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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Jan 19. 2024

사물의 법칙

Four CAUSES

실체에 대한 이해와 규정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 과정 속에서 실체의 본질과 그 존재의 까닭을 탐구하는 것은 철학적 탐구의 근본적인 측면 중 하나이다.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러한 실체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오랜 시간 동안 철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 즉 모든 사물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어떠한 원인도 필요로 하지 않는 최초의 원인으로, 존재의 질서를 규정하는 근본 원리로 볼 수 있다.


실체의 개념을 규명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은 그것이 다른 어떠한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체의 정의를 함에 있어 과거 학자들이 제시한 선행 지식을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언급한 다양한 재료적 요소, 플라톤이 제안한 이데아로서의 독립적인 세계에 대한 보편적 개념, 그리고 형상의 본질적 의미뿐만 아니라 형상과 재료의 결합이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이러한 선행 지식들 위에 더해진 사유를 통해 사물의 존재 이유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 원인의 발견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선행 지식에 대한 연구는 모든 존재에 대한 이해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가 된다.


특히 밀레토스 학파는 실체에 대한 이해를 오로지 재료적 관점에만 두었다. 탈레스를 비롯한 이 학파의 철학자들은 물질적 요소만을 실체의 원인으로 보고 비물질적 요소나 운동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실체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으로 머물렀고, 물질적 요소만을 중시하는 시각은 결국 실체의 전체적인 이해를 어렵게 했다. 이와 달리 피타고라스 학파는 수를 비물질적 실체의 원인으로 보면서, 모든 존재가 인지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플라톤의 이데아와 같은 비물질적 실체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감지되는 현상으로부터 분리된 새로운 실체의 이해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다양한 철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원인을 탐구한다. 그의 체계적인 접근 방법은 사물이 존재하는 원인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이를 통해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목적을 설명하는 이론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의 형상이 그 움직임을 일으키는 원인이자, 사물을 구성하는 물질적 요소가 원인임을 밝힌다. 또한, 이 물질적 구성 요소의 결합과 분리는 움직임의 원인이 되며, 사물이 지니는 목적 또한 그 존재의 원인 중 하나로 본다. 예를 들어, 나무 의자는 재료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며, 그 목적은 사람이 앉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인론은 기존의 사유를 포괄하고 체계화하여, 존재에 관한 광범위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잠재성의 개념을 통해 변화의 원인을 해석하는 이론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요한 공헌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그 사물 또는 상태가 가진 잠재성에 근거하는데, 이는 벽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변화부터 식물의 성장과 같은 자연적 변화까지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세계의 변화와 운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인론과 잠재성 이론은 존재와 변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제공한다. 이처럼,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와 이론은 존재의 근본 원인을 탐색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존재론을 완성하는 것은 이러한 근본원인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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