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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파파 Jun 07. 2024

015 인플레이션(하노 벡 외 2인 저)


저축은 미덕인가?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저축을 미덕이라 배우고 자랐다. 그래서 월급을 받으면 아껴 쓰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으며,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의 부의 축적이라 배웠다.


그렇기에 최근 몇 해 간의 자산가격 폭등 시기 너도나도 암호화폐, 주식에 빠질 때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을 탐욕에 눈이 멀어 버린 사람으로, 이러한 현상을 비이성적 욕망이 지배한 사태로 치부해 버렸다. 과연 그럴까?


그간 우리는 안정된 물가의 세계에 살았다.


‘70년대 1, 2차 오일 쇼크 이후 전 세계는 안정화된 물가의 시기에 살았다. 이는 당시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으로 유동성이 감소했고, 전 세계 교역량이 증가하며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었으며,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생산기지화에 따라 인건비가 저렴해졌고, 발전하는 기술들로부터 생산단가가 감축되는 등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적당한 물가상승과 경제 발전이 이룩되는 골디락스존의 안온함에 안일해진 탓일까, 약간의 경제위기에도 세계 각국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남발하였다. 당시 이러한 천문학적인 화폐공급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지 모른다며 우려 섞인 반응도 많았으나, 그럼에도 앞서 언급한 다양한 원인으로 세계의 물가는 안정적이었다. 오죽하면 미국에는 현대통화이론(MMT)까지 등장하며 엄청난 양의 돈을 찍어냈다.


*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 기축통화국은 화폐 발행을 통해 정부 부채를 부담 없이 늘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공공지출을 증가시켜 경제를 부양할 수 있다는 이론


화폐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때 그 가치는 폭락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우리는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다. 저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화폐발행을 남발한 정치권력 세력에게 인플레이션 시대 도래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국가 재정이 어려운 시기 권력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상적인 방법을 강구하기보다 손쉬운 방법을 찾아냈다. 왕실의 사치로 인해 국고가 바닥나자 금화에 함유한 금, 은의 양을 줄이고 빼돌려 재정위기를 해결했다. 이로 인해 단기간의 위기는 넘겼지만 금, 은의 함량 부족한 악화가 시중의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당연히 악화의 가치는 액면가에 비해 절하될 것이고 물가의 폭등을 유발하여 서민 경제를 파탄 낸다. 이러한 사례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사 속 수많은 대륙, 국가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이다.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은 손쉬운 양적환화였다. 탐욕에 의한 부실 부채를 제대로 정리하는 정공법이 아닌, 당장의 정권 유지를 위한 모략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공한다. 하지만 이는 기득권의 도덕적 해이와 엄청난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였고 그리고 손쉬운 방법은 이후 잦은 위기에 치트키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2020년 코로나 19 사태에도 각국은 화폐발행과 재정정책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그로 인해 폭증한 유동성은 자산가격의 급등을 초래한다. 높아진 자산의 액면가에 사람들의 소비 수요는 강해졌다. 갑자기 물가상승률이 치솟자 연준은 수요의 급증과 공급망 병목현상이 원인이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일축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블랙스완을 마주하며 세계는 급속도로 인플레이션의 국면으로 진입한다.   


* 블랙스완 :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의 발생으로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을 뜻하는 경제학적 용어


자국우선주의가 만든 탈세계화, 그리고 인구감소.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다가온다


사실 블랙스완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이전에도 이러한 위기에 대한 징후들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교 숙제로 만드는 포스터에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정도로 세계가 화합의 무드로 나아갔다. 이는 냉전의 종식과 자유무역의 과실을 향유하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와 트럼피즘을 위시하여 세계에 자국우선주의가 들불처럼 번져갔다. 이후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사태, 러-우전쟁 등 일련의 악재들이 이어지며 세계는 다시 분열하게 된다.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탈세계화, 신냉전 등의 단어가 그 결과이다. 즉 분열의 징후는 계속해서 나타났지만 경제 성장 일변도의 목표는 경주마의 눈가리개처럼 우리의 눈을 가려왔다.   


이러한 기류의 변화로 인해 앞서 말한 그간 세계의 물가 안정의 요인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무제한적으로 풀려버린 시중의 유동성은 돈의 가치를 급격히 절하시키며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거기에 앞으로 변화할 인구구조는 노동생산 인구를 감소시켜 인건비의 상승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과거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저물가의 시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의 자산을 지킬 방법은?


이처럼 앞으로의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어릴 때부터 배워온 저축의 미덕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은행 금고 속 잠들어 있는 돈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열기 속에 속절없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앞에서 했던 질문에 답을 해볼 차례다. 과연 사람들의 탐욕이 늘어나 투자판에 수많은 자본이 몰리는 것인가? 인플레이션이라는 혼란 속 나의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즉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수많은 유동성은 피땀 흘려 모은 돈의 가치가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는 현상에 대항하는 인간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라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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