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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oud Windwalker 이한결 Dec 15. 2016

대한민국 대탈출 까미노 데 산티아고.

chapter 1-1. 유럽의 관문, 이탈리아 "비아 프란 치즈나"

프롤로그

이탈리아에선 "비아 프란 치즈나" 프랑스에선 "슈망 생작" 스페인에선 "까미노 데 산티아고"라고 하는 성 야고보의 길을 대탈출의 시작으로 삼은 당신을 환영한다. 유럽의 모든 길은 대체로 바티칸 아니면 산티아고를 향하는 수많은 이정표들로 가득하다. 나는 여기서 커다란 정보나 무수한 루트를 다루기보단 간단하게 내가 걸었던 길의 정보와 숙소 그리고 최소한의 팁으로 구성하여 당신의 탈출이 즐겁고 편하길 바람이다.


part 1. 왜 걸어야 하는가?

지금 한국은 걷는다. 선진국까지 갈 것도 없이 요즘은 모든 연령층에선 걷기 열풍이다.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내가 생각 하기에 걷는다는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가장 영혼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혼자서 수많은 별무리를 바라보며 새벽의 공기를 마시면서 걷거나 일출의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일, 갈증을 심하게 느끼다가 시원하게 마시게 되는 음료 등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이 내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걸 알게 되는 과정, 그 순간의 행복을 결국 몸과 영혼은 하나이며 그것은 걷는 매 순간 느낄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이 곳 걷기라는 것, 그래서 나는 이를 좀 더 확장하여 더 멀리 더 길게 도전하기를 주문한다. 시작은 "바티칸"에서 스페인 까미노, 진짜 마무리 "묵시아"까지, 물론 이 길은 최소 2000km 이상 유럽 삼국(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지나는 아주 긴 트레킹 코스이다. 아직 일부 부족한 인프라와 낯섦, 그리고 약간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은 이 작고 특별할 거 없는 정보로 끝까지 완주할 것이란 걸 나는 안다.


part 2. 무엇을 알아야 하나.

우선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던 이 커다란 모험은 기본 경비 이외에 당신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면(?) 모를까 다녀오고 나서의 삶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당신의 잔고를 확인하라! 경비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모험에(2016년) 내가 사용한 금액은 대략 700만 원 정도였다. 이는 초반 체코와 로마에서의 여행 경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를 빼고 생각하면 대략 600만 원이다. 이도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전부 각 나라의 저렴한 숙소에서 묵은 기준이다. 만약 당신이 텐트를 사용한다면, 하루에 10에서 15유로 이상을 세이브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략 400만 원 이하로 경비가 줄어든다. 명심하라 이건 매우 커다란 금액이다. 다음 유럽의 "쉥겐조약"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EU에선 90일 이상 체류 불가이다. 만약 그 이상 체류하게 된다면, 출국 시 블랙리스트에 올라 5년 동안 EU에 입국이 불가능하다. *팁이라면 스페인은 양자 협약 국가라 총 180일 체류가 가능하다(그래서 나도 이 루트로 이동했다). *하나 더, 프랑스에서 스페인 넘어갈 때 앞뒤로 일주일 정도의 영수증 들을 챙겨 두어라 귀국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자 이제는 다녀와서의 문제다. 이건 이미 출발할 때 그 답이 있다. 우선 당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얼마의 돈이 나올지 정확히 확인하라, 퇴직금은 얼마인지, 실업 급여는 얼마나 나올지 그리고 그 시기와 분위기다. 다녀와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가를 할지도 확인하라, 다음은 당신 자신의 주변 정리다. 우선은 6개월 전쯤부터 신용카드를 사용을 멈추어라, 떠나는 그날 당신의 카드빚은 큰 부담이 된다. 그리고 통신은 얼마나 정지가 가능한지, 각종 공과금의 지불 상황도 잊지 마라 마지막으로 냉장고를 비워라.      


part 3. 준비물.

튼튼한 배낭은 기본이다. 남자는 60~70L 정도, 여자는 40~50L 정도를 추천한다. 신발은 방수 기능에 충실한 발목까지 오는 중 등산화를 추천한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순례자 여권이다. 이름은 "크레덴시알" 만약 나와 같은 루트라면 한국에서 미리 발급받아라, 로마에선 발급받기가 까다롭다. 만약 "크레덴시알"이 없다면 대부분의 순례자 숙소에서 당신은 묵을 수가 없다. 물론 중간에 "크레덴시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숙소들이 있지만 불확실하다. 꼭 미리 발급받아라(www.caminocorea.org)그리고 나머지는 가면 다 있다. 자그만 물품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part 4. 언제?

겨울(11~3월)은 눈이 많아 위험하니 추천하지 않는다. 여름(6~8월)은 40도가 넘는 더위와 화상을 입을 정도의 태양 때문에 매우 힘들다. 봄과 가을에 가는 걸 추천한다. 특히 가을은 지천에 널려있는 밤, 사과, 무화과 등 먹을 게 많고, 매일 엄청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나의 도전은 전체 일정의 물리적 한계를 생각해서 이른 여름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텐트를 구입하면 들어있는 2인용 그라운드시트를 준비하자, 지저분한 숙소에서 빈대를 피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바티칸 여행자 사무실 겸 순례자 사무실, 스탬프는 여기서 받는다.




day 1. 

Vaticano -> La Storta

전체 20km. 최고 높이 169m 난이도 중.


숙소-lstituto Suore delle poverelle, via Baccarica 5, Tel-06 30 89 04 95 (14 posti)


숙소-lstituto Figlig di Nostra Signora del Sacro Cuore, Via Cassia 1826, Tel-06 30 89 08 63, fnssc_curiageneralizia@inwind.it, 35유로, 순례자 많은지 매우 친절하다. 디너 추천.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앞에서 출발할 때 혼자만의 묵념, 앞으로 여행에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다. 당신이 무신론자던 타 종교던 지구 상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의 성지에서 앞으로의 이 길에 축복이 있기를 빌어보자, 밑의 사진에 보이는 이정표 중 중간에 있는 싸인을 따라가자 나머지 싸인은 루트가 다르다.


"비아 프란 치즈나"의 싸인이다.


아직 로마를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강하며 도착지는 도로 옆에 있는 수녀원이 있었다.


사실 내가 가는 방향은 반대였다 그러나 길은 끝도 시작도 결국 나의 선택이다.


반대쪽에서 간혹 순례자들이 지나가곤 했다.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보다 저들이 오는 방향이 결국 내가 가야 할 방향임을 알 수 있기에 정보가 부족한 나에겐 고마운 일이었다.




day 2.

La Storta -> Settevene

전체 35km. 최고 높이 384m 난이도 중.


숙소-Strada Provinciale 38, 745, 전액 기부제, 큰 규모의 수녀원, 허기진 순례자들에게 넉넉한 디너를 제공해준다.


수년원의 식사.


본격적인 순례길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로마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거기다 "비아 프란 치즈나"의 이 형편없는 이정표 관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다 하루 평균 추가로 7~8km 이상 더 걸을 거란 공포가 몰려온다. 도착한 곳은 마을이랄 것도 없는 그냥 도로였고 숙소를 찾는 과정은 결국 고행이 되었다.


*수년원은 보통 디너랑 아침밥도 제공한다. 훌륭한 와인은 덤이다. 기부제로 운영한다면 15유로 이상은 지불하자.


"콘챠" 모양의 싸인이다 "야고보"의 상징.




day 3.

Settevene -> Capranica

전체 31km. 최고 높이 378m 난이도 상.


숙소-Parrochia San Giovanni Evangelista, piazza Duomo, dan Antonio Paglia, Tel-0761 66 90 53, possibilita di pernottare solo con il proprio materassino.


숙소-B&B Monticelli, loc. Monticelli 1 (sulla Viaa 400 m dal punto 794), Tel-0761 66 96 92, info@monticelli-bed-and-breakfast.it.


*올드타운 중간에 위치한 경찰서(?)에서 숙소를 알려주며 스탬프도 찍어준다.


이탈리아는 생맥주 보다 병맥주가 저렴하다.


마을까지 올라가는 게 지옥 같았다. 올드타운 입구에 있는 피자집이 저렴하고 맛있다.


*이탈리아 올드타운은 거의다 산 정상에 위치한다. 수녀원이나 성당 혹은 수도원은 기부제 아니면 보통 15~30유로 정도를 받는다. 그 외의 숙소들은 1인에 30~60유로이며 식사비용은 별도이다.


보통 산 정상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올드타운.




day 4.

Capranica -> Vetralla

전체 22km. 최고 높이 921m 난이도 상.


숙소-Monastero Regina Pacis, via Giardino 4, frazione La Cura, Tel-0761 48 15 19, 31유로 디너 아침 별도.


올드타운과 숙소와의 거리가 멀다. 친절한 스탭과 시설이 훌륭해서 좋았지만 경비를 아끼고자 저렴한 샹그리아와 싸구려 소시지로 배를 채워서 나에게 참 못슬짓 하고 있구나 라는 한심한 생각으로 이날을 마감했다.

*스페인 외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순례자 숙소들은 주방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지역의 샹그리아, 맛과 멋이 넘친다.


*처음 일주일이 가장 힘들다. 특히 발, 발목, 무릎 관리에 신경 쓰자, 경비를 아끼고 싶다면 캠핑장을 이용하자, 사설로 운영되는 캠핑장이 많다. 보통 1인에 5~10유로이다. 만약 이 비용도 절약하고 싶다면 적당한 곳에서 비박을 하자.  


넘치고 넘치는 고대의 흔적들.




day 5.

Vetralla -> Viterbo

전체 24km. 최고 높이 497m 난이도 상.


숙소-Suore Adoratrici del Sangue di Cristo, viale IV Novembre 15, Tel-0761 34 19 00 / 0761 34 47 03, 식사 포함 1인 30유로 2인 50유로.  


숙소-Parrocchia di Sant'Andrea, piazza Sant'Andrea, Tel-0761 32 63 53, 올드타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제 5일째, 고작 5일째, 그러나 나의 신발이 고장 났다. 그냥 고장이 아니라 밑창이 떨어져 나갔다. 기묘하게도 이럴 때 신발을 수선할 수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는 사실, 그래서 찾아간 신발 수선집 장인의 말씀, "2~3일은 걸린다"라고, 난 그런 시간과 경비가 없었다. 결국 옆의 아웃도어 상점에서 저렴한 등산화 구입, 가뜩이나 긴 장거리 순례길에서 또 다른 페널티 발생, 발 아픈 건 참으면 된다. 그러나 내일부터 여분의 고통이 몰려오리라 생각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비테르보"의 신발장인.


*비테르보는 치미니 산맥의 기슭에 있으며 로마 북서쪽에 있다. 원래 에트루리아인의 마을이었던 이곳은 BC 310년경 로마인들의 손에 넘어갔다. 774년 토스카나의 롬바르드족 마을에 속했다가 11세기에 토스카나의 마틸다가 교황에게 주었다.


1193년부터 독립 콤무네[地自體]와 주교관구로 중요해지면서 3세기에 걸쳐 로마 교황과 신성 로마 제국 황제가 이를 놓고 싸웠고, 1396년 교황의 소유가 되었다. 비테르보는 1257년 이후 교황이 거주하는 곳으로써 로마에 필적하는 지역이 되어 다시 다툼의 중심지가 되었다가 1309년 교황이 프랑스 아비뇽으로 옮겨간 후 그 중요성이 약화되었다. 이곳에 있는 교황궁(1257~66)은 추기경들이 교황 선거 비밀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던 곳으로, 제1차 회의는 1268년 교황 클레멘스 4세가 죽은 후 열렸다. 2년 후 비밀회의를 구성하던 17명의 추기경들이 후계자를 선임할 수 없게 되자 비테르보 시민들은 이 궁전을 폐쇄하고 지붕을 철거했으며 추기경들의 식량을 빵과 물로 제한하면서 의사결정을 요구했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 1,000명 이상의 주민이 죽고 도시의 약 70%가 파괴되었지만 비테르보는 다른 몇몇 도시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전후 복구를 완료했다. 성벽과 탑으로 둘러싸인 11~13세기의 중심지는 크게 변하지 않고 보존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케이드와 13,14세기의 주택과 궁전들이 있다. 유명한 교황궁 이외에도 각각에 두 교황의 무덤을 포함하고 있는 12세기의 산 로렌초 대성당과 13세기의 산 프란체스코 성당, 르네상스 시대의 시청 건물, 시민박물관을 포함하고 있는 12세기의 산타마리아 델라 베리타 성당 등이 볼 만한 건축물이다.


간신히 찾은 수도원.


간신히 찾아낸 숙소는 수도원이었고, 러닝 차림의 배불뚝 신부님은 쿨하게 허름한 숙소를 보여주며 키를 던져준다. 너 알아서 자고 키는 앞에 빈 통에 넣고 가라고, 그래서 이제는 쓸모 없어진 고장 난 신발을 그 통 위에 살포시 놓아두고 왔다.




day 6.

Viterbo -> Montefiascone

전체 27km. 최고 높이 575m 난이도 상.


숙소-Parrocchia Corpus Domini, km 100 della Cassia (via Cassia 10, arrivati sulla Cassia venendo da Via Asinello svoltare a destra) don Giuseppe Fucili: Tel-0761 82 65 67, 2인 1실인 호텔급 숙소이다.  


이탈리아의 지난 길 들은 별거 아니었다. 여기는 말 그대로 0미터에서 정상까지 저스트 업! 정신이 오락가락할 즈음 보이는 비경 "볼세나 호수"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순간이다. 경치에 팔려서 숙소 찾기를 포기했었다. 그래도 혹시 노인들은 알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불편한 다리를 하고선 따라오라고, 알려준다고, 그래서 찾아간 수도원, 역시나 노인 파워!


정상에서 바라본 "볼세나"


마을에서 열리는 이상한 카트 경주를 보며 길거리 맥주를 즐기고 간단한 음식을 마트에서 구입, 천천히 수도원으로 돌아와 "볼세나 호수"를 와인과 함께 감상하며 참 외롭게 취해갔다. 뭐 그래도 아름답기는 하니 이 또한 좋다.


수도원 에서 바라본 "볼세나"


*전설에 의하면 옛날 독일의 한 주교가 이곳의 와인을 마시고 너무나 맛있어서 Est!(영어로 it is!)라고 외쳐서 "Est! Est! Est! Di Montefiascone"라는 와인이 있다.




day 7.

Montefiascone -> S. Lorenzo Nuovo

전체 27km. 최고 높이 492m 난이도 중.


숙소-Affittacamere/Ristorante La Francigena, Via Paese Vecchio, Tel-0763 72 79 36, info@ristorantelafrancigena.it, 주방이 없으나 훌륭한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한다.


하루가 만리같은 고통 속에서 다행이 찾아낸 속소에서, 찰라 그 순간의 빛무리.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었던가? 꾀나 힘들게 도착한 마을이다. 마을에 순례자 숙소도 하나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만사가 귀찮은 날이라 숙소에 붙어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맥주를 숙소 앞에서 배부른 개처럼 천천히 마신다. 그냥 맥주 마시면서 멍 때리기, 아 이런 거 너무 좋다.


*사설 숙소에서 레스토랑을 같이 경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돈이 넉넉하다면 먹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훌륭한 식사가 나온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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