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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nJ Apr 01. 2024

제자님의 서울여행

지금 나의 제자 E가 서울에 있다.

지난 월요일 여행 가기 전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여행 잘 다녀오라 인사를 하자, 그녀가 나를 꼭 안아주며 했던 말, "선생님을 만나서 제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어요.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어떤 사람들에게는 한국여행이 '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게 그리스여행이 일종의 '꿈'이듯이.


우리는 지난 한 달간 한국여행 대비 특훈으로 갖가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대화들을 연습했다.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이 뒤섞인 발그레한 얼굴로 내 수업을 듣던 E의 얼굴. 집에서 연습할 때는 잘 되었었는데, 왜 선생님과 대화할 때면 막히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하던 그 표정.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 일순간에 폭죽 같은 빛으로 번져나가던 그 초록색 눈.

내일이면 다시 그녀와 함께 하는 월요일인데, 다시 만나려면(그리고 그녀의 한국여행 무용담을 들으려면!) 앞으로 두 번의 월요일을 건너가야 한다. 새삼스럽게 외로운 기분이 드네.

E는 하루에 한 두어 번씩 한국여행 사진을 핸드폰 메시지로 보내온다. 오늘은 뭘 먹었고, 어디를 갔고 등등.

나는 그의 앵글을 통해서 내 모국을 다시 새롭게 바라본다. 익숙하면서 새롭고 또 내게 거슬리는 것들이 저들에게는 마냥 신기하기만 할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곧 오겠지. 그가 쏟아낼 이야기가 몹시 기다려진다. 

부디 E가 남은 여행일정 무탈하게 지내고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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