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고(thinking)’는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플랫폼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예: 거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함께 나누(려)는 사고방식이다. 플랫폼 사고로부터 특정 구성품을 여러 제품/서비스가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 기술이 발전했고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상품과 BM이 등장했으며 경제적, 사회적 의미를 가진 플랫폼 생태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플랫폼 사고는 기업가나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고방식으로 특히 디지털 경제와 디지털 BM의 가치가 커진 지금의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서는 필수적인 덕목(德目)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사고는 다음과 같은 특성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o 공유(共有) 또는 공동 활용: 자산(resource)이나 기량(skill)을 개인이나 기업이 소유(所有)하지 않고 다른 개인/기업과 공동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
o 생산의 효율성: 공통 구성품인 플랫폼을 중복/반복해서 개발-생산할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 비용, 노력 등을 줄이게 됨. 또한, 기업 내부 역량보다 우수한 외부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시간, 비용, 노력 등을 절감함.
o 개방, 연결, 협업: ‘개방’은 참여자들이 물리적/논리적 장벽이나 경계, 제약, 나아가 심리적 경계마저도 없애거나 줄인 상태(또는 행위), ‘연결’은 자산과 기량의 교환/공유와 희노애락 같은 감성(感性)의 교류가 가능한 상태(또는 행위)를 가리킨다. ‘협업’(collaboration)은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자산/기량을 합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공동 창출(co-creation)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개방은 연결의 필요조건이며 연결은 협업의 필요조건, 협업은 플랫폼 생태계를 운영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플랫폼 생태계는 성공적인 협업 경험이 축적되고 이해관계자의 효익이 늘어날 때 지속 성장할 수 있다.
o 공진화(Coevolution): 플랫폼 참여자 각자와 플랫폼 생태계가 전체가 함께 발전하며 상호 이익을 도모함. (예) 앱 개발자와 앱 스토어 간의 관계.
플랫폼 사고가 빠진 플랫폼 기술, 상품, 사업/BM, 생태계 등은 플랫폼이라 할 수 없다. 플랫폼 사고에서 비롯된 플랫폼 기술과 플랫폼 상품은 이해관계자에게 여러 가지 효익을 제공한다. 플랫폼 사업이 특정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식이 되면,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가 아닌 파이프라인 모델의 가치사슬에 머물고 불공정과 불공평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플랫폼 사고가 부족하면, 참여자와 공유할 부분을 찾거나 만들지 않고,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을 탐하느라 플랫폼 기술/상품/BM이 만들어 낼 장기적인 이득을 놓치게 된다.
‘플랫폼 기술’은 공통요소를 찾고 모아서 하나의 구성품으로 설정하고 이를 다른 여러 제품/서비스가 공유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접속, 연결할 부분(interface)을 규격화/표준화해서 생산하는 기술이다. 생산자는 특정 제품군(群)이 활용하는 공통구성품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생산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여러 제품/서비스를 동일/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랫폼을 잘못 만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그와 같은 혜택을 얻지 못하고 플랫폼 자체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플랫폼 사고에서 출발했더라도 (플랫폼 기술 부족으로 인해) 공유할 부분이 없거나 공유하려고 해도 공유할 수 없게 된 것은 플랫폼 상품이 아니다. 예를 들면, 12개의 리거시 시스템이 안고 있는 비효율을 제거하겠다고 만든 플랫폼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13번째 리거시(legacy) 시스템이 돼버리는 것은 목적(: 플랫폼 사고)과 수단(: 플랫폼 상품) 양쪽에서 모두 실패한 것이다.
플랫폼 사고의 민간/공공 플랫폼 생태계 적용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한 기업 전략이나 정부 정책을 설계할 때 플랫폼 사고에 따라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o 생태계 확장과 네트워크 효과: ① 직접 네트워크 효과: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같은 사용자 그룹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함, ② 간접 네트워크 효과: 다른 그룹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가 증가함. 예를 들면, 우버(Uber)는 운전자와 승객, 두 그룹을 연결, 중개함으로써 플랫폼 사업의 가치를 키웠음. 플랫폼 기업은 2개 또는 그 이상의 참여자 그룹을 끌어들이고 키우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기에 정책 입안자는 생태계 참여 그룹(들)이 불공정 거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또 플랫폼 BM 자체가 독/과점 수준에 이르러 불공정 경쟁이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 지도하는 것이 필요함.
o 플랫폼 멤버 간 긴밀한 상호작용: 파이프라인 BM에서는 생산자/판매자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이 단(單)방향이면서 일시적이지만, 플랫폼 BM에서는 플랫폼 기업과 참여자 간, 또 참여자와 참여자 간 상호작용을 양(兩)방향으로, 빈번하게 진행할 수 있음. 예를 들면, 에어비앤비(Airbnb)는 사용자 리뷰나 추천을 통해 플랫폼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음. 플랫폼 기업은 그와 같은 상호작용이 생태계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진행되도록 플랫폼을 운영하고, 정책 입안자는 그와 같은 상호작용이 소비자의 프라이버시나 기업 비밀, 지식재산권 등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함.
o 빅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 활용: 플랫폼을 통해 참여자별 프로파일이나 거래/협업 이력 데이터가 수집, 축적되므로 이를 빅데이터나 AI를 활용해서 분석하면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음. 예를 들면, 넷플릭스(Netflix)는 사용자의 시청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식의 개인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음.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 또는 참여자의 편익을 높이는 데 활용해야 함. 정책 입안자는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는 과정에서 오/남용이 없도록 지도하고 축적된 데이터가 국가 차원에서 가치 있는 지식/정보로 가공,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예: 산업 플랫폼)을 설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함.
o 개방형 혁신과 공동창조: 플랫폼 BM은 초기에는 플랫폼 기업 내부 혁신에 의존하지만, 플랫폼이 성장할수록 외부 보완자에 의한 혁신 비중이 커져야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음. 예를 들면, 애플 앱스토어는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앱이 늘어나고 판매 수익도 늘어나면서 생태계 자체가 지속 발전할 수 있었음. 구글 안드로이드는 OS 자체를 처음부터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수많은 앱과 기기에서 활용되도록 했고 이제는 스마트 가전/자동차/로봇 등의 OS로도 활용되고 있음. 플랫폼 기업은 외부 보완자를 위한 도구를 개발, 제공하고 참여자들의 의사결정 참여를 하용하는 개방적 거버넌스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함. 정책 입안자는 플랫폼을 통한 개방형 혁신이 확대되도록 생태계 참여자 간 협업 모델(예: 대기업-스타트업 간 협업, 생산자-소비자 간 협업) 개발이나 협업 지원 플랫폼(예: 해커톤 대회, 개발자 컨퍼런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함.
시스템 사고의 의미와 중요성
시스템 사고(thinking)란 ‘세상(또는 관심 대상 시스템)을 전체로, 또 구성품 간 관계로 바라봄으로써 복잡성을 이해하는 사고방식’이다(참조: Wikipedia).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시스템 이론, 시스템 과학/공학 등이 발전하였다. 인간의 제한된 인지 능력으로 인해 관심 대상 시스템의 복잡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전체를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홀리스틱(holistic) 접근이 어려워진다. 시스템 이론은 외부 환경과의 경계 안에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여러 구성품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연결된 개체로 다루려는 것이다. <그림 11-1>은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8가지 개념적 구성요소 즉, 목적(Purpose), 투입(Input), 처리과정(Process), 산출(Output), 연결(Connection), 제어(Control), 경계(Boundary), 외부 환경(Environment) 등과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 11-1> 시스템의 개념적 구성요소
‘제어’는 피드포워드(feed forward)와 피드백(feedback)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미래지향적 아이디어나 해결책을 찾는 식의 정(正)방향 흐름을 강화하는 것이고 후자는 이미 실행한 결과물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흐름을 역(逆)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하나의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여러 구성품이 가진 역량을 합친 것 이상(또는 이하)의 결과를 만든다. 구성품 간 상호작용을 통해 양(+) 또는 음(-)의 시너지(synergy)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의 범위를 ‘경계’로 설정함으로써 내부와 외부 즉, 통제 가능 영역과 통제 불능 영역을 나누게 된다. 외부와 상호작용이 가능할 경우 열린(open) 시스템이고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것은 닫힌(closed) 시스템이다.
시스템 과학(Systems Science)은 시스템을 이해, 분석해서 결과를 예측하는데 필요한 이론/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며, 시스템 공학(Systems Engineering)은 인간이 실제 사용할 시스템을 설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시스템 공학은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계층적 분할, 추상화/구체화, 모듈화, 정보은닉 등을 활용한다. 계층적 분할(hierarchical decomposition)은 크고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구현하기 적합한 규모나 수준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쪼개 내려가는 작업이다. 추상화(abstraction, 抽象化)는 그 결과 만들어진 계층구조의 특정 계층에서 위로 올라가는 작업 즉, 더 단순한 구성품을 만드는 작업을 가리킨다. 반대로, 특정 계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작업 즉, 더 복잡한 구성품을 만드는 작업을 구체화(materialization, 具體化)라고 한다. 계층적 분할을 통해 만들어진 최소 단위 구성품을 모듈(module)이라고 하며 외부에서는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결방식)만을 통해 모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내부 속성을 감추는 것을 정보은닉(information hiding)이라고 한다.
시스템 공학 프로세스 전 단계에 걸쳐 점검해야 할 중요한 기술 특성 중 하나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지난 글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플랫폼 기술/BM/생태계를 분석/설계, 구현, 통합하는 전 과정에서 각 구성품과 구성품 간 상호작용이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관리 측면에서는 모든 의사결정 문제에서 기술적, 경제적, 운영적 타당성 검토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기술적 타당성은 필요한 기술을 필요한 시기에 도입(또는 개발)할 수 있는지, 경제적 타당성은 비용 대 효과가 만족할 만한 수준인지, 운용적(operational, 運用的)타당성은 디지털화 결과물을 소비자/이용자가 수용-활용할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시스템 과학/공학의 근간인 시스템 사고는 한 마디로 해결할 문제를 있는 그대로, 전체로 바라보는 통찰(insight)을 강조하는 것으로 ‘큰 그림’을 보는 능력과 여러 구성품 자체와 구성품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능력 간 균형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시스템 사고의 민간/공공 플랫폼 생태계 적용
기업가나 정책 입안자는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플랫폼 BM/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구현 결과와 파급효과 등을 예측함으로써 전략/정책의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시스템과 여러 구성품이 가진 공통 원칙이나 패턴을 인식하는 추상화 능력과 실제로 구현할 개체를 설계하는 구체화 능력의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기업가나 정책 입안자는 전체 시장과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를 추상적으로 이해해서 개념적 모델로 정의함으로써 개발자/실행자가 구체적인 기능/서비스로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생태계를 설계, 운영할 때 시스템 사고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o 전체 시스템 이해: 생태계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그 결과가 생태계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함. 예를 들면, 아마존(Amazon)은 단순한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그 후 클라우드 서비스(AWS), 물류, 미디어, 헬스케어, 우주여행, 스마트홈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음. 각 사업의 생태계와 생태계 간 시너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아마존 전체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임.
o 줌아웃(Zoom-out) & 줌인(Zoom-in): Zoom-out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고 Zoom-in을 통해 특정 세부사항에 집중하는 작업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함. 플랫폼 기업가는 전체 생태계의 흐름을 파악하면서도 개별 사용자의 경험이나 운영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고, 정책 입안자는 규제의 큰 방향성과 각 규제가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야 함. 예를 들면,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큰 그림 하에서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차량용 배터리, 자율주행, 로봇 등 제품/서비스와 핵심기술 등 세부 요소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음.
o 피드백 & 피드포워드 제어: 생태계 내부 멤버 간, 외부 환경 간 모든 상호작용이 전체 생태계의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모니터링 & 제어해야 함. 예를 들면, 전기차 제조업체는 전기차 사용이 증가하면 충전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인프라가 확장되면 전기차 구매가 더욱 촉진되는 흐름을 감안해서 인프라 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파트너를 육성하고 정부가 촉진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청해야 함. 디지털 플랫폼 경우, 플랫폼 기업과 외부 개발자 간 원활한 협업 여부, 사용자/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험과 그에 대한 긍정/부정 반응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적시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
플랫폼 사고와 시스템 사고의 연결 & 시너지
플랫폼 사고는 기업가에게는 생태계 멤버 간 협력과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만들게 하고 정책 입안자에게는 생태계의 어느 부분을, 어떤 수단으로 촉진 또는 규제할 것인지를 찾게 해 준다. 시스템 사고는 플랫폼의 성공적 설계와 운영을 위해 우선 전체 생태계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해준다. 시스템 사고는 기업가에게는 플랫폼 생태계가 단기적 성공뿐만 아니라 장기적, 지속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을 수립, 실행할 수 있게 한다. 시스템 사고는 정책 입안자에게는 플랫폼 생태계가 국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균형있는 촉진/규제 정책을 수립, 운영할 수 있게 한다.
플랫폼 사고와 시스템 사고는 초점은 조금 다르지만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며 상호보완적이어서 시너지를 내는 사고방식이다. 플랫폼 사고가 네트워크 효과와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시스템 사고는 그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는 구조와 상호작용에 주목하게 만든다. 알리바바(Alibaba) 경우, 기업 쪽에서는 플랫폼 사고에 따라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했으며, 시스템 사고를 기반으로 전체 생태계를 확장해 왔다. 정부는 알리바바의 그와 같은 성장 전략을 지원하면서 데이터 보호와 불공정 경쟁 제한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는 식의 균형있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적용 예: 플랫폼 기업의 단계별 전략
(1) 사업 준비 및 론칭 단계
[플랫폼 사고] 플랫폼 상품/BM의 가치와 양면/다면 참여자 그룹 설정, 그룹 간 가치교환 모델 설계 등을 실행함.
[시스템 사고] 초기 및 최종 목표 플랫폼 생태계의 멤버와 멤버 간 상호작용 설계, 단계별로 창출할 가치(목표) 설정, 이해관계자(: 공급자, 수요자, 규제기관 등 포함)에게 미치는 영향 검토, 단계별 실현계획 작성 및 타당성 검토, BM의 지속 가능성 검토. 예를 들면, 우버는 창업 시 운전자와 승객 사이의 연결뿐만 아니라 운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미리 고려하였음.
[시스템 사고] 창업 초기에는 참여자의 요구/기대와 우려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어떤 규제가 등장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작은 규모로 빠르게 실험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개선해 가는 애자일(agile) 개발 방식을 적용함.
(2) 사업 개발 단계
[플랫폼 사고] 초기 사용자 유치 및 네트워크 효과 확보 추진.
[시스템 사고] 다만, 단기적 사용자 증가보다는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할 것을 고려하고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함.
[시스템 사고] 사용자 부족으로 인해 네트워크 효과가 기대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적인 보상 프로그램(예: 초기 가입자에 대한 선물, 추천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을 통해 사용자 유입을 촉진함.
(3) 사업 확장 단계
[플랫폼 사고] 플랫폼 서비스/BM 자체의 복잡성이 커지는 단계이므로 이를 모니터링하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기술/관리 역량을 보강함.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글로벌 서비스인 경우는 현지화(localization)와 지역/국가별 규제에도 대응함.
[시스템 사고] 서비스 효율성, 안정성, 확장성, 품질 등의 최적화를 실행함.
(4) 지속 성장 단계
[시스템 사고] 운영의 복잡성 증가, 이해관계자 간 이익 충돌, 새로운 경쟁자 등장 등 위험 발생에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제 문제 발생 시 기민하게 해결함. 한편, 플랫폼 기업 및 보완자에 의한 혁신 수준이나 범위가 지나쳐서 오히려 생태계의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함.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함. 예를 들면, MS는 구글, 아마존 등 다른 플랫폼 기업과 달리 특정 상품이 독/과점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해왔기에 공적 규제를 받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음.
[플랫폼 사고] 플랫폼 생태계 내 모든 이해관계자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이나 서비스를 도입하고 새로운 참여자를 확보해서 플랫폼의 가치를 높여 감. 예를 들면, 우버는 전문기사를 배정한 ‘프리미엄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였고, 에어비앤비는 맞춤 숙소 추천, 제안 요금 비교-확인, 호스트 운영지원 등의 고객/직원 ‘경험 기반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였음.
플랫폼 사고가 부족한 정부/공공 사업
일반기업이 생산-판매하는 상품에 플랫폼 사고와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처럼 정부/공공 서비스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공익을 추구하는 사업/예산이기에 ‘공유’와 ‘공동 활용’은 더욱더 중요한 기준이다. 공공사업은 일반기업의 비즈니스에 비해 객관적 성과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렵기에 기획/계획-설계-집행 전반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플랫폼 사고, 플랫폼 기술, 플랫폼 BM, 플랫폼 생태계 등에 대한 진지한 고심 없이 진행되는 공공 플랫폼이나 정부 지원 사업들이 널려 있다. 예를 들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개발,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DX), 스마트 도시/제조/의료 등 신산업 육성, 관련 인재개발 등의 대부분이 부처별, 사업별, 주관기관별, 그리고 수혜기업별로 수직 분할되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또는 산업)에 공통 적용 가능한 수평(horizontal) 기능과 문제/산업별로 특화된 수직(vertical)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기능의 비중을 대략 50:50 또는 30:70이라고 하자. 절반 또는 1/3에 해당하는 수평적 기능(즉, 플랫폼)을 부처별, 사업별로 쪼개면 중복과 비효율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범정부 나아가 국가 차원의 공동 목표로 통합하는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EU의 R&D 및 혁신 사업 중 상당 부분은 여러 국가, 조직, 연구자/기술자가 함께 기획/계획-집행하는 식이며 사업 착수와 동시에 기술 플랫폼과 관리 플랫폼(즉, 허브 조직)을 구축하고 이를 통한 연결과 협업, 통합을 도모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84년에 시작한 R&D/혁신 사업인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의 절반이 협업(collaboration) 영역의 사업들이다. Horizon Europe 프로그램(2021~2027)은 유럽 디지털 혁신 허브(EDIH: Digital Innovation Hub), 유럽 혁신위원회(EIC) 시범사업, 혁신/기술연구소(EIT) 등의 협업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기술/주제에 대한 혁신 사업과는 별개로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기술 고도화, 협업 네트워크 조직 운영, 관련 인재/전문가 양성 등 공통요소를 범국가, 범부처, 그리고 다학제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를 중심으로 출연연 간 융합 R&D를 진행하고 있으나 규모와 협업 수준 면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한 상태이다.
플랫폼 사고와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플랫폼 사고를 확대하고 플랫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 공학과 서비스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Top-down 수직적/계층적 분할은 시스템 공학의 핵심 원리로 효율성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Top-down 분할은 하위 시스템의 결과물을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bottom-up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수반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에 필요한 효과성을 얻을 수 없다. 자전거의 앞바퀴는 전방으로, 뒷바퀴는 후방으로 열심히 달렸다면 각 바퀴는 효율적이었지만, 자전거는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유형 제품과 하드웨어를 개발하는데 분석적 사고와 전통 공학이 중요했던 것처럼 무형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는 통합적 사고와 서비스 기술이 중요하다.
‘서비스 R&D 활성화 전략’(관계부처합동, 2020)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는 OECD 2위지만, GDP 대비 서비스 R&D 투자는 하위권인 25위이다. 정부 R&D 투자 중 서비스 R&D는 단 5.2%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게 적은 예산마저도 플랫폼 사고가 부족한 가운데 관광, 보건, 금융, 물류 등 업종별 R&D에 분할 투자되고 있다. 참고로, 핀란드는 2007년에 SW와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서비스 R&D 투자액이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industrial) R&D’ 투자액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정부 R&D의 50% 이상을 서비스 기술에 투자해 온 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비스 강국들은 정부는 물론 글로벌 기업이 서비스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선진국들은 제조업에서는 고부가가치 영역인 상품 기획/디자인, 엔지니어링 등에서, 서비스업에서는 산업을 재편성하는 수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 발굴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가공 파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서비스업은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하위 수준인 것이다. 정부 및 국가 R&D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과 시스템 개편이 절실하다.
에필로그
클라우스 슈밥은 2018년도 저서에서 ‘제4차 산업혁명(4IR)’이라는 미래 대변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4가지 원칙으로 ①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적용될 시스템(예: 제품, 서비스)을 고려해야 하고 ②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 더 많은 선택, 기회, 자유, 통제권을 부여해야 하며 ③ (시스템을 설계할 때) 기본설정(default)이 아니라 ‘시스템 사고’에 따라 인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하고 ④ 기술개발의 매 단계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가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줌인(zoom-in)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줌아웃(zoom-out)이 더욱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하였다. ‘줌인’은 특정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기’, ‘줌아웃’은 ‘한발 물러나서 크고 넓게 보기’라고 보면, 그는 기술에서 시작된 변화가 매우 빠르게 경제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4IR을 근시안적 사고와 접근방법으로는 바르게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4IR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 리더십’은 혼자서 또는 탁월한 몇 명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식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다양한 기술/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함께 해결하는 리더십이다.
우리 국가/사회는 줌인에는 익숙하지만, 줌아웃 접근은 많이 부족하다. 한발 물러나고 한 계단 위로 올라가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통찰이 필요하고, 본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지식/경험도 필요하다. 기술자는 기술이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 가운데 R&D를 수행하고 (기술의 사용자/소비자가 될) 일반 국민은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정책/전략 기획자는 기술-경제-사회 간의 상호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통찰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기술자와 사용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 언어가 개발되어야 하며 이질성과 다양성을 조정, 통합할 수 있는 개념적/논리적 프레임워크가 확보되어야 한다. ‘공통 언어’는 관련 용어/개념에 대한 정의, 이해, 공감을 통해 만들어지고 활용해야 한다. ‘용어 정의’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정의하는 작업이고, ‘개념 정의’는 용어 간 상하관계, 포함관계, 인과관계 등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AI 정책/전략을 수립 작업은 AI, 머신러닝, 딥러닝, 판단형 AI, 생성형 AI, 트랜스포머(Transfomer), 대규모언어모델(LLM), 거대세계모델(Large World Model) 등 용어 각각의 의미와 그들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지식/경험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이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질성과 다양성의 통합’은 ‘줌아웃’ 접근과 ‘열린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델링 과정에서 대상 시스템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추상화’를 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관점을 인정, 수용하고 이해관계를 덜어내야 공통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이제 국가 차원의 플랫폼 생태계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안으로 본서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을 명확히 정의해서 이해관계자가 공유해야 한다. 플랫폼은 상황에 따라 기술, 상품(제품/서비스/솔루션), 사업/BM, 기업, 생태계, 국가 인프라 등을 가리키는 용어이며 각각에 대한 기업 전략과 정부 정책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플랫폼 경제/사회 변화를 보다 멀리 넓게 살펴서 준비, 대응해야 한다. 아날로그 & 디지털 플랫폼은 HW(예: 자동차 파워트레인)로부터 SW(예: 메시징, 중개), 솔루션(예: 전자상거래, 블록체인, 자율주행, 생성형AI)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연결, 중개, 거래, 협업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나아가 신산업의 등장을 촉발하거나 지원하는 산업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 BM은 지금까지 상거래, 물류/배달, 지불/결제, 금융, 통신, 출판, 장비/설비, 가전, 구인/구직, 부동산 중개, 여행, 게임, 교육, 의료 등 산업을 중심으로 확산해 왔으나 점차 건설, 화학, 섬유, R&D, 에너지/광업, 자동차, 로봇, 무인이동체, 농/축산/임업 등 전 산업에 적용될 것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디지털 식민지 전략’을 통해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생태계를 재편성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관련 정책은 광범위한 지식/경험과 지혜를 모아서 대응해야 한다. 플랫폼은 그동안 기술에서 시작되어 BM으로 진화해 왔지만, 이제 경제적 수단을 넘어 사회, 문화, 정치/행정, 고용/노동/복지 등 국가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는 디지털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분야 전문가의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국부적(局部的) 해법을 양산하는 것은 올바른 솔루션을 만드는 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플랫폼 규제’는 점차 학계가 주장하는 ‘적응적 규제’, ‘증거(즉, 데이터) 기반 규제’,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 정부/공공 주도가 아닌 민관 협업에 의한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규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한 핵심 도구인 플랫폼 기술/상품/사업/BM/기업/생태계/인프라 등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모으고 실행해서 성과를 거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