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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레워홀러 Apr 26. 2020

칠레, 남미에서 겪은 인종차별

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15.인종차별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혹은 아시아인들이 겪는 인종차별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심심찮게 한국인 유학생들이나 워홀러들이 길거리에서 당하는 무차별 폭행 소식에 격분하기도 했다. (우연히 영상을 봤는데 그야말로 묻지 마 아시아인 폭행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중국에서 오지 않았다는 말을 해도 무차별 폭행을 가하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외치곤 했다) 


남미에서도 마찬가지, 유튜브를 보다 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현지 사람들의 진담 같은 농담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들도 들려온다. 비단 코로나 19 사태 때문만은 아니며, 그전부터 남미에서의 인종차별은 (중국인들이 차이나타운을 만든)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최근 한류 열풍으로 국격이 많이 상승했다 생각한다.  내가 있었던 2017년의 칠레는 과연 인종차별이 어느 정도였을까? 내가 겪었던 일들을 찬찬히 돌이켜 봤다. 


 






#1. 북적이는 주말 저녁, 산티아고 중심부

사람 많은 주말 저녁친한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클럽에 놀러 갔다 가던 곳이거니와 현지 친구들과 함께였으니 신나게 춤추며 놀았는데문제는 집에 가기 위해 클럽을 나와서부터였다

우버를 불러 클럽 앞 가드들 옆에서 친구들과 기다리고 있었더니술에 취한 칠레인 남자 2명이 클럽을 제지당하자 옆에 있던 우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더군다나 다른 남자 친구들은 먼

  상황이었고칠레 여자인 친구 2명과 함께 있었기에  쉽게 말을 걸었던  같기도 하다


당연히 중국에서 왔다는 기정사실 속에 ‘만다린어 조금   안다칠레에 어떻게 왔느냐여기 클럽 물은 어떻냐.’ 등을 성치 않은 발음으로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친구들은 중국인이 아니며지금 하는 행동은 예의가 아니라며 그냥 가라고 했지만 계속해서 나를 향해 가까이 오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곳에서 심지어 친근하게 대하던 건장한 가드들은  순간 남이 되어 방관자가 되어 있었고나는  알아듣는 척하며 ’ 너 영어   알아?’라고 영어로 물어봤다기분이 상했는지 계속해서 만다린을 가르쳐 달라며 조르기 시작했고다행히 우버 차가 도착해 후다닥 친구들과 나왔다 술 취한 칠레인은 만나서 반가웠다며 악수를 청했고내키지는 않았지만 잘 지내라는 인사와 함께  자리를 나왔다(라기 보단 피했다고 보는  맞겠지


머무는 곳이 가까운 편이라 걸어가려고 했지만방금  상황을 지켜본 친구들은 가는 길에 데려다줄 거라며 괜한 고집 피우지 말랬다특히나 너는  위험하다며사람이 북적이는 곳이었으니 망정이지 어두운 골목길이었다면그리고 내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면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등골이 오싹했다우리나라였으면 아무리 술에 취해도 위협을 느끼거나혹은 내가 처음 보는 사람으로 인해 기분이 상했다면 충분히 화를 내거나 신고를  정도의 경우였지 않았을까.



#2. 대낮에 지하철에서 겪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날 좋던 가을의 어느 날, 여자인 칠레 친구와 놀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었다. 늘 그렇듯 그 시간엔 사람들이 붐볐고, 우리 앞으로 흰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앞에 섰다. 내가 스페인어를 하는 걸 듣고는 우리가 하던 농담에 조금씩 끼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윽고는 어디서 왔냐며 왜 칠레 여자가 아시아 남자랑 놀고 있냐며 농담조 섞인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웃으며 얘기했지만 요지는 그거였다.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던 칠레 친구의 몸을 훑어보면서. 순간 당황했지만 옆에 친구도 있고 해서 웃으면서 넘겼는데, 친구는 친구대로 미안하다며 눈치를 봤고, 당한 나 역시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했지만 당사자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인종차별과 동시에 성차별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그것도 사람 많은 지하철, 대낮에.



 
 
하나의 에피소드이고 항상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가만히 보면 사소하기에  심각한 문제이다단순히 취객이 클럽에 입장이 제지되자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서  많고 많은 사람들  타깃은 정확히 ‘아시아인 나였고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나를 향해 굳이 걸어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지하철 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외에도 칠레에 사는 한국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끝도 없다굳이 지나가는 차에서 창문을 열고 치노 외치며 가는 사람이며직장 내에서도 아시아인인데 언어까지  한다며 은근히 무시하는 거며가짓수는 정말 다양하고 상황은  다양하다단순한 무지이고 문화 차이라고 치부하기에는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우리는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고 대해야 하는 걸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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