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난 지금, 난 아빠 집사가 되었다. 서열 3위 쯤...
사람마다 동물에 대한 기억이 다 다르다. 그 기억으로 호불호가 가리게 된다. 고양이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못했던 내가 고양이랑 집에서 1년을 같이 보냈다.
애들이 엄마 아빠와 상의도 않고 고양이를 분양받아 왔다. 우리 부부는 집에 들어온 생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주는 대신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대소변 치우기, 양육비(사료, 병원비, 기타 등등)는 주범(?)인 딸과 아들이, 우리 부부는 싫어하지 않고 놀아주기로만 했다. 이름은 딸 이름과 비슷한 '단지'(애물단지)로 정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난 캣타워를 사주었고, 집에 오면 "이야옹"하고 다가오는 '단지'와 제일 먼저 인사하는 집사 아빠가 되어 버렸다. 안 보이면 어디 있나 찾다가 딸에게 "자는 애 깨우고 있다고..." 구박을 받는 집사가 되었다.
어쩌다 같이 살 게 되었지만 '단지' 매력에 푹 빠졌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밀당할 줄 아는 단지"
"어떨 때는 날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과 표정들"
"조용한 발걸음으로 날 놀래키고, 후다닥으로 정신없게 만들고..."
"겁은 많아서 누가 집에 오거나 현관 벨 소리만 들려도 한동안 숨어있는 소심함"
이러구 지내다보니 1년이 지났다. 그 시간을 사진으로 돌아다 본다.
1년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한 단지가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헤어지는 날까지 꽃길만을 걷는 우리 가족과 단지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단지,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자. 서로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