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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Jun 28. 2024

여름

작년 6월엔 MT를 두 번 갔다. 첫 MT는 독서모임 내 별도의 소모임을 함께 한 사람들과 별 보러 가자로 간 MT였고, 두 번째 MT는 역시 같은 모임 내 운영진들과 함께 한 MT였다.


1박 2일을 선호하지 않는 내겐 큰 결심인 것이다. 사실 어디론가 떠날 때 당일로는 아쉽지라고 해도 당일과 1박 2일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곳에서 잠을 자는 것인데 가능하면 집에서 자고 싶은 내겐 굳이 내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이란 비효율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작년은 MT를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비슷하게 미리 예약한 차량으로 일찍 출발을 했고, 노래를 들었고, 먹을 것을 사기 위해 마트를 돌아다녔고, 짐을 풀고 쉬다가 바비큐파티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 그리고 씻고 잠을 잤다.

잠을 자고 일어나서 다시 전 날 저질러 놓은 것을 정리하고, 씻고, 비슷한 퇴실시간을 지키기 위해 숙소에서 나와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 때쯤 서울로 향하는 많은 차량에 꽤 막히네 하면서 예약한 차량을 반납한 것이다.


이러한 비슷한 과정에서 두 번째 MT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와는 다르게 두 번째는 더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모두 왜 지루함이 아닌 안정감이라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험했던 것을 짧은 시간 다시 경험하며 예상할 수 있는 계획과 오랜 시간 그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가 배려하는 마음 덕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1박 2일이 주는 부담감에도 그 시간들이 편했다. 당일에서도 느낄 수 있을만한 것이 있는 듯, 1박 2일에도 있던 것이다. 나는 많이 게으르고, 적당하게 개인적이고, 필요할 때만 관심이 있는 그런 사람이라 당일을 더 선호한 것이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야 할 것들을 1박 2일을 하게 되면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생기니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의 배려는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다.


MT를 두 번 가니 금세 7월이 되었고 이후엔 본격적인 여름이 되었다. 작년 여름은 재작년 여름보단 비가 덜 와서 다행이었고, 놀 때는 꽤 즐거운 경험의 연속이었다. 기억은 이럴 때 꽤 잔인하다. 작년 여름에 강렬한 기억은 열심히 놀았던 것뿐이다. 어찌 보면 열심히 논 것이야말로 인생의 최종목표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직 내 나이에는 이런 기억보다는 무언가를 성취해야 올바른 인생이었다고 훗 날을 돌아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프로젝트를 잘 시작하고 끝내는 것이 있었고, 일개 회사직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좌절에 빠졌고, 열심히 놀았고, 침수 피해를 받은 인물의 소설을 쓰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열심히 잘 놀았다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없었으면 아마 프로젝트, 좌절, 침수피해를 받은 인물의 소설.   


올해 여름은 작년 여름과는 다르게 퇴사를 했지만 일 말고는 같은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잘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놀면 성취 같은 게 필요한데 그나마 4월부터 연속으로 1개월마다 10장 분량의 단편소설을 완성해서 총 3편의 소설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7월 역시 가능하면 쓰고 싶고 가능하면 8월도, 9월도 그렇게 올해 12월까지 총 5개월이 남았으니 5편을 더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렇게 쓴다고 해도 누군가 알아보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6월의 소설은 대학생 때의 기억이다. 당시 빠져 있던 게임의 서비스종료와 첫사랑의 소재가 주 내용이다. 모티브가 된 게임은 20살에 한 게임이니까 벌써 19년이 지난 것인데 소설의 구성과는 달리 그 게임은 아직도 운영 중이다.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접속하려고 했더니 다른 회사에서 그 게임을 인수해서 그런지 아니면 옛 유저들의 아이디는 삭제했는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옛날에 했던 게임을 모두 깔았고 접속을 했는데 그 과정들이 재밌는 경험이었다. 게임 속 캐릭터에 의해 과거에 푹 빠져 있던 허접함이 있는 것 같아서 꼭 현재의 나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나고 보면 지금의 모습도 먼 훗날 그렇게 될 것 같다.


6월이 끝나간다. 이제 7월의 소설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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