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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존철학자 Sep 27. 2022

과거의 문을 닫자

 유럽 중세시대 결핵 진료를 잘하기로 소문난 의사가 있었다. 입을 벌려 목구멍이 부엇나를 확인하고 결핵이 걸렸는가를 단 3초 만에 알아냈다. 심지어는 걸음걸이를 보고 진료를 한 뒤 저 친구 3일 안에 결핵에 걸리겠군 하면 기가 막히게도 3일 안에 결핵에 걸렸다. 그는 결핵에 있어 마을 최고의 권위자였고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생을 마감했다. 


 시간이 흘러 균 개념이 발달한 다음 그 의사의 커리어를 추적해보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진료 도구에 득실득실했던 결핵균이었다. 의사는 진료를 한 게 아니라 감염시켜왔던 것이다. 그것이 예측률 100%의 비밀. 스스로도 자신이 천재인 줄 알았겠으나 그는 결핵을 퍼뜨리는 생을 산 것이다. 


 이처럼 내가 겪는 시련, 고통, 비난에 대해 나는 언제나 공범자일 수밖에 없다. 나라는 상수는 내가 겪는 모든 피드백에 개입되어 있다. 때론 알면서도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게 두렵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 가치관이 무용해지는 것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만 보인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여 끊임없이 교훈을 전파하려는 선배가 있고, 모든 상황과 세월 속에서 피해자를 자처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오랜 시간 노력 끝에 얻은 능력치가 무용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경험들이 매몰되는 게 아까워 끊임없이 현재에 끼워 맞추려 한다. 그러나 버려야 할 때는 버려야 한다. 이것이 나와 맞지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그 경험은 의미가 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JK 롤링은 20대 때 이혼당하고, 교사직에 방출당하고 복지 수당에 의지해가며 맥도널드에서 해리포터를 써 내려갔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음악가를 꿈꿨으나 재능이 없어 포기하고 서른 살에 첫 소설을 썼다. 폴 고갱은 서른다섯까지 주식 중개인으로 활동했고, 반 고흐는 서른세 살까지 전도사, 교사, 서점 점원이었다. 그들이 과거에 매몰되어 있었다면 이렇게 나아갈 수 있었을까?


 과거의 연애 경험이 족쇄가 되어 새로운 연애를 방해하고, 나의 재능이 짐이 되어 새로운 시도를 방해하고, 높은 자존심은 인간관계를 망친다. 그래서 평생을 성공에 대해 연구한 나폴레옹 힐은 성공은 과거의 모든 불쾌한 경험과 당신 사이에 있는 문을 닫아버리는데서 시작한다고 말했나 보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는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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