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겨진 순간들
“잘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종종 테이블을 정리한다. 반찬을 담는 그릇, 수저, 컵을 한데 모아둔다. 나의 자리를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나의 이런 모습을 몇 번 지켜보던 짝꿍은 의아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왜 자꾸만 테이블을 정리해?”
이건 나만의 습관이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가족과 함께 외식할 때면, 어머니께서는 늘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 모습을 닮아가고 싶었다. 늘 그러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라면 정리하셨겠지’ 하고 생각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자리를 정리했다. 특히 데이트할 때면 가능한 한 그러려고 했다. 물론, 짝꿍에게 점수를 따고 싶었던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다.
어머니께서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한 건, 본인이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영업을 하던 우리 집은 여러 위기를 거쳐 폐업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일자리가 필요했다. 학생이었던 동생을 제외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는 각자의 삶을 책임지려 각자 다른 일터로 가야만 했다. 어머니는 그 과정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서빙을 시작하셨다. 그것도 매일 다른 식당에 가서 일하셨다. 파출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자리였는데, 한 마디로 전화가 오는 곳으로 가 일을 하는 것이었다.
매번 가게와 회사를 운영하기만 했던 어머니께 아르바이트는 고된 일이셨을 거다. 한숨을 쉬면서 출근을, 땀을 뻘뻘 흘리며 퇴근을 하셨다. 한겨울에도 땀을 흘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하루는 그런 어머니를 차에서 가만히 아버지와 둘이서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참 길었다.
나의 걱정과 달리 어머니는 힘든 시간을 보내며 되레 몇 가지를 배워오셨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건 참 힘들고, 특히 식당에서 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어머니 역시 식당을 직접 운영해보신 경험은 있었지만, 온전히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하셨다. 얼마 후에 어머니는 가게를 운영할 적 고용했던 직원 분들에게 연락을 드렸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직접 해보니, 그 마음을 알겠다면서 문자를 했고, 파출 일이 많이 힘들 텐데 고생이 많다며 걱정의 답장을 받으셨다. 주고받는 연락을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몰랐던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후로는 거의 매일, 식사를 마치면 직접 자리를 정리하셨다. 크기에 맞게 차곡차곡 그릇을 쌓았다. 기름기나 빨간 국물이 묻어있는 접시는 따로 두고, 물과 국물도 한 곳으로 합쳐두었다. 누가 봐도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솜씨였다. 어떤 아주머니는 어머니의 손을 살짝 치면서 “밥 먹으러 와서 왜 일을 해!”라고 웃으며 나무라셨다. 어머니는 소녀처럼 웃었다.
처음에는 나 역시 “엄마 왜 여기서 일을 해.”라고 만류를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테이블 정리를 돕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정리가 끝나야 일어나시니까. 그렇게 따라 하다 보니 나도 습관이 들었는지 가끔 편한 자리에 가면 아무 의식 없이 그릇을 정리했다. 가끔 감사 인사를 받으면, 괜스레 부끄러워도 했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았다. 수고스러운데 기쁜 일은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