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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코치 Mar 04. 2023

워킹맘, 전업맘? 나는 반업맘입니다.(1)

<엄마의 두번째 명함/김수영 나비코치>

유튜브 <김미경TV>의 김미경 강사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아이하고만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생기는 문제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간다는 겁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모른다. 


엄마는 아이를 키우면서 모든 것이 아이에게 맞춰진다. 나에 대한 돌봄보다 아이에 대한 돌봄 역할이 커지는 것이다. 어른이라서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적어도 나 자신은 스스로 돌보고 사랑해줄 줄 알아야 할 것이었다.


남편과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한 퇴사였지만 막상 돌아갈 직장이 있고 없고는 아예 차원이 다름을 느끼게 되었다. 퇴사 후 오롯이 아이와 함께, 기약 없이 종일 가졌던 시간들은 이전의 육아휴직 3개월 동안 가졌던 시간과는 분명 무언가 다름이 있었다. 


그 다음 커리어를 마음에 두고 당당히 그만두긴 했지만, 옹알이하는 아이와 종일 있는 그 시간들 속에 나에게 돌아온 건 꿈과 목표에 대한 준비는커녕, 잠투정과 눕히기만 하면 금세 깨서 우는 아이로 인해 점점 푸석해지고 웃음기 잃어가는 내 표정이었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점점 무섭게 외롭고 힘들어졌다. 잠투정하는 아이를 아기 띠에 매고 동네를 계속 돌고 돌다 잠재우고 나면 바로 이유식 준비에 쉴 틈이 없었다. 그 힘든 와중에서도 옹알이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어찌나 지루하게만 여겨지던지 아기와 콧바람이라도 쐬겠다며 여기저기 아이랑 엄마랑 함께하는 문화센터며 전전해보지만 기저귀 가방에 잔뜩 짐을 챙겨 야심차게 출발했다가도 칭얼대는 아이와 대중교통 속에 시달리다 보면 소위 내 영혼의 탈출을 느끼며 돌아오기 일쑤였다.


돌아보면 엄마의 육아기는 자신에게 많이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인 듯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가장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본다. 특히나 엄마의 돌봄이 많이 필요한 먹이고 재우고의 시간이 반복되는 어린 자녀일수록 엄마의 체력과 시간 관리가 되지 않으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육아와 살림의 쳇바퀴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육아기 엄마의 마음의 병은 여기서 시작된다. 단순히 아이를 돌보느라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것만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것이 ‘정지’되는 순간과 순간이 이어지면서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는 것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 시기 속에 내가 놓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이었다. 잠이 늘 턱없이 부족했던 밤중 수유 시간 속에서도 내가 나의 일을 그리고 꿈꾸려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박함’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퇴사 전, 직업상담사를 막연하게 떠올리고 생각했지만, 정말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이 일로 새로 진입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지 새벽에 아이 잠든 시간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게시물을 읽어보고 궁금한 것은 질문으로 남겨 현직에 계신 분들의 조언을 듣기도 했다.


기존에 해왔던 일이 아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갖게 하기 마련이다. 내가 애써서 그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내 시간의 한편에 두지 않으면 생각 속에 묵혀져버린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는 게 두려웠다. 관성의 법칙과 같이 여기에 내가 안일하게 머무르게 된다면 나의 능동성이 식을 것이 우려되었다. 조금이라도 나의 열망이 살아 있을 때, 사회적 관계 속의 세포가 아직 그 기억을 담고 있을 때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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