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마케터가 반년동안 경험한 재택근무
네덜란드 IT기업에서 마케터로 근무 중이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 후 출근길이 30분에서 10초로 단축됐다. 우리 회사는 3월 말부터, 9월인 지금까지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처음엔 교통비도 안 들고, 마음껏 늦잠을 잘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일과 사생활 분리, 비효율적인 업무, 게으름, 근무 연장 등으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재택근무 반년 차 유럽 마케터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재택근무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겠다
나 프리랜서 같은데??!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내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쉽게 알 방법이 없다. 팀원들은 개별적으로 맡은 프로젝트가 달라서, 서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결과가 있었고,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팀원들에게 나는 개별 혹은 여러 명에게 화상 회의를 신청한다. "X 기간 동안 000를 했어! 땡땡땡을 만들어서 캠페인을 라이브했는데, A~D 성과는 ㅇㅇ로 가장 높아! E는 ㅇㅇㅇ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ㅇㅇㅇ지표가 X보다 낮아. ㅇㅇㅇ요인 때문일까? 한번 보고 생각을 공유해줘~~"
"지난 한 주 동안 ㅇㅇ를 목표하고 XXXX프로젝트에 참여했어! A, B, C를 만들었고, 어제 기준 ROI는 XX이며, 전환율은 ㅇ야! 이 부분은 아쉽지만, 이번에는 DDD 방법을 적용해서 ㅇㅇㅇ를 이룰 수 있었어!"
이렇게 팀원들한테 물어보고, 공유하면서 새로운 방법과 해결책을 찾고, 그리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과하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생기고, 서로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재택으로 인해 자칫 솔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데 팀 플레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너 그거 다 했어? 너 이거 왜 이 방향으로 했어?
긍정적인 질문인지 아닌지, 우리는 텍스트로 상대방의 어조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이거 언제 다 끝나?
핀잔이 아닌 상대방은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걸 수 있다. 최대한 상대방의 말은 선의로 받아드리자.
심지어 전화, 화상 통화로도 상대방의 뜻을 오해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이 나의 말을 오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최대한 오해가 없도록 긍정적으로 대화를 한다.
"프로젝트 언제 다 끝나?" 가 아닌
“나는 프로젝트 70% 정도 완료됐는데, 너는 어느 정도까지 했어?”
서로의 표정과 목소리를 들으면서 일할 수 없고, 상대의 표현을 다른 뜻으로 받아 드릴 수 있으니,
상대의 말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나 또한 최대한 오해 소지 없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중간은 어렵다. 출퇴근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언제는 이른 아침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한 적도 많다. 또 어느 날은 집중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했던 적도 있다.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근태부터 챙겨보자!
침대와 책상 거리는 2초지만 출근 시간은 9시 30분은 꼭 지키기. 점심시간은 요리 시간 포함 1시간 반 이하. 집중도 유지. 이런 가장 기본적인 근태를 기록하면서, 잘한 날엔 나를 위한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붙여주자.
한 주 동안 나의 스티커를 보고, 나를 위한 보상을 해준다. 예: 주말에 비싼 음식 먹기, 사고 싶었던 거 지르기 등등
주의: 소비가 정당화 되어 통장이 텅장될 수 있음.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뱃살이 늘어난 것 같은 건 느낌 때문일까? 아니다 ㅠㅠ
출근길로 향하는 걸음, 외부 생활 단축, 잦은 (건강하지 않은)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내 몸뚱아리도 무거워졌다.
집에 있는 시간은 많으니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자! 나를 위해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 맛은 없어도 내가 만들었으니 맛에 대해 관대해지고 내장 지방도 녹는 것 같다.
나는 주기적으로 운동을 했고, 익숙해진 운동 루틴으로 고강도 운동을 도전하게 됐다. 식단이 매우 건강해지면서 28년 동안 보지 못했던 복근 라인이 생겼다. 특히 건강한 음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니 아침은 더 상쾌하고, 몸은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지면서 업무 집중도 또한 올라갔다. 우린 소중하니까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건강을 지키자.
우리 팀은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페이스북의 workplace) 망한 요리 사진, 길 가다가 본 예쁜 풍경, 애교부리는 애완동물 등등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면으로 만나 얼굴을 보며 수다를 떨 수 없으니 개인적인 생활을 자주 공유하고 있다.
맛있는 레시피 공유, 사건 뉴스, 넷플릭스/유튜브 추천 (우리 팀은 구글 시트로 재밌게/재미없게 본 넷플릭스 시리즈를 공유하고 있다) 등등
대면으로 만나는 시간은 줄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친밀감이 더 생겼고, 함께 일하는 시간이 더 재밌어졌다.
우리의 뇌는 조금 바보같다. 자극을 계속 주면 반응한다. 웃으면 엔돌핀이 나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이 나온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고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 슬럼프가 찾아올 수도 있고, 반복되는 지루한 루틴에 번아웃이 올 수도 있다.
자 그럼 우리 뇌를 속여 아들레날린을 하늘에 날려버리고, 엔돌핀을 만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자기 전 거울을 보고 “하하캬캬키키키키" 웃어보자. 입만 웃지 말고 세상 예쁜/잘생긴 눈웃음도 장착해보자.
웃고 있는 친구의 얼굴도, 동료의 얼굴도 그리고 나의 웃는 모습도 본지 참 오래됐다. 웃을 일이 많이 없어졌지만.. 웃으면 되지! 어색하더라고 계속 웃다 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괜찮아질 거다. :)
재택근무 방법 - 정답은 없다. 누군가한텐 나의 경험담이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우린 모두 다른 사람이니까. 업무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나를 챙기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 그리고 업무 집중도에 큰 도움이 되는 걸 느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각자 본인과 잘 맞고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