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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근 Oct 06. 2019

어쩌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1년 지난 지금, 난 아빠 집사가 되었다. 서열 3위 쯤...

사람마다 동물에 대한 기억이 다 다르다. 그 기억으로 호불호가 가리게 된다.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못했던 내가 고양이랑 집에서 1년을 같이 보냈다.

애들이 엄마 아빠와 상의도 않고 고양이를 분양받아 왔다. 우리 부부는 집에 들어온 생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주는 대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대소변 치우기, 양육비(사료, 병원비, 기타 등등)는 주범(?)인 딸과 아들이, 우리 부부는 싫어하지 않고 놀아주기로만 했다. 이름은 딸 이름과 비슷한 '단지'(애물단지)로 정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난 캣타워를 사주었고, 집에 오면 "이야옹"하고 다가오는 '단지'와 제일 먼저 인사하는 집사 아빠가 되어 버렸다. 안 보이면 어디 있나 찾다가 딸에게 "자는 애 깨우고 있다고..." 구박을 받는 집사가 되었다.

어쩌다 같이 살 게 되었지만 '단지' 매력에 푹 빠졌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밀당할 줄 아는 단지"

"어떨 때는 날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과 표정들"

"조용한 발걸음으로 날 놀래키고, 후다닥으로 정신없게 만들고..."

"겁은 많아서 누가 집에 오거나 현관 벨 소리만 들려도 한동안 숨어있는 소심함" 

이러구 지내다보니 1년이 지났다. 그 시간을 사진으로 돌아다 본다.


[ 집에온 지 3일만에 얼굴 보여준 단지 _ 20181202 ]
[ 아빠 노트북을 점령하다 _ 20181231 ]
[ 점점 뻔뻔해지는 단지 _ 20190110 ]
[ 캣 타워 사달라고 시위(?)중인 단지 _ 20190120 ]
[ 아빠가 그려준 자기 얼굴이 마음에 안 든 단지 _ 20190210 ]
[ 캣 타워에서 당당한 모습 _ 20190412 ]
[ 중성화 수술 받고 힘들어 하는 단지 _ 20190704 ]
[ 이젠 내가 이집의 주인 _ 집사들 다 어디 갔니? 좋은 말 할 때 다 나와라 _  20190816 ]
[ 아빠! 이제부터 맥주는 내 꺼야 _ 20190913 ]


1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한 단지가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헤어지는 날까지 꽃길만을 걷는 우리 가족과 단지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단지,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자. 서로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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