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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키키 May 14. 2020


매운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

아이만큼 중요한 부부의 세계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하려다 보니 내가 먹고 싶음 음식들과는 멀어진다. 나는 얼큰한 국물요리나 약간 칼칼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아이랑 함께 먹어야 해서 다른 메뉴로 변경한다. 지난번에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밀키트를 주문했었다. 약간 매운맛을 내라고 베트남 고추가 재료로 들어있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먹어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고추는 넣지 못했다. 사실 아내 몰래 두 개 정도 넣었는데 별로 티가 나지도 않았다. 그 후로 알리오 올리오를 몇 번 더 시켜먹을 때마다 베트남 고추는 요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는 그때마다 작은 플라스틱 보관용기에 베트남 고추를 담아 냉장고에 넣으며 언젠가는 쓰리라 마음을 먹었다. 


지난 주말에는 아침 식사로 뭐를 먹을지 고민을 하다 며칠 전에 만든 해물 볶음밥이 조금 남은 게 생각이 났다. 아이 혼자 먹을 정도였다. 이때다 싶어서 아내에게 말했다. 아이는 지난번에 남은 볶음밥을 먹고 우리는 매운 파스타를 해 먹자고. 아내는 선뜻 동의를 하며 - 분명 아내도 매운 음식을 좀 먹고 싶었을 것이다 - 파스타에 넣을 해물들을 챙겨주었다. 집에는 오징어와 새우가 있었다. 


먼저 재료를 준비한다. 마늘 2~3개 정도를 편으로 썰어준다. 양파 반개, 송이버섯 한 개를 먹기 좋게 썰어준다. 해물은 먹기 좋게 썰은 다음 키친타월에 물기를 제거해 준다. 해물에 소금 후추 간을 약간 해둔다. 집에 방울토마토가 있어서 반으로 썰어준다. 파스타를 먼저 삶아준다. 끓는 물에 소금과 오일을 조금 넣어 7~8분간 면을 삶아 준다. 삶은 면은 채에 담아 물기를 빼준다. 프라이팬에 오일을 3~4큰술을 두른 후에 편으로 썬 마늘과 페러론치노 (7~8개 정도 -취향에 따라 조절)를 넣고 매운 향이 올라올 때까지 잘 볶아 준다. 그다음 양파 - 버섯 - 해산물 - 방울토마토 순서로 넣어가며 볶아준다. 그리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토마토소스를 넣고 파스타 면을 넣으면 끝. 



요리는 냄새만으로도 성공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내가 아이 밥을 먹이는 동안 요리를 다 끝냈고 아이가 밥을 다 먹고 유튜브 헬로카봇을 보여주는 동안 우리는 느긋하게 식사를 했다. 베트남 고추를 왕창 넣어 엄청 매울 줄 알았는데 기름에 볶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맵지는 않고 딱 적당히 맛있게 매웠다. 파스타에 넣은 재료들 역시 맵삭 하게 맛있었다. 아내와 나 둘 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매번 아이를 먼저 챙기며 정작 자신한테 신경을 못쓰는 아내를 보며 마음이 안쓰러웠다. 힘들어 인상을 써가며 아이를 완벽하게 케어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조금 느슨하게 웃으면서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나을까? 어떤 엄마의 표정을 아이는 더 좋아할까? 과거 우리의 엄마들이 그랬던 것 같다. 엄마의 커리어 청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이에게 올인을 한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니 자식들에게 바라는 게 생기고 또 결혼을 한다고 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관계 정리가 잘 되지 않는 게 아닐까? 조금 이야기가 돌아간 것 같은데 아무튼 가끔씩은 아이 때문에 참았던 엄마 아빠들의 식욕을 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엄마 아빠가 행복하고 부부의 관계가 좋아지 아이도 행복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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