
⇨ 서비스업은 물론, 전체 제조업이 플랫폼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에 대한 규제보다 촉진 정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Q10. 공공 플랫폼을 어떻게 혁신하고 민간 플랫폼과 연계할 것인가?
국가 차원의 플랫폼 경쟁력은 민간 부문의 플랫폼 기업/생태계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이 구축, 운영하는 플랫폼 자체와 그것을 통해 형성되는 생태계의 효과성 및 건전성에 좌우된다.
⇨ 공공과 민간 양쪽의 플랫폼이 기술, 인재, 투자, 서비스 개발 및 보급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도록 관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Q11. 플랫폼 규제/촉진을 위한 법률/지침을 누가 주관해서 만들고 운영할 것인가? 플랫폼의 성과는 누가, 어떤 기준(예: 경제, 사회, 문화, 복지, 기술 측면의 성과)으로 평가, 관리할 것인가?
우선, 정부 부처, 국회, 기업, 협/단체, 학계 등이 플랫폼 기술/상품/BM/기업/생태계 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재 드러난 문제와 앞으로 등장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해야 한다.
⇨ 위 여건이 조성되면 이해관계자가 함께 규제/촉진 정책 프레임워크와 전략, 마일스톤 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실행은 민관이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 조직이 이해관계자가 제기한 사안별로 적합한 대책을 신속 개발, 적용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키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의 성과는 여러 이해관계자 (그룹)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차원 성과지표를 개발해서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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