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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Apr 06. 2020

디테일의 힘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만화 <미생>을 보면서 윤태호 작가의 자료 조사의 꼼꼼함에 놀랬다.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았음에도 무역 회사의 실무를 표현하는데 굉장히 뛰어났다. 업무의 흐름과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떤 '틈' 또는 '공간'도 보였다. 이런 공간이 무엇인지 글로 표현하기 쉽지는 않은데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저자 장류진 작가는 정확하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단지 회사생활에서의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의 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깔끔하게 보여준다.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다소 낮음
도움의 손길
백 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새벽의 방문자들 
탐페레 공항


역시나 저자는 회사 생활을 10년 정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회사 생활도 똑 부러지게 하셨을 듯하다.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 중 하나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일 텐데 작가의 소설 속에서 정확하게 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관계 속의 애매한 부분들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에 대한 부분이라던지, 썸을 타는 남녀의 전개 과정 등. 작가의 글 속에 작가의 성격을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포인트를 그렇게 좋아하나?”
“다들 좋아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래서 또 자신 있게 대답했지. 네, 좋아합니다!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요?”
“글쎄요.”
“그렇게 좋은 거면 앞으로 일 년 동안 이 차장은 월급, 포인트로 받게.”
(「일의 기쁨과 슬픔」)


월급을 포인트로 받게 되는 내용을 보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 아니 이보다 더한 일이 실재로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포인트로 월급을 받으면서도 드라마틱하게 사장의 책상을 걷어차고 나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든 포인트를 현금화해서 현실 상황에 적응을 한다. 이거 우리들 이야기 아닌가? 이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작가의 이야기에 많은 직장인들이 '좋아요'를 안 누를 수 없는 듯하다.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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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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