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세상엔 겁이 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각자 마음에 담아둔 '두려움'이 발생하는 진원지는 다를 것이다. 그것을 승화시켜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으로 가지느냐, 아니면, 중도 포기를 하느냐는 본인에게 달렸다. 온전히 본인에게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자기 전, 다음 날에 해야 할 일을 정리하여 메모를 작성한다. 일을 이뤘으면, 빨간펜으로 글자 위를 가로지르는 선을 긋는다. 그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종일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다. 그럴 땐, 무기력함과 죄책감이 밀려든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내일 또 하면 되는데도, 나는 나를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나는 나를 미워하거나, 나를 상처주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나를 미워하거나 상처주지 않음으로서, 조금 더 건강해지고, 조금 더 활기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하는 과정과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 일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 완성도, 마감 날짜 등을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100% 내가 원한 날짜에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진행하다가 도저히 마음이 가지 않아서(처음 계획이 완벽하지 않으면, 주로 이러한 합리화를 하곤 한다) 관둘 때도 많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놓고 중도에 하차하는 것도 어느정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자책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쨌든, 나는 노력했고, 하려고 했고, 그리고 진심으로 마음을 쏟았기에. 그 시간만큼은 부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 만큼은 칭찬하기'가 나의 목표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 재면서 나는 안 될 거야, 나는 할 수 없을 거야, 나는 누구든 이길 수 없을 거야, 내가 도전하는 건 시간낭비고 나의 약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일밖에 되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커다란 두려움에 휩싸여 많은 일을 놓친 적이 많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언젠가 한번은 '그때 그냥 망설이지 말고 해볼걸'이라는 마음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과 뭐든 하고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했을때가…… 일단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이런 말들은 너무나 많다. 맥락이 같긴 하지만, 우린 우리만의 룰을 만들자. 일단 나를 작게 만들고, 일을 크게 만들지 말자. 나를 크게 만들고, 일을 작게 생각하자. 그러면, 뭐든 쉬워질 거다. 쉽게 느껴질 것이고, 우리는 그만큼 더 빠르게, 더 필요한 순간을 현명하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