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두번째명함 / 나비코치 김수영>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를 지켜내는 생존법’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 나를 다시 이해하는 과정이며, 다시 나를 찾아가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앞만 보며 달려왔던 내 삶에서 기어이 다시 나를 돌아보아야 하는 일이기에 쉽지 않은 과정이다.
페미니즘 사상에 치우친 영화라는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하고 이슈화되었던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자신의 병(빙의)을 알게 된 김지영이 용기 내 정신의학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지영 : 어떨 땐…. 행복하기도 해요. 그런데 또 어떨 땐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게 되고, 돌아서면 또 그 벽을 마주하게 돼요. 처음부터 출구는 없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요. 그 누군가는 출구를 찾아가는데, 저만 그 출구를 못 찾았어요.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의사 : 지영 씨 잘못 아니에요… 과거에 화가 나거나 답답할 때 어떻게 하셨어요…?
과거 국문학 전공에 홍보팀에서 근무했었던 김지영은 자신이 하고 싶고 잘했던 글을 쓰기 시작하고 잡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현실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상적인 일에서의 타협점을 그녀가 찾아낸 것이다.
난 엄마의 일이란 결국 현실과 자신만의 타협점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혼해보고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여자에게 있어 일과 삶은 결혼 전후가 아니라,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이다. 결혼도 여자의 삶에서 큰 이벤트이긴 하지만, ‘일’을 이어가는 것에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신과 육아는 다른 문제다.
엄마는 아이를 양육해가는 시점에서부터 삶에서의 순간순간 선택의 추가 아이가 기준이 된다. 예전에는 먼 거리, 야근도 불사하고 출근했던 직장이, 아이 양육기에는 가장 피하고 걸러야 할 직장이 되어버린다.
나의 선택 또한 다르지 않았다. 막상 계획했던 자격증 취득 후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전일 근무 일자리밖에 찾을 수 없었고, 그 당시 둘째가 막 돌을 넘길 때였던지라 종일 보육으로 맡겨가면서까지 일자리를 잡고 싶진 않았다. 물론 이건 남편과 충분히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내린 생각이었다.
그러던차 그 당시 국비지원으로 듣던 직업상담사 양성 과정 수업지도 강사님이 재택으로 근무가 가능한 취업상담사 일자리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셨다. 때마침 채용 기간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하였고 2차 면접에 최종 합격하여 재택근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의 현실과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의 타협점의 첫 스타트이자 ‘반업맘’으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