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보는 것도 사랑이니까
오늘 아침은 눈과 목이 아픈 탓에 기존 기상시간보다 3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알레르기군. 아마 전 날 나의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너무 예뻐한 게 원인이겠다. 순간 인상이 팍 찌푸려졌지만 이내 곧 진정되었다. 어쩌겠어. 알고 있었잖아.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따끔과 뜨끔 사이를 오가는 목을 쓸어내리며 일어나 물을 끓여 훈기를 들이쉬었더니, 코점막 안이 금세 강아지 코처럼 촉촉해졌다. 그 덕에 다시 한번 떠오른 귀여운 나의 강아지. 그의 까맣고 부드러운 이목구비를 되새기며 ‘미안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5분 덜 만져줘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했다. 진짜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강아지 알레르기가 있는 애견인이라니. 좋아하는 무엇과 내가 맞지 않는 일은 자주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매번 서운하다. 왜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게 나에겐 어렵고 힘들까.
다가가려 해도 결국 거리를 두고 마는 것들을 가만가만 더듬어 떠올려본다. 강아지, 커피, 매운 음식, 주짓수, 돈, 사람들과의 모임. 좋아하지만 좋아할수록 힘들어지는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것들.
그것들을 온 마음 다해 품을 수 없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애정 정도차 때문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그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노력이 부족한지도 모르지. 좋아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거나 이겨내야지. 밀어내면 밀렸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스윽 엉덩이를 가까이 붙이는 나의 태도는 책임 없는 쾌락만 원하는 향유자 일지도.
하지만 가끔은 그래도 되지 않을까. 희생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고, 노력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것들도 있어야 이 세상을 견디고 즐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는 양껏 좋아하지 않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 바라만 보아도 충족되고 발만 담가도 만족스러워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내 모든 걸 다 주고 싶은 사랑도 사랑이지만 그저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일도 사랑이라고. 그런 사랑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