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오랜만에 여기에 글을 쓴다. 며칠만인지 모르겠다. 한동안 브런치에서 삼백 며칠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고 흑흑(ㅠㅠ)대면서 메시지도 보내주고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날아오지 않게 됐다. 브런치도 날 포기한 것인가(ㅠㅠ).
왜 그동안 브런치를 이용하지 않았느냐 하면은 이제는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취미도 일이 되면 하기가 싫어지는 법이니까, 밥벌이를 위한 글쓰기를 하고 나면 그 외엔 딱 문장이고 뭐고 보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글쓰기도 노동이다. 게다가 난 지구력이 약한 편이라 일일 한 편 글쓰기를 하고 나서도 녹초가 되고 만다.
게다가 많이 아팠다. 삼백 며칠동안 아팠던 것은 아니고 육십 여일을 요양하고 있다. 대역병의 시대에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느냐마는 나는 내 인생에서 딱 하나 짚을 수 있을만큼 몸이 좋지 않았고 지금도 아직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다. 하긴 이 시대가 유사 이래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시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요양'의 방편으로 무라카미 에세이를 다시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그동안 약간 일부러 피한 감이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로워서 좋다. 특히 예전에 읽은 것들을 다 까먹어서 새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 학창 시절에 왜 맨날 배운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까 좌절하곤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 망각도 도움이 된다.
오, 이렇게 쓰는 것이 맞을까? 오랜만에 이런 글쓰기를 하니까 흰색 와이셔츠에 카키색 7부 바지를 입고 밖에 나온 것처럼 어색하다.
브런치를 새로 시작하는 김에 예전에 썼던 글들을 몇 개 골라서 다시 읽어 보았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도 있고 글을 쓰던 그때 감정이 느껴져서 기분 좋아지는 것들도 있었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왠지 싸다가 만 것 같은 길이감이다.
그러니까 이 글도 여기서 끝. 또 삼백 며칠 동안 비워두지는 않겠다. 사실은 여기에 글쓰는 것도 요양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