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겐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읽어보면 ~~
현직 도의원 도도와 전직 여배우 에리코가 살해당한다. 자살로 위장된 현장을 타살로 의심한 고다이 형사의 집요한 수사 끝에 동료 형사 야마오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진범이 따로 있다고 확신한 고다이는 야마오와 에리코의 과거를 파헤친다. 사건의 뿌리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거슬러가며, 에리코의 혼외딸과 야마오 친구의 자살 등 충격적인 진실들이 드러난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살인으로 이어지는 동안 은폐된 동기가 하나둘 추가로 밝혀지지만, 용의자는 스스로 '가공범'이라 할 뿐, 진실은 미궁에 빠진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던 그때, 가슴이 뛰던 전율은 추억이 되었다. 오랜 세월의 흐름은 더 이상 강렬한 감동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70을 넘긴 히가시노 게이고의 펜 앞에서는 경외감을 느낀다. 나이를 핑계로 펜을 놓지 않는 치열함과 그 안에 담긴 철학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빠른 전개나 짜릿한 서스펜스를 기대한다면 잠시 멈춰볼 것.
이 책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도 아니고 천재 탐정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형사 고다이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묵묵히 진실을 쫓는 그의 수사를 따라가면 어느새 독자도 고다이가 된다.
중반쯤 저 사람이 범인이구나 싶어 방심하는 순간 게이고의 함정에 빠진다. 위험하다. '이게 전부라고?' 의심스러워질 때, 그가 준비한 마지막 카드가 펼쳐진다.
이것은 재미를 위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되려 작가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 속에도 진실이 각색되고 있다고 생각한 적 없는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 우리는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닐까
모든 카드가 공개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정말 사실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를 강타한다.
작가 스스로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쓰게 될 줄 몰랐다"라고 고백했듯, 이 작품은 시대가 만든 필연이다. SNS와 가짜뉴스가 일상이 된 지금, 편향된 정보에 둘러싸인 우리 세대가 아니었다면 『가공범』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의 불행은 언제나 돈벌이가 된다.
경솔하게 사랑을 주고받으니까 사랑을 잃게 되는 거예요.
유령을 쫓는 게 어려운 일이듯, 유령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그 이상으로 어려워요
우리가 믿는 진실은 누군가의 시선과 덧붙임이 더해지거나, 보고 싶고 믿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편견이 만든 가공품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바로 그 불편한 진실을 묵직하게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