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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Sep 28. 2023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생태계

플랫폼 경제-04

플랫폼 조직 분류

   지난 글,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 분류’(https://brunch.co.kr/@duk-hyun/90)에서 제안했듯이 플랫폼 조직은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생태계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기업(enterprise)은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개인이나 단체가 모인 영리 및 비영리 조직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영리 목적의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만 수행하는 단일기업과 플랫폼 상품 외에 일반상품(즉, 독립된 제품/서비스/솔루션) 비즈니스도 수행하는 복합기업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킥스타터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BM만을 운영하는 단일기업이고 미국 FAMGA나 중국 BAT, 우리나라 네이버카카오 등은 복합기업이다. 단일기업과 복합기업을 구분한 것은 기업 전략이나 정부 정책에 차이가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비영리 플랫폼 기업은 협회/단체와 정부/공공으로 구분한다. ‘협회/단체’는 회비나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나 비영리 협동조합을, ‘정부/공공’은 세금이나 기금으로 운영되는 중앙정부, 지자체, 산하기관, 국제기구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프리랜서 협동조합인 Loconomics(Scholz, 2016)는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영리 협회/단체에 속한다. 우리나라 디지털플랫폼정부, 에스토니아 X-Road, OECD의 유전공학, 첨단물질, 바이오기술 등 3개 영역의 융합기술 협업 플랫폼(Winickoff et al., 2021), 세계 여러 나라 도시가 함께 AirBnB와 유사한 기업으로 만든 Munibnb(Scholz, 2016) 등의 운영조직이 ‘정부/공공’에 해당한다. 


   아래 <표>는 플랫폼 조직의 유형을 영리/비영리 기업과 플랫폼 생태계로 구분하고 각각을 특성에 따라 세분한 플랫폼 조직을 예시한 것이다. 

<표> 플랫폼 조직의 유형 분류와 예      


플랫폼 생태계(PE)의 의미와 유형

   플랫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것처럼 플랫폼 생태계도 합의된 정의가 없는 가운데 학계와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플랫폼 생태계는 구성면에서는 플랫폼 상품을 중심으로 한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의 일종이며, 기능면에서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표로 생성, 발전하는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에 속한다. Hedges & Furda(2018)는 기업생태계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성과를 분배하기 위해 생산자, 납품업체, 유통업체, 고객 등으로 구성된 역동적 네트워크’로 정의하였다. 무어(James F. Moore, 1993)는 기업생태계의 특성으로 역동성, 다수 참여자, 외부 환경의 영향, 상호연결성, 상호작용, 경쟁/협력, 공동운명체, 합리적 선택, 혁신 및 성과지향 등을 꼽았다. 


   필자는 플랫폼 생태계(PE: Platform Ecosystem)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운데 멤버와 생태계 전체가 공진화(共進化)하는 네트워크 조직(또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공진화(co-evolution)’란 멤버들이 서로 연결-협업해서 전체 성과를 키우고 그것을 공정하게 나누는 가운데 각 멤버와 생태계 전체가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애플은 임직원은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 부품회사와 공장, 앱 개발자, 앱 이용자, 지불/결제/인증 기관, 규제기관 등이 포함된 PE의 리더로서 모든 멤버들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PE의 유형은 참여자의 자격/권한, 상품 가격 등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리키는 거버넌스를 기준으로 폐쇄형, 개방형, 절충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애플 iOS는 제품의 설계-생산을 애플이 담당하는 사슬형 플랫폼 BM이며 주요 의사결정을 애플이 주관하는 폐쇄형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반면, 깃허브는 오픈소스의 생산, 공유와 커뮤니티 참여 등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는 원탁형 플랫폼 BM으로 개방형 생태계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2014년부터 한국정보사회진흥원(NIA)을 중심으로 구축하고 있는 국산 PaaS(‘파스-타’에서 ‘K-PaaS로 명칭 변경)는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국내 여러 기관/업체가 개발자와 사용자로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절충형은 두 가지 유형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이다. 산업인터넷 표준을 만들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IIC(Industrial IoT Consortium)는 일부는 외부에 공개하지만, 중요 데이터/지식은 멤버들만 공유하는 절충형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 생태계 거버넌스 또한 영리/비영리 조직을 구분하는 것처럼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나 리더의 전략에 따라 가변적이다. 


플랫폼 생태계(PE)의 특성 

   PE는 종래의 기업처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정형화된 조직이 아니고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구성과 운영방식이 달라지는 비정형 조직이다. 따라서, PE는 전통기업과 달리 물리적 경계를 설정하기 어렵고 거래/교환 상품, 정보/지식, 돈 등의 논리적 흐름으로 범위를 식별할 수 있을 뿐이다. Gawer(2021)는 새로운 조직 형태인 PE의 범위는 종래의 플랫폼 기업, 외부 참여자 그룹, 이들 간의 인터페이스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PE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물리적 플랫폼 기업(‘리더’)과 외부의 생산자/지원자, 이용자/사용자 등과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이들 참여자 간의 디지털 연결방식에 따라 범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Tiwana(2014)는 PE 멤버를 리더(또는 제공자)를 중심으로 생산을 담당하는 상류(Upstream)의 부품 납품자, 제조 파트너, 인프라 제공자, IP 라이센스 제공자 등과 하류(downstream)의 앱 개발자, 최종 사용자 등 2개 그룹으로 나누었다. Parker et al.(2016)은 사슬형 BM에서 생산자 역할을 하는 기업을 ‘플랫폼 스폰서(sponsor)’, 보완자/판매자 역할을 하는 기업을 ‘플랫폼 매니저(manager)’라고 하였다. 


   필자는 PE를 (유형) 제품, (무형) 서비스, 통합 솔루션 등 플랫폼 상품의 생산자/개발자, 제공자, 소비자/사용자, 보완자, 지원자, 관리자 등이 멤버로 참여하는 협업 네트워크 기업(CNE: Collaborative Networked Enterprise)으로 정의할 것이다. ‘제공자’는 판매자에 해당한다. ‘보완자(complementor)’는 ‘보완재를 생산하는 자’를 가리킨다. ‘지원자’는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규제/지원을 담당하는 조직을, ‘관리자’(‘리더’)는 생태계 운영에 필요한 주요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조직을 가리킨다.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가진 생태계 멤버를 ‘참여자’(participant or agent, actor)로 부르기로 한다. 하나의 참여자는 여러 개의 역할(예: 생산자 & 관리자, 보완자 & 소비자)을 겸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앱스토어 생태계는 생산자/제공자/관리자인 애플, 다수의 외부 보완자(앱 개발자), 소비자(앱 이용자) 등을 포함한다. 


협업 네트워크 기업(CNE)의 의미

   네트워크 기업(NE)이란 다수의 개인/기업이 필요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 즉, 합쳐지고 분리되며 모이고 흩어지는 일시적 또는 영구적 조직을 가리킨다. NE는 수직적 통합에 의한 확장기업(extended enterprise), 수평적 연계에 의한 공급망(supply chain), 그리고 임의적 결합-해체가 가능한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 등을 포함한다(김덕현, 2010). 특정 사업 수행 또는 이슈 해결을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 운영되는 협의체, 사업단 등도 NE에 해당한다. 필자가 정의한 CNE는 Socolnet이 정의한 CNO 중에서 ‘멤버를 모으고 관리하며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의 수주-실행을 이끌고 지원하는 협업선도실(CLO: Collaboration Leading Office)을 가진 기업’을 가리킨다(김덕현, 2022). 참고로, Socolnet은 CLO를 VBE(Virtual-organization Breeding Environment, 가상조직 母胎조직)라고 부른다. PE 중에서 리더의 역할/권한이 큰 것은 확장기업에 가깝고 반대 즉, 모든 참여자가 균등한 권한을 가진 것은 가상기업에 가깝다. 현재 대부분의 플랫폼 생태계에서 플랫폼 기업이 CLO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협업 네트워크 기업(CNE)의 거버넌스

   NE의 거버넌스는 수직적, 수평적, 다원화, 협업적, 임의적 거버넌스로 구분할 수 있다(김덕현, 2022). 통상 지배구조로 번역, 사용하고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는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한 용어이지만 여기에서는 리더십(또는 의사결정 권한), 조직구조, 프로세스를 포괄하는 기업 거버넌스의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수직적 거버넌스는 계층적 조직, 수평적 거버넌스는 여러 참여자가 대등한 권한을 갖는 수평적 조직에 적용되고 있다. 다원화 거버넌스는 허브(hub & spoke) 조직처럼 조직운영 권한이 여러 곳에 분산된 것을 가리킨다. 협업적 거버넌스는 생태계 운영에 필요한 의사결정 문제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함께 결정,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민관’)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란 의미로 사용되는 협력적 거버넌스와는 다른 개념이다. 협력(cooperation)은 특정 작업을 동기화(同期化, sync.)된 방식으로 수행하는 일시적 활동(예: 민관 협력 수해 복구)임에 반해 후자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비동기(非同期, async.) 방식으로 수행하는 사업(예: R&D 컨소시엄, 합작기업)이다. 임의적 거버넌스는 참여자들이 그때그때 절차나 규칙을 정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 기능을 활용하면 분권자율조직(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처럼 임의적 거버넌스도 구현할 수 있다. 

   사슬형 BM의 가치사슬은 산업 특성이나 리더의 영향력이 반영된 수직적 거버넌스(예: 자동차 산업)가 적용된다. 원탁형 BM은 일반적으로 플랫폼 리더와 보완자가 중심에 있고 여러 그룹의 참여자가 주변에 있는 허브 형태의 다원화 거버넌스가 된다. 원탁형 BM의 거버넌스는 리더의 영향력이나 나머지 참여자의 역할에 따라 수직적/수평적 또는 협업적/임의적 거버넌스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영리 기업이 주도하는 플랫폼 BM은 대부분 수직적 거버넌스로, 비영리 기업의 플랫폼 BM은 수평적/협업적 거버넌스로 운영되고 있다. // 


<참고문헌>

Gawer, A.(2021), "Digital Platforms & Ecosystems, Remarks on the Dominant Organizational Forms of the Digital Age", Innovation: Organization & Management.

Hedges, James and Andrei Furda(2018), "Emerging Role of Ecosystem Architecture" A book chapter in Software Engineering for Variability Intensive Systems: Foundations and Applications, Taylor & Francis Group.

Moore, James F.(1993), “Predators and Prey: A New Ecology of Competition”,  Harvard Business Review, May-June. 

Parker, Geoffrey G., Marshall W. Van Alstyne, and Sangeet Paul Choudary(2016), Platform Revolution, W. W. Norton Company. 

Scholz, Trebor(2016), Platform Cooperativism, Rosa Luxemburg Stiftung, New York Office, Jan.

Tiwana, Amrit(2014), Platform Ecosystems: Aligning Architecture, Governance, and Strategy, Elsevier Inc.

Winickoff, David E. et al.(2021), Collaborative Platforms for Emerging Technology, OECD Science, Technology and Industry Policy Papers, No. 109, April.     

김덕현(2010), “네트워크 기업의 협업 성과관리 모형에 관한 연구”, 정보화정책, 17(1), pp.91-106.

김덕현(2022), 「전방위(360도) 기업혁신 전략-전술」, 부크크, 202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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