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을 하나도 못했던 그 날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라떼를 드시는 힙한 할머니들의 월요 브런치 모임.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내 맞은편 할머니는 주차 때문에 두 세 번 나갔는데 후진 하는 모습과 엑셀 세게 밟아 주차장 턱을 팍- 올라 오는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면서 나는 그만 넋을 놨다.
나는 잠도 별로 없고 새벽 댓바람에 기상하고 나전칠기와 도자기, 유가 사탕을 좋아하며 기계를 못 다루는 사람으로 이미 취향의 반은 할머니화 됐다고 생각한다. 지도를 더럽게 볼 줄 몰라서 지도앱만 켜면 휴대폰을 360도로 돌려대긴 하지만 운전은 연습하면 늘겠지. 그대신 아무렇게 대충 때려 넣어도 어지간한 맛을 내는 외할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았다.
핫한 카페에 멋진 옷을 입고 앉아 라떼와 크루아상을 즐기는 저런 멋진 할머니들처럼 늙어야지 다짐했다. 그나저나 나는 소개팅중이었는데 우리 아버지도 안하는 아재개그를 연신 해대는 앞의 남자 덕분에 온갖 잡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카페 사장님 참 잘생기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