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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협업 플랫폼을 통한 지식재생산

개념과 통찰-8

by 김덕현 Mar 24. 2025

새로운 용어/개념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필요성

   최근, AI가 정부, 기업, 그리고 일반국민에게도 커다란 관심사가 되면서 그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판단형 AI, 생성형 AI, 추론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 등 AI 패러다임에 해당하는 용어도 있고, 클라우드 AI, 온디바이스 AI처럼 AI 배치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 그리고 소버린 AI, 한국형 AI, 거대언어모델(LLM), 소형화 거대언어모델(sLLM), 대형세계모델(Large World Model), 연합학습, 하이브리드 AI 모델 등을 들 수 있다. 정부 정책 수립자나 기업 경영진, 학계/연구소의 연구자, 그리고 일반국민 등은 그런 용어/개념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고 있을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기업혁신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해 온 필자도 새로운  용어/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늘 애쓰고 있지만, ‘아는 게 반, 모르는 게 반’이라고 얘기해야 할 정도가 되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 수립을 주도하거나 관여하는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관련한 각종 용어/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참여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프레임워크를 갖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판단형 AI와 생성형 AI는 대체재인가 아니면 보완재인가? 생성형 AI에 이어 부상하고 있는 에이전틱 AI는 종래의 판단형 AI나 생성형/추론형 AI와 각각 어떤 연관관계를 가진 것인가? 그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국내/외 IT/SW 산업 생태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또, 정부, 기업, 개인은 각각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참여자들의 지식/학문/경험 등은 차이가 있더라도 위와 같은 문제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동상이몽(同床異夢)할 가능성이 커서 올바른 해결책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AI가 컴퓨터 공학/과학의 한 분야를 넘어서는 기술, 산업경제, 사회 변혁 요소이긴 하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경제/사회 변화를 거론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물론, 기술만으로 경제/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 반대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2010년대 초반 이후 지금까지, 국내 정부와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인더스트리 4.0(I40), 제4차 산업혁명(4IR), 인더스트리 5.0(I50) 등에 대한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이해로 인해 혼선을 겪기도 했고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던 점이 있다.  DX와 4IR의 차이나 연관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든지, I50이나 급속한 AI 발전을 성급하게 ‘제5차 산업혁명’(5IR)으로 규정한 것 등을 얘기하는 것이다. 필자는 DX는 1970년대부터 반 세기 이상 지속된 디지털 혁신의 성숙 단계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며, 4IR은 바이오기술, 나노기술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은 융합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기술이 만드는 대변혁을 ‘4IR’ 또는 ‘5IR’ 등으로 부르는 것은 충분한 공감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며,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본질을 이해하고 그와 같은 변혁을 지혜롭게 준비-대응하는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지금 눈앞에 와 있는 AI 혁명에 대해서도 똑같은 혼선이나 시행착오를 겪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 협업 필요성과 종래의 지원 도구

   AI를 포함한 신기술 및 융합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가 기업/산업, 대학, 정부기관 별로 기술의 의미나 가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특정 문제나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서로 다른 이해와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다양한 소견이 충분한 토론이나 검토 없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고 그것이 정책이나 전략으로 선정된다면,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 정책/전략에 대한 공감 부족은 각종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의 일관성 부족, 부처간/기업간 협력, 공동 투자 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정부/공공기관, 학회, 협회 등이 수많은 세미나, 컨퍼런스, 포럼 등을 개최하지만, 참여자들의 서로 다른 견해를 조정해서 한 방향으로 모으고 수요자-공급자를 정확하게 찾아서 매칭하는 기능이 취약하기에 투입 대비 성과는 크지 않다. 그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지식을 공유하고 토론,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행사에서 발표자/토론자들이 논의한 내용을 온라인 토론으로 연장해서 주제별, 해결방안별로 분류하고 자율적인 정제를 통해 합의에 이르도록 한 후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배포, 활용해서 유용한 지식으로 확대재생산하자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국내/외 정부/공공기관, 기업 등이 구축, 활용해 온  지식관리시스템(KMS)은 전문가 협업에 필요한 기본 기능인 지식 공유를 지원한다. KMS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 주제와 관련한 용어/개념들을 구조화된 맵(‘Knowledge Map’)으로 정의하는데 이것이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개념적 프레임워크가 된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어, 다양한 데이터/문서 등을 지식 맵에 따라 등록하고 교환/공유, 활용함으로써 업무 생산성과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식의 혁신을 이룩하게 된다. 대표적인 KMS으로 정부/공공 부문에서는 네덜란드의 OKB(Open Knowledge Base)와 우리나라의 디지털 집현전, 민간 부문에서는 도요타, 제록스(‘Eureka’), 아마존 등 기업의 KMS를 꼽을 수 있다(자료 조사: 퍼플렉시티, 2025. 3. 14.) OKB는 여러 곳에 분산된 학술 연구 데이터를 중앙에 모아서 품질과 접근성을 개선할 것을 목표로 2021년에 시작된 사업이다. 우리나라 디지털 집현전은 국가기관 간 분산된 지식정보를 통합하여 하나의 플랫폼에서 검색,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2022년에 개발 착수해서 2024년 1월부터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하였다(참조: 홈페이지). 이들 지식공유 플랫폼은 수집, 배포/활용되는 데이터/지식의 범위와 품질(예: 정확성, 최신성)이 유효성을 좌우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이나 공동 설계/제작 같은 전문가 간 협업 지원 기능은 아예 없거나 부족한 편이다.  


   최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 세계 많은 기관/기업에서 다양한 온라인 협업 도구(예: 텍스트/화상 회의, 문서공유, 공동 저작/설계)를 활용함으로써 비대면 상태,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한 가운데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문제 해결의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 협업 도구 또한, 전문가 간 토론이나 의견 수렴을 위한 협업 지원 기능은 부족한 편이다. 


전문가 협업 플랫폼의 요건과 사례: EU의 S3 CoP 

   전문가 협업 플랫폼은  특정 주제나 목표 달성을 위한 아이디어와 관련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실제 문제 해결 과정, 예를 들면, 문제 정의, 대안 탐색, 최적해 선정, 솔루션 적용, 결과 평가 등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문제 해결 과정은 문제의 원인과 결과(또는 현상)를 식별하고 해결해야 할 목표를 설정한 후 동원 가능한 수단을 탐색하는 활동을 필요로 한다. 협업 플랫폼은 그와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토론 주제를 정하는 발산 과정, 그리고 각 주제에 대한 심층 토론/검토와 합의를 통해 의미 있는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수렴과정을 모두 지원해야 한다. 


   전문가 협업 플랫폼의 요건에 근접하는 시스템으로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구축, 운영하는  지역혁신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대에 국내/외에서 확산한 스마트 시티 사업은 기본적으로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과 공무원이 협업하는 플랫폼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헬싱키 칼라사타마 리빙랩 (Helsinki Kalasatama Living Lab), 바르셀로나 디지털 사회혁신 플랫폼 (Barcelona Digital Social Innovation Platform), 암스테르담 스마트 시티 (Amsterdam Smart City) 플랫폼 등을 꼽을 수 있다(자료: 퍼플렉시티, 2025. 3. 14). 우리나라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유사한 성격의 민관 협력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이 아니라 협의체 또는 협력 네트워크 성격이다. 예를 들면, 과기정통부는 AI 협력 플랫폼 사업, 교육부는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을 통해 기업-대학 간에 인재 양성 및 산업 혁신을 위한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로 2023년에 시작된 S3 CoP(Community of Practice)를 소개한다. CoP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될 EU의 지역혁신 프로그램S3(Smart Specialization Strategies)를 지원하는 온라인/오프라인 전문가 협업 플랫폼이다. CoP는 아래 그림처럼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워킹그룹별 논의 결과,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 검토할 주제 등을 모으고 이를 모니터링 시스템과 운영영위원회를 통해 검토, 변환해서 의미 있는 지식 자본으로 생산한 후 이해관계자에게 배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림> EU S3 프로그램의 CoP 운영개념도 (출처: S3 CoP, About the Project)


    CoP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플랫폼 자체를 구축하는 것 외에 각종 지식/데이터를 모으고 큐레이션 해서 유통하는 관리 조직/기능을 설치하고 전체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새로운 과업이 등장할 때마다 제기되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특정 조직에 권한을 몰아주는 식의 물리적/수직적 거버넌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CoP처럼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연결-협업하는 논리적/협업적 거버넌스로 풀어야 할 문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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