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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호 Mar 12. 2024

신채호 <조선상고사>

위서 판별과 선택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진귀한 책을 태워 버린 때는 있었으나, 위서를 조작한 일은 별로 없으므로 (중략) 각 씨족 족보 가운데 조상의 일을 위조한 것이 있는 이외에는 그다지 진위 변별에 애쓸 필요가 없다. (중략) 중국과 일본 두 나라와는 예로부터 자주 교류를 해서 우리 역사에 참고될 책이 적지 않지만, 위서가 많기로는 중국 같은 나라가 없을 것이니, 위서를 분간하지 못하면 인용하지 않을 기록을 우리 역사에 인용하는 착오를 저지르기 쉽다.     

(중략)     

그들은 다른 나라가 사신을 보내면 반드시 조공하러 왔다고 썼는데, 이는 중국인의 병적인 자존심 때문이다. 이는 근세 청조가 처음 서양과 통상할 때 영국과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와서 통상한 사실을 죄다 ‘어떤 나라가 신하라 일컫고 공물을 바쳤다’라고 썼음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니, 그때 기록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중략) 

조선·중국·일본 등 동양 문헌에 대한 큰 도서관이 없으면 조선사를 연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국내에 아직 그런대로 만족할만한 도서관은 없으나 동양에서는 제일이고, 또 지금에 와서는 조선의 소유가 거기에 저장되어 있고, 또 서적 구독과 각종 사료 수집이 우리같이 떠돌이 생활하는 가난한 선비보다 월등히 나을 것이요, 게다가 새 사학에 상당한 소양까지 있다고 자랑하기에 이르렀으나 지금까지 동양학에 위대한 인물이 나지 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중략) 

조선 사람으로서 어찌 조선 사학이 일본인으로부터 실마리가 풀리기를 바라리오마는, 조선 보장품들을 남김없이 가져다가 암매 중에 썩히고 있음을 개탄하고 아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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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참고할 서적이 없고, 중국은 서적이 거짓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일본이 많은 사료와 자료를 보유하면서 서구 사학을 받아들였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한 성과는 높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라 없는 조선은 역사를 바로 세울 힘도 없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에 있는 역사적 자료를 마음 놓고 열람하고 연구할 수 없는 현실. 그렇다고 돌려받지도 못하는 현실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겠죠.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신채호 선생님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려 노력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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