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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Jan 15. 2022

베를린이 왜 좋아요? 4년간의 짝사랑 일기

자타공인 베를린 덕후의 본격 베를린 영업글



TODAY'S BGM

Peggy Gou - Starry Night

https://www.youtube.com/watch?v=kD0en6bbJPI






나는 자타공인 베를린 덕후다. 얼마나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베를린이 얼마나 멋진지 입이 마르도록 떠들어댄 탓에 이제는 베를린의 '베'자만 꺼내도 ‘또 베를린이야?!’ 하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다.


이 정도면 거의 베를린 비공식 홍보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은 덩달아 베를린을 좋아하게 되어 영업은 꽤나 성공적이었지만!)



베를린의 유명한 브런치 가게 <Roamers>. 메뉴판을 대충 읽고 고수가 올라간 샌드위치를 시켜버렸지만 아무렴 어때. 여긴 베를린인데!



시작은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다. 여름이 막 시작되던 6월의 첫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베를린.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베를린에 매료된 건 '독일스럽지 않다'는 다소 모순적인 이유 때문이다.


보통 한 국가의 수도는 그 나라를 대표하기 마련이지만 베를린은 그렇지 않았다. 여타 독일 도시의 반듯하고 정적인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는 젊고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고 차분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물었다.



"베를린이 왜 좋아요?"



그래서 준비했다. 왜 이렇게까지 베를린에 진심이 되었는지. 독일어와 데면데면했던 내가 어쩌다 다시 독일어를 배워 자격증까지 따고, 지금은 비록 코로나로 무산되었지만- 왜 베를린행 비행기에 오르기로 결심했었는지 말이다.


짝사랑에 불과할지라도 상관없다. 베를린을 사랑하는 이유라면 밤을 지새우도록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베를린을 사랑하는 5가지 이유

5 Reasons why I love Berlin




1. 자유로운 베를리너들

베를린 Mauer Park 근처 거리. 형형색색의 자전거로 빼곡하다.



베를린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베를린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쿨하고 힙한 베를리너들은 자전거를 타고 배낭과 에코백을 즐겨 맨다.


다른 독일 도시처럼 베를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기에, 대부분 불편한 옷차림보단 편안하고 실용적인 옷을 즐겨 입는다. 비에 젖어도 괜찮고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아도 상관없는 그런 옷들 말이다.





가벼우면서 휴대가 용이한 에코백은 베를린 사람들과 한 몸이다.


얇은 천이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짐이 잔뜩 들어있는 모습을 보며 에코백의 매력은 아낄수록 사라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껏 닳고 헤진 에코백조차 멋스러워 보였으니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베를린과 꼭 닮았다.


사람들 몸 곳곳에 새겨진 타투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더하는데 한몫한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각양각색의 타투로 자신의 개성을 맘껏 드러낸다. 베를린만큼 타투가 잘 어울리는 도시가 있을까?





2. 힙한 카페와 서점의 천국

미테 지구의 예술 서점 'do you read me?!'



커피와 책 덕후인 나에게 카페와 서점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방앗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를린은 가히 천국이다.


베를린에서 가장 힙한 동네라 불리는 미테 지구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와 예술 서점, 편집샵으로 가득하다.



베를린 3대 로스터리 중 하나인 'BONANZA'.



베를린 3대 로스터리 중 하나인 카페 'BONANZA'는 페인트칠하지 않은 회색 벽과 쿨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요즘 유행하는 공사장 느낌의 인테리어는 아마 베를린이 원조이지 않을까. 커피맛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또한 예술서점 'do you read me?!'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아트북 및 독립 서적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책을 발견했을 땐 얼마나 반가웠는지!





3. 공원과 빈티지 플리마켓 (feat. 병맥주)



대도시라고 빽빽한 고층건물만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베를린은 조금만 걸어도 드넓은 공원과 호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인근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고, 공원에서 개와 산책하거나 잔디에 누워 책을 읽고 낮잠을 잔다. 때론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느 누구도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주말마다 열리는 빈티지 플리마켓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베를린 마우어 파크 MauerPark에선 매주 일요일마다 큰 플리마켓이 열린다.


관광객부터 동네 주민까지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시장은 오래된 레코드부터 카메라, 책, 가구, 소품, 문구, 배지 등 각양각색의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푸드 트럭은 물론, 개성 있는 밴드의 버스킹 연주를 감상할 수도 있었다.





4. 현대미술과 테크노 음악의 성지


베를린은 문화예술 도시다. 170여 개의 미술관과 600여 곳의 갤러리, 130여 개의 극장이 있고 매년 2월이면 베를린 국제 영화제도 개최된다. 도시를 아무 계획 없이 그저 걷기만 해도 지루할 틈이 없다. 


풍성한 볼거리 중에서도 테크노 음악과 현대미술은 베를린의 대표 주자다.


전 세계 1위 테크노 클럽 베르크하인 Berghain은 매일 밤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평소 좋아하는 한국인 DJ '페기 구 Peggy Gou' 또한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언젠가 베를린에서 그녀의 공연을 볼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을텐데!



베를린 현대 미술관 (Hamburger Bahnhof)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한 베를린 현대미술관 Hamburger Bahnhof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시간을 보내려 방문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전시된 작품 속엔 독일 특유의 무심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매력적으로 녹아들어 있었다. 사람들은 작품 앞에 모여 대화를 나눴고 그들의 표정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반짝였다.





5. 도시 곳곳을 물들인 그라피티

가장 베를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사진들.



베를린에서 그라피티는 단순한 낙서가 아닌 예술이다. 도심 속 빈 공간은 거리의 예술가에게 자유로운 캔버스로 변신한다.


건물 외관부터 돌담, 벽, 천장 등 그라피티가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도시는 다채로움으로 빼곡하다.

베를린에선 과거 동독 시절 건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그라피티는 빛바랜 회색빛 콘크리트 빌딩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 만난 유명한 작품, '형제의 키스'.


베를린은 전쟁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무너진 베를린 장벽은 전 세계 예술가들의 손끝을 거쳐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탄생했다.


유명한 관광 명소이기도 한 장벽 앞을 걷다 보면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과거의 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베를린은 냉전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도시다. 제 세계 2차 대전으로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되자 베를린 또한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갈라져 45년간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렇기에 베를린은 차별과 대립 대신 평화를 외친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도시는 모든 개개인의 개성을 포용하고 존중한다.







베를린을 두고 '가난하지만 섹시하다 Poor but sexy'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곧 젊음의 도시라는 증거일 테지. 무엇이든 새롭게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환경에 이끌려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은 베를린으로 모인다.


다녀온 지 벌써 몇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나는 베를린을 꿈꾼다. 언젠가 그곳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것은 마음 속 간직한 소원 중 하나다.


다시 만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때는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그때까지 잘 지내, Tschüss,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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