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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다 Dec 15. 2017

외롭지만, 슬프지 않은 크리스마스

동정이 아닌 애정이 필요한 사람

<마르게리트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인디아 데자르댕 글 | 파스칼 블랑셰 그림 | 이정주 옮김 | 2014 | 시공사


우리 엄마 이야기

엄마는 3년 전 혼자가 되셨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한참을 힘들어하셨어요. 50년을 함께 한 배우자니까요.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도 시간이 흐르니 슬픔은 잦아들었고 혼자인 삶에 적응을 하신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넷이나 되는 자식들 집에 가는 일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늘 자신의 집이 편하다고 하시며 홀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시곤 합니다.

자식들은 마음이 불편합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면서 말이지요. 

정말 엄마는 홀로 집에 있는 것이 편하신 걸까요? 

외롭긴 하지만 슬프거나 불행하진 않으신 걸까요?


마르게리트 할머니 이야기

그림책 속의 마르게리트 할머니는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좀 더 많으신 듯합니다.

홀로 사시지만 미용사가 와서 머리를 감겨주고 가정부 와서 청소를 하고 간호사도 방문을 하니까요.

자식들과 손주가 있어서 얼마든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도 있으련만, 할머니는 피곤합니다.

홀로 편안하고 안전한 집에서 다른 날과 다름없이 평온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 하십니다.

그건 나이가 많은 할머니로서는 당연한 일일 거예요.

이제 중년의 문턱에 있는 저도 종종 번잡스러운 '날'이 참 피곤하게 느껴지니까요.

할머니의 기억에 숭숭 구멍이 뚫려서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인 극심한 외로움, 이런 감정을 오래 간직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짠한 마음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애잔한 무언가가 커다란 덩어리가 되어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네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할머니에게 일어난 작은 사건.

할머니는 정말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던거죠.

아직은 삶 속에서 더 많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 살아있는 사람인거죠.

늙는다는 건 뭘까?

우리는 점점 늙어가고 있습니다.

나의 노년은 어떨까요?

마르게리트 할머니처럼 배우자보다, 친구보다 조금 더 오래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까요?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기억엔 숭숭 구멍이 뚫리고 안갯속을 걷듯 명확하지 않은 사고를 하게 되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화를 나는 현명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을까요?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즐겁고 행복한 날이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외롭고 쓸쓸한 날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일 수도 있지요.

우리 엄마에게 딱 그런 날일 테지요.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도 그런 날일 거예요.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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