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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Nov 19. 2023

바람직한 플랫폼 생태계 운영모델

플랫폼 경제-08

플랫폼 경제/비즈니스의 성공요건

   플랫폼 경제가 등장, 발전하는 핵심 동력은 플랫폼 상품의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규모/범위의 경제 효과와 플랫폼 상품의 유통-사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효과(즉, ‘수요쪽 규모의 경제’)이다.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기업에 의한 혁신에서 시작해서 여러 참여자가 만들고 발전시키는 플랫폼 생태계(PE: Platform Ecosystem)의 건전성이 확보될 때 발전한다. PE는 일반적으로 <표 1>에 예시한 것과 같은 참여자(또는 이해관계자)를 포함한다. 여러 그룹의 참여자는 조금씩 다른 기대나 요구사항을 갖고 있기에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메커니즘 즉, 플랫폼 거버넌스와 아키텍처를 갖추어야 한다.  

<표 1> 플랫폼 생태계의 이해관계자와 기대(예시) 


   건전한 플랫폼 생태계가 이룩되려면 ① 우수한 플랫폼 상품 ② 역량 높은 다수의 이용자/보완자 ③ 플랫폼 비즈니스 성공 경험 등이 확보, 축적되어야 한다. 우수한 플랫폼 상품은 생태계를 형성, 유지하는 구심력을 제공한다. 생태계의 가치는 ‘메트칼프(Metcalf) 법칙’으로 알려진 것처럼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이용자/보완자에 의한 혁신은 생태계를 확장하는 원심력이 된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생산자-판매자-이용자는 한 번의 거래가 아니라 지속적, 반복적 거래/협업을 통해 상호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비즈니스 성공 경험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인적, 물적, 지적, 금전적 자산과 역량이 결합된 결과이기에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 


플랫폼 생태계 관련 기존 연구와 한계

   플랫폼 생태계(PE) 관련 기존 연구들은 주로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PE의 등장-진화 과정과 동인(drivers), 구성, 성공전략, 규제 등을 다루고 있고 생태계 차원의 건전성 내지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 전략이나 정부 정책을 다룬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Jacobides, Cennamo, Gawer 등(2018)은 생태계에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정(coordination) 및 협업 기능, 가치 생성/획득 메커니즘, 거버넌스와 규제 등에 대한 이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Kapoor et al.(2021)은 기존 연구가 ① 네트워크 효과에 초점을 둔 경제 측면의 연구 ② 기술 아키텍처 중심의 기술경영 연구 ③ 공유 자원의 수요-공급에 대한 경영관리 연구 등으로 분절(分節)된 가운데 PE의 사회적 측면(예: 플랫폼 리더와 보완자 관계)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는 기존 연구의 한계로 PE를 특정 기업의 공급망과 같은 추상적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고, PE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며, 영리 목적 PE와 비영리 목적 PE(위키피디아깃허브디지털 정부간 시너지 창출 등에 고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 등을 덧붙이고자 한다. PE를 플랫폼 기업의 전략에 따라 등장, 발전하는 가치 네트워크로 간주할 경우, ‘플랫폼의 성과는 플랫폼 기업의 몫이고 폐해는 플랫폼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나 외부 규제를 통해서 줄일 수 있다’는 식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논리 전개는 PE는 물론, 플랫폼 기업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과 PE는 개념이든 실체로든 독립된 개체로 구분되어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자율 규제나 정부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PE에 대한 거버넌스 자체를 개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PE의 사회적 책임은 Kapoor 등이 언급한 PE 내부 참여자에 대한 책임을 넘어 지역/국가, 인류 등을 고려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하에서는 건전한 PE를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을 ① PE를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실존 조직으로 규정, ② 플랫폼 기업 중심의 수직적 거버넌스를 협업적 거버넌스로, 폐쇄적 아키텍처를 개방적 아키텍처로 전환, ③ PE가 경제적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도록 임무 재정립, ④ 플랫폼 기업과 비영리 PE 간 협업 확대 등으로 나누어 제시할 것이다. 이들 조건은 상호의존적이며 앞 조건을 충족하면 그다음 조건을 충족시키기 쉬워진다.      


플랫폼 생태계를 추상적 개념이 아닌 실존 조직으로 규정

   PE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없는 상태이기에 필자는 이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가운데 멤버와 생태계 전체가 공진화(共進化)하는 네트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 네트워크 기업은 공동의 목표를 가진 개인/기업이 느슨한 연결 관계를 갖는 조직 형태를 가리킨다. 특정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공급망-유통망(즉, ‘확장기업’), 특정 임무 수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가상기업(VE: Virtual Enterprise), 특정 주제나 문제해결을 위해 일시적으로 구성, 운영하는 협의체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네트워크 기업은 통상 실체가 없는 개념적 조직이지만, 필자는 PE를 협업 네트워크 기업(CNE: Collaborative Network Enterprise)으로 규정해서 독립된 기업처럼 운영-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CNE는 이해관계자 그룹별 대표로 구성한 협업선도실(CLO: Collaboration Leading Office)이라는 상설 조직을 통해 실체화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CLO의 기본 임무는 PE 참여자의 범위와 역할, 권한, 기여도에 따른 보상, 이와 관련된 거버넌스와 아키텍처의 설계-운영 등에 대한 원칙/기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CLO와 유사한 조직으로, 휴렛패커드(HP)의 ‘이해관계자 자문위원회(Pan-HP Global Citizenship Council)’와 EU의 차세대 로봇개발 프로젝트 SPARC의 Topic Groups를 들 수 있다. SPARC는 EU 내 여러 국가의 183개 산학연에서 약 12,000명이 참여해서 차세대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네트워크 조직이다(https://www.eu-robotics.net/sparc/). SPARC는 로봇 수요 산업, 로봇 공급 산업, 로봇 기술자, 최종사용자 등 4개 이해관계자 그룹의 대표들(‘Topic Groups’)로 구성된 조직이 기술 및 관리 전반의 운영을 주관한다. HP의 위원회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중요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한 비상임 지원 조직이지만, SPARC의 위원회는 계획-실행 전반을 주관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카카오가 설립한 ‘준법과 신뢰 위원회’(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0710)가 CLO처럼 건전한 PE를 만드는 기반 조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CLO는 PE의 성장 단계에 맞추어 그룹별 대표를 추가하고 기술/관리 측면의 전문인력을 보강함으로써 PE의 중추조직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PE는 멤버 구성이나 활동 범위가 가변적이기에 CLO라는 영구조직을 통해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초기에는 플랫폼 기업이 CLO 역할을 담당하고 본격적인 성장 단계에 이르면, 공식 절차를 통해 CLO를 구성, 운영하는 식의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규제 당국은 PE의 성과(예: 시장점유율, 이용자 수, 매출액 등)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CLO를 구성하도록 권고하거나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직적 거버넌스를 협업적 거버넌스로폐쇄적 아키텍처를 개방적 아키텍처로 전환

   Hedges & Furda(2019)는 전략, 거버넌스, 아키텍처를 PE를 움직이는 3개의 톱니바퀴라고 하였다. 전략은 BM의 선택과 위험을 제어하는 기능으로 PE의 건전성을 결정한다. 거버넌스는 플랫폼의 운영을 제어하는 공식/비공식 기능이며, 아키텍처는 전체 시스템을 모듈로 분해하고 그들이 상호연결되도록 인터페이스를 결정한다. Alstyne(2019)은 ‘개방적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단순하게 설계하고 수직 서비스를 구축한 후에 수평적 서비스로 확대하며 참여자와 가치를 공유하는 거버넌스를 운영해야 한다고 하였다. Evans & Gawer(2016)는 PE의 거버넌스는 멤버 등록 범위, 가치 분배방법, 갈등 해결방법, 목표관리 방법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참여자들이 적극 참여해서 높은 성과를 내도록 하는 인센티브와 결합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선행 연구들은 한결같이 플랫폼이 건전한 생태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멤버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관리방식이고 아키텍처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구조에 해당한다.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기존 생태계는 대부분 수직적 거버넌스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앱스토어는 앱의 개발-등록에 대한 조건을 애플이 규정한다. 협업적 거버넌스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여러 이해관계자 그룹이 플랫폼 운영에 대한 규칙을 함께 논의, 제정하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CLO를 구성, 운영한다면 자연스럽게 협업적 거버넌스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폐쇄적 아키텍처는 플랫폼의 기술구조 자체를 공개하지 않거나 사용자 또는 애플리케이션 인터페이스(UI 또는 API)를 통하지 않고는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개방적 아키텍처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플랫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가리킨다. 플랫폼 기업 또는 PE는 전략에 따라 알맞은 거버넌스와 아키텍처를 선택,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우수한 참여자들이 많이 모여서 계속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PE가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협업적 거버넌스와 개방적 아키텍처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생태계의 임무/기능에 사회적 책임을 부가

   플랫폼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는 부인할 수는 없지만, 생태계 전체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는 아직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 중심의 가치 네트워크가 건전한 PE로 발전하려면,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실제 의미있는 성과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나 규제 당국은 모두 기대 또는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커진 시장지배력을 제어할 시기를 놓친 셈이다. 지금처럼 승자독식 구조가 계속되면 PE 발전이 정체되거나 위축되어 플랫폼 기업도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Jacobides(2019)는 제품/서비스 중심의 경제시스템이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플랫폼 기업도 개별기업의 이익과 공공선(‘public good’) 간의 균형을 맞출 때가 되었다고 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은 적어도 반세기 전부터 지금까지 CSR/CSV, 지속가능 경영, ESG 경영, 이해관계자 경영 등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1973년 다보스 포럼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해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절하는 것’이라는 윤리강령이 발표된 이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계속 강조되었다. 2019년에는 미국 200대 기업 협의체인 BRT(Business Round Table)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표방하였다. 플랫폼 BM은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는 특성으로 인해 참여자의 증감에 따라 성과의 크기가 달라진다.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역할/책임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외부 참여자의 유입과 기여를 늘리는 것은 일반기업이 CSR/ESG에 투자하는 것 이상으로 기업 자신의 지속성과 성장에 투자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영리 목적 PE와 비영리 목적 PE 간 시너지 창출

   PE가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리 목적 PE는 비영리 목적 PE를, 비영리 목적 PE는 영리 목적 PE를 벤치마킹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리 목적 PE는 내부로는 멤버에 대한 책임, 외부로는 지역, 국가, 인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비영리 목적의 PE는 반대로 경제적 성과를 높임으로써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술적/경제적 역량과 자원을 축적하여야 한다. 영리 목적 PE와 비영리 목적 PE는 자산과 역량, BM, 시장/고객 등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요소가 많기에 긴밀한 협업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영리 목적인 AirBnB가 세계 여러 나라 도시가 공동 구축, 운영 중인 비영리 목적의 Munibnb와 협업한다고 가정해 보자. 에어비앤비 입장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사업에 참여해서 시장 확대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고, 무니비앤비는 플랫폼 자체의 기능/성능 개선이나 경영 전략 및 플랫폼 운영 수준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WEF(2019)는 플랫폼 기업과 정부가 상호 협력함으로써 디지털 플랫폼이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국가 차원의 플랫폼(예: 도시 개발, 수송, 의료)은 플랫폼 기업에게는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판매하는 ‘발판이 되고(scaffolding)’ 정부에게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인프라’가 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기업 간에 알맞은 역할분담이 전제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는 재정 투자, 수요/시장 창출, 기업과 일반 국민의 애로 해결, 협업 기반 조성 등을, 기업은 플랫폼 자체의 개발-운영과 이를 위한 기술/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함께 개방적 거버넌스와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표준 규격을 제정-보급하는 식의 노력도 필요하다. //  


<참고문헌>

∙Alstyne, M. V.(2019), "The Opportunity and Challenges of Platforms", in 'Platforms and Ecosystems, Enabling Digital Economy', WEF.

∙Evans, Peter C. and A. Gawer(2016), The Rise of the Platform Enterprise- A Global Survey, The Center for Global Enterprise.

∙Hedges, James and Andrei Furda(2018), "Emerging Role of Ecosystem Architecture", A book chapter in ‘Software Engineering for Variability Intensive Systems: Foundations and Applications’, Taylor & Francis Group.

∙Jacobides, M. G., C. Cennamo, and A. Gawer(2018), "Towards a Theory of Ecosystem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March.

∙Jacobides(2019), "Designing Digital Ecosystems", in 'Platforms and Ecosystems, Enabling Digital Economy', WEF.

∙Kapoor et al.(2021), "A Socio-technical View of Platform Ecosystems- Systematic Review and Research Agenda", J. of Business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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