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주 1일
여기 앉으세요
2023.07.11(화) @7호선 장승배기역 5-3
7시 정각 지하철을 기다리며 수줍게 임산부 뱃지를 가방 밖으로 빼꼼 내보인다. 열차가 도착하고 매의 눈으로 임산부석이 비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나의 데일리 루틴.
두 달간 매일 임산부석을 지켜본 결과,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앉아있을 확률은 10%, 임산부석에 비임산부가 앉아있을 확률은 70%, 임산부석이 비어있을 확률은 20%. LUCKY! 오늘은 20% 확률이구나!
앉으려던 찰나, 내 앞에 샛노란 블라우스를 입은 20대 여성이 홀랑 앉아버렸다. 잉? 이런 경우는 0.5% 정도 되려나 ㅎ 아 유랑기 기록 첫날부터 이러기야..?’ 뱃지가 최대한 잘 보이게 가방을 세팅하며 임산부냐고 물어볼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를 본 그녀는 깜짝 놀라며 “여기 앉으세요”하고 자리를 비켜줬다. 굳은 얼굴로 목례를 하고 앉았는데,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했으면 좋았겠다’라고 생각만 했다.
2023.07.11(화) @3호선 고속터미널역 5-2
출근 유랑기를 기록하는 첫날, 결국 한 건 했다. 고터에서 내려 3호선을 타야 하는데, 고터를 지나 반포에서 내렸다. 내가 이 글 쓰는 거에 그렇게 집중했었나..? 반포에서 다시 한정거장을 돌아온 후 다시 3호선 고속터미널역. 방금 열차가 출발했는지 꽤 한산하다. 큰 기대 없이 3호선을 탔는데 두 번째 LUCKY! 임산부석 두 자리 중 한자리가 비워져 있다.
오늘 평소보다 10분 빠르게 나와서 그런가? 지옥철을 타는 직장인들은 알겠지만, 3-4분 차이로 지하철은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임산부석을 사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Today‘s score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