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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형 Mar 20. 2022

일찍 자는 것에 대해

새나라의 어린이 탈

  나는 일생을 올빼미처럼 살아왔다.

  

  진짜 올빼미가 몇 시에 잠이 들고 몇 시에 일어나 활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새벽 2시 혹은 3시에 잠에 들곤 했다.

  

  그게 병을 불러왔고 지금 이렇게 요양하는 글쓰기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다행히 거의 다 나았고 요양도 거의 끝이 보이고 있는데 그건 다른 이야기고, 아무튼 요점은 내 잠자는 습관이 완전 꽝이었다는 소리다.

  

  그런 내가 요즘은 밤 10시 반에 잠이 든다.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바꿔버린 습관이다. 사람이 아프면, 그것도 이러다 죽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면 습관 정도는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다.

  

  4개월의 요양을 시작하면서 나는 30여 년을 입고 살았던 올빼미 탈을 훌훌 벗어버리고 새나라의 어린이 탈을 뒤집어썼다. 처음에는 영 맞지 않아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맞춤 양복처럼 아주 편하다.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잠자는 습관을 바꾸게 된 시작은 병원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 가까운 명령)에서부터였다.

  

  "보통 몇 시에 주무시죠?"

  "보통 새벽 2시나 3시에 잡니다. 그것도 대중이 없습니다. 가끔은 그것보다 늦게 잘 때도 있고......"

  "(내가 잘못 들었나 하는 표정으로) 몇 시에 주무신다고요?"

  "새벽 2시나 3시......"

  

  그때 나를 보던 선생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따위로 살아왔으면서도 왜 아픈지 모르겠다고?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쯤 되니 나도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부, 불면증이 있기도 했고요. 원래 밤에 일이 잘 되기도 하는 터라......"

  "그런 사정은 모르겠고 이제부터는 무조건 일찍 주무세요. 밤 10시. 늦어도 11시 전에는 잠에 들어야 합니다."

  

  그는 내 병이 찾아오는 원인의 8할 이상이 불규칙한 생활 습관에 있다고 했다. 머릿속에 나의 과거들이 스쳐 지나갔다.

  

  잠만 늦게 자는가? 일어나는 것도 대중이 없고 낮잠을 자면 하루에 2시간은 기본. 아침은 간헐적 단식이라며 대충 거르고 커피는 하루에 3잔은(별다방 기준) 마셔야 하루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느꼈다.

  

  그동안 병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 용하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지만 좀 서슴지 않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이제 나는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자고 일어난다. 아니 새나라의 어린이도 나처럼 일찍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요즘 새벽 6시에 일어나므로.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사실은 그걸 얘기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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