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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학생A May 06. 2023

유럽 여행 5. 런던 셋째 날(1): 조금은 고급지게

그냥 여느 유학생A의 그냥 여행

* 이 글은 1월 13일부터 2월 5일까지 런던, 파리, 샤모니, 바르셀로나로 이어진 유럽 여행기입니다. 그날그날 작성한 일기 형식이라서 내용이 다소 두서가 없고 장황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은 [Kings of Leon - Use Somebody]를 들으시면서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Jan 15 AM 8:00



오늘은 오전 5시에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잔 탓이겠지...

창문 밖을 보니 날씨가 꽤나 괜찮다. 물론 어떻게 변할지 모를 런던 날씨라서 방심은 금물이다. 그렇게 방심하다 어제 호되게 당하지 않았는가.


오늘은 해로즈 백화점과 내셔널 갤러리를 갈 예정이다. 가는 길에 하이드 파크와 트라팔가 광장 등 어제 지나쳤던 곳들 역시 다시 갈 예정이다. 어제도 그랬듯이, 아니 어제보다 더욱 기대가 된다. 물론 오늘도 많이 걷겠지.


영국의 전통 아침식사. 정식 이름은 English Breakfast다.

출발 전 거나한 아침 식사.

커피는 플랫 화이트를 시켰는데, 부드러우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아침을 여는 맛으로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역시 왜 유럽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혐오하다시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같이 먹은 아침식사 역시 영국 물가를 고려해야 하지만, 값에 비해 맛이 괜찮았다.


기분 좋은 아침!



영국 자연사 박물관 (National History Museum)


이곳은 자연사 박물관을 위한 건물마저 고풍스럽다.

Harrods로 걸어가는 도중, 무언가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눈에 띄었다.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저 건물 뭐지?” 하고 가봤는데, 영국 자연사 박물관이었다. 사실 방문할 계획은 없었지만, 무료라고 하니 안 가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들어간 자연사 박물관은 예상보다 더욱 방대하고 흥미로웠다. 우선, 어마어마한 양의 화석들과 전시물들에서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2층 규모였지만, 다 돌아보기엔 하루를 다 소비해야만 할 정도로 방대했다. 그리고 그것을 차치하더라도, 건물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움 만으로도 이곳은 들어가 볼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마치 자연사 박물관 이전에 화려한 성당이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수려한 고딕 양식 건물이었다.



해로즈 (Harrods)


같이 간 친구가 찍어줬다.

Harrods 백화점으로 가던 중 근처에 있던 커피숍에서 잠깐 쉬며 커피를 마셨다. 여기서는 아이스 라떼를 마셨다. 평범한 라떼였지만 목이 말라서 그랬는지 맛이 괜찮았다. 뷰가 기가 막혀서 그런지 쉬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쉴 수가 없었다. 이곳은 건물들이 다 중세에 만들어진 건지, 마치 내가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찾아보니 Harrods는 원래 왕족들만이 이용하던 고급 백화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외관부터 부티가 넘쳐흘렀다. 프랑스에 있는 어느 궁전이 연상될 정도로 화려하면서 웅장한 건물... 왠지 후드티에 추리닝 입고 갈만한 곳은 아닌 듯했지만... 뭐 누가 신경 쓰겠나, 나만 괜찮으면 되지.


Harrods 내부

내부는 꽤나 복잡했다. 마치 미로처럼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여기가 어딘지 찾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지라 백화점을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이곳은 공간이 열려있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처럼 약간 답답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1층 (영국이니까 G층)에는 초콜릿만 파는 섹션이 따로 존재한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근데 이게 고급을 넘어서서 사치에 가까운 금액들이다. 초콜릿 16조각에 40파운드 (약 55,000원)라니 맙소사... 그래도 기념 삼아서 비교적 싼 초콜릿 한 상자를 샀다. 제발 맛있길 바라며...


이렇게 오늘의 첫 번째 목표는 완료.


두 번째 행선지인 내셔널 갤러리 앞에서 마주친 트라팔가 광장.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사이에는 버스킹 존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던 버스커. 그 이름 모를 남자가 Kings of Leon의 Use Somebody를 열창한다. 개인적으로 자주 듣던 노래가 나오니 걸음을 안 멈출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이 노래는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론 오늘의 목표는 내셔널 갤러리였지만, 그냥 가만히 여유롭게 목소리에 집중했다. 기타 한 대와 목소리 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마력이 이런 걸까. 아니면 간만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내 여유로움일까.


역시 여행의 묘미는, 예상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만나는 순간에 있다.



내셔널 갤러리 (The National Gallery)


내셔널 갤러리의 외부 분수와 내부 돔

내셔널 갤러리는 내 생각보다 더욱 좋았다. 렘브란트, 모네, 반 고흐, 미켈란젤로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책에서나 보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그림들이 이 넓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니... 살면서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다짐했지만, 처음 이 그림들을 보았을 때 느낀 이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는 없겠지.


그래서 예술이란 장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가끔 내가 지나가는 말로 “Bohemian Rhapsody를 처음 들었던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곤 한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황홀함이란 어떠한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전술한 <Bohemian Rhapsody>라는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황홀함도 그러하였고,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역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듯 매료되었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예술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황홀함은 설명하기 힘든 중독성이 있어,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갈망하게 만든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별거 없을 수도 있는 그림 한 점, 노래 한 곳, 영화 한 편이, 누군가에겐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것이 예술을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어쩌면 나에겐 런던이 낭만의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파리로 이동하기 전이긴 하지만, 그냥 발 닫는 거리들 하나하나가 나에겐 예술이고, 낭만이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들인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리고 베첼리오 티치아노의 [세금]이다.


사실 자료조사를 많이 하지 않고 방문한지라, 무엇을 봐야 하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감을 잡은 상태로 관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점은, 각각의 그림들이 그만의 고유한 특징들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그림은 사실적으로, 어떤 그림은 강렬한 색채를, 심지어 어떤 그림은 거친 붓터치를 갖고 있었다.


그런 특징들을 보다 보면 예술, 특히 회화가 가진 다양한 심미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특정한 한 장면을 스냅샷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예술이고, 누군가에겐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가감 없이 모두 보여주는 것이 예술이다. 이처럼 얼마나 예술이 주관된 분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황홀한 기분으로 두 번째 목표도 완료.


그리고 여기도 무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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