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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J Mar 02. 2024

Nada 할머니-01

이탈리아에서의 기억.

그이 이름은 Nada.

할머니는 자신보다 더 몸을 못 가누는 90 넘은 친정어머니와 모든 집안일을 살뜰하게 살피는 남편 Dino 할아버지와 함께 젊은 시절 마련한 부엌, 거실 하나, 방 두 개, 화장실 겸 욕실 하나인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녀의 취미는 셔터(이탈리아노로는 Taparella_따빠렐라라고 하는... 발음이 살짝 경망스럽고도 귀엽다)를 비스듬히 내려놓고 길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 나와 당시 채 만 1살이 안되었던 아들내미는 나다 할머니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던 듯싶다.

언제고 바깥에서 우리와 마주치고 인사 나누는 이는 디노 할아버지고, 나다 할머니는 코빼기도 안보이길래, 왜 그런가 싶었다. 어느 날 그 집 창가에서(할머니가 우리를 엿보는 그 창가) 화분이 우리 집 베란다로 떨어졌는데, 그 창가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노로 그이가 화분을 주워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주워서 갖다 달라는 얘기인지, 주워서 버리라는 얘기인지 도통 알 수가 없어서 우얄까요? 하고 제스처를 하니 그이가 창문 속으로 쏙 들어가더니 한참만에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다.  

아이고, 내가 갖고 올라갈 것을. 하고 후회한 것은 화분을 받아 들고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그이의 푸른 실핏줄이 비어져 나온 퉁퉁 부어오른 종아리를 보고 나서였다.

하지정맥류라고 하는 그 병은 유럽 여성 노인들에게 매우 흔한 병인 듯한데, 그로 인해  나다 할머니는 그녀의 2층 아파트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첫 대면을 한 이후에, 가끔씩 우리는 음식을 나누기도 했고, 내 짧은 이탈리아노로 소통을 하기도 했다. 지루하게 흘러가는 그들의 일상에 우리 가족의 등장은 자못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었을 거라 짐작해본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아침 8시면 어김없이 풍겨오던 에스프레소 커피 냄새이다. 8시에 아침 커피, 1시에 점심식사, 8시에 저녁식사. 그 집 부엌 창문에서부터 노부부의 어김없고 틀림없이 반복되는 하루의 루틴이 후각과 청각으로 전달되었다.

박사 후 연구원인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어린 아들을 달고서 버거워하던 젊은 엄마는 그 냄새와 소리에 어떤 위로를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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